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최종현 회장을 다시 만나다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2018.09.03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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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보니까 표정까지 자세히 보이고 좋네요. 잠깐이지만 그리웠던 사람들도 다시 보고 궁금했던 대한민국과 SK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지난달 24일 서울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열린 고 최종현 회장 20주기 추모행사. 최종현 회장이 최신 기술인 홀로그램 영상으로 생전의 모습과 음성으로 무대에 나타났다. 홀로그램으로 부활한 최종현 회장은 5분여에 걸쳐 추모식에 참석한 500여명의 추모객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최종현 회장은 그가 평소 즐겨 먹은 수원식 육개장을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를 하면서 무대를 떠났다.



선대회장이 떠난 뒤 최태원 회장이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무대로 나왔다. 최태원 회장도 20년 만에 선친을 만난 감동에 말을 잊지 못했다. 마음을 진정시킨 최 회장은 가슴 벅찬 목소리로 “오늘 이 자리가 선대회장을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고 같이 만들어나가는 자리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슴이 먹먹해진 것은 비단 최태원 회장이나 SK 임직원만은 아니었다. 500여 추모객 모두의 가슴에 감동이 밀려왔다.

홀로그램으로 20년 만에 무대에 등장해 인사하기 전 최종현 회장은 그가 세운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 출신인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과 20여분간 영상대담을 했다. 그래픽과 사진으로 구현된 최종현 회장은 자신의 국가관 기업관 인재관은 물론 SK의 경영철학인 SKMS, 그리고 SK의 사회적 가치경영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전통적 형태의 추모식에서 벗어나 첨단기술이 반영된 새로운 복합공연 형태로 치른 최종현 회장의 20주기 기념행사는 “선대회장이 SK그룹의 비약적인 성장을 직접 확인한다면 어떤 말을 하실까”라는 최태원 회장의 물음과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20년이 됐다고 해서 추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한번 나타나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영상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염재호 총장과의 영상대담이었고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홀로그램을 통한 최종현 회장의 등장이었다. 실감형 미디어인 홀로그램은 기술 난이도가 높아 세밀하게 영상을 구현하는 게 매우 어렵지만 최근 5G(5세대)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가능케 됐다. SK그룹이 선대회장의 모습과 목소리를 완벽하지는 않지만 추모객들에게 감동을 줄 만큼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은 SK텔레콤의 5G기술 덕분이었다.

SK는 삼성과 현대차에 이어 재계서열 3위지만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뛰어난 경영성과에다 안정된 지배구조까지 갖춰 종합적으로 보면 가장 선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성과와 결실의 정점에는 당연히 최태원 회장이 있다.


더욱이 최태원 회장이 끌어가는 SK호에는 어느 기업에도 없는 새로운 경영전략인 ‘사회적 가치’라는 게 있다. 고 최종현 회장이 영상인터뷰에서도 강조했지만 21세기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같은 하드웨어만으론 부족하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데 그게 바로 SKMS고, 최태원 회장의 SK에서는 SKMS의 핵심이 바로 ‘사회적 가치’다.

기존 형식적이고 엄숙하기만 한 추모식에서 벗어나 최첨단기술을 동원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공유하는 복합공연 형태로 진행된 고 최종현 회장 20주기 추모식은 왜 SK가 1등 기업인지를 보여주고도 남았다. 최태원 회장은 1시간여에 걸쳐 추모객들이 만찬을 할 때 본인은 식사도 거른 채 모든 테이블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건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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