[MT리포트]VVIP부터 왕초보 개미까지…"대세는 미국 주식"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오정은 기자, 이태성 기자 2018.09.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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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주식 직구 열풍]②부동산 팔고, 국내·신흥국 비중 줄여 美 주식에 투자…재테크 클럽에서 단체 문의도

편집자주 부진한 한국 증시에 지친 투자자들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 증시에 뛰어들어 '미국 주식 직구(직접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슈퍼리치(거액자산가)들이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미국 4차산업 대표주에 베팅해 대박을 거두자 소액 개인 투자자까지 동참해 해외 주식 '직구 시대'가 본격화됐다.

[MT리포트]VVIP부터 왕초보 개미까지…"대세는 미국 주식"


고액자산가 B씨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매각해 그 중 5억원 가량을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 4년 전 시험 삼아 1000만원으로 시작한 미국 주식이 최근 10배 가까이 오른 것을 보고 본격 투자에 나선 것이다. B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내 및 신흥국 주식을 처분하고 미국 주식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최근 미국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놀라운 성과가 나타나면서 국내 투자자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자산을 끌어모았던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거나 심지어 부동산을 매각하면서까지 포트폴리오 내 미국 주식을 늘리고 나섰다.



심병재 신한금융투자 PB(프라이빗뱅커)는 "그동안 자산의 10~20% 정도를 테스트 머니 삼아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면 하반기 들어 미국 비중을 본격적으로 늘리는 추세"라며 "특히 고액 자산가 사이에선 미국 주식이 웬만한 부동산 투자보다 낫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고객의 포트폴리오 교체도 활발하다. 황인규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 PB는 "지난 4일도 관리 중인 고객 자산에서 국내 주식을 일부 매도해 현금화했다"며 "미국 뉴욕증시가 개장하면 눈여겨본 종목을 바로 매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예 재테크 클럽 전원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겠다면서 증권사를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하나금융투자 해외주식팀에는 주식에 한 번도 투자해본 적이 없다는 '왕초보' 투자자가 첫 투자를 미국 주식으로 하겠다며 문의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미국 주식은 유튜브로 친숙한 구글(지주사인 알파벳)이나 유통 공룡 아마존 등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은 △아마존(8억2268만달러) △알파벳(2억9449만달러) △알리바바(2억7032만달러)△앤비디아(2억6098만달러)△애플(1억2999만달러) △넷플릭스(1억2228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억566만달러) 등 기술 대장주다. 이들 종목은 국내에서도 한창 인기를 끌었던 4차 산업혁명 주도주다.


해외 기업이지만 생소하지 않고 글로벌 1등 기업이라는 인식에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도 편리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고액 자산가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해외주식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고 있다. 최근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지점은 물론 증권사별 해외주식팀 혹은 콜센터 등을 통해 미국 주식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는 사례도 많아졌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은 글로벌 1위 기업이라는 높은 세계적 위상을 비롯해 3개월마다 지급하는 배당금, 선진 시장 시스템이 매력적"이라며 "일단 미국 주식을 시작한 투자자들은 굳이 한국 주식에 투자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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