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언제 할거니?" 20대 남성 결혼 더 어려워지는 이유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8.09.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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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20대 남녀 성비 112.5…전 연령대 가운데 '남초 현상' 가장 심각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결혼 언제 할거니?" 20대 남성 결혼 더 어려워지는 이유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 누구나 즐거워야 할 명절이지만 미혼 남녀들은 별로 달갑지 않다. 일가 친척들과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결혼 언제 할거니?" 라는 질문을 무한 반복해서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또래 친척이 결혼하고 자녀까지 데리고 오는 경우엔 집안 어른들에게 눈치가 보이고, 소위 결혼 적령기라 불리는 나이를 넘어선 이들은 집안에서 처리하지 못한 짐짝이 된 느낌마저 들기 십상이다.



그런데 더욱 암울한 것은 미혼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앞으로 더욱 결혼하기 더 힘들어 질 것이란 전망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현재 20대(20~29세) 남녀 성비는 여자 100명당 남자가 112.5명으로 결혼을 앞둔 20대의 남녀 성비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결혼 적령기인 30대(30~39세)의 남녀 성비는 105.2이고, 10대(10~19세)의 남녀 성비는 108.4로 남자들의 인구가 여자보다 많은 이른바 ‘남초 현상’이 특히 젊은 층에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남녀 인구 구성을 단순히 따진다면 20대 여성 100명당 약 13명의 남성들이 아예 짝을 찾을 수조차 없는 심각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또한 현재 20대 남성이 앞으로 현재 10대 여성과 결혼을 한다고 해도 지금의 10대 역시 남녀 성비가 108.4를 나타내고 있어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남성들의 결혼난은 앞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게다가 결혼을 필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많고, 또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 역시 여성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20대 남성들의 결혼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2017년 사회지표에 따르면 미혼 남성의 경우 42.9%가 결혼은 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미혼 여자의 경우 31.0%에 불과했다. 반면 결혼을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는 응답은 미혼 남성이 49.3%, 여성은 59.5%로 나타나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응답자 비중이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미혼 남성은 3.3%인데 반해 미혼 여성의 경우에는 6.0%로 남성에 비해 거의 두 배 가량 많았다.


가족관계의 만족도에 있어서도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해 남자는 71.3%가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나, 여자는 58.5%에 불과해 무려 12.8%포인트나 낮았고, 배우자 부모에 대한 만족도 역시 남자는 57.4%가 만족한다고 응답했지만, 여자의 경우 46.7%에 불과해 기혼 여성들이 결혼생활에서 느끼는 만족도는 남성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사회 진출이 과거보다 훨씬 활발해졌지만 결혼 이후 출산과 함께 소위 '독박 육아'라 불리는 육아 부담 그리고 이로 인해 여성이 겪을 수밖에 없는 경력 단절 문제 등이 여성의 결혼생활 만족도를 추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5~29세 여성의 고용률은 69.6%이다. 그러나 30~34세, 35~39세 여성의 고용률은 각각 61.0%, 58.1%로 크게 하락했다. 그리고 40~44세에 이르면 고용률은 다시 61.8%로 나타나 경력 단절에 따른 전형적인 ‘M자형’ 고용률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남자의 경우 25~29세의 고용률은 67.9%로 여자보다 낮지만, 30~34세, 35~39세 남성의 고용률은 각각 87.3%, 92.7%로 오히려 높아지며 여성과 비교할 때 훨씬 높은 고용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최근 우리나라의 혼인율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에 따르면 2016년 28만1635건이었던 혼인건수는 지난해 26만4455건으로 6.1%나 감소했고, 올해 들어선 상반기(1~6월) 기준으로 13만42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혼인율은 무섭게 줄어들고 있다. 남성의 경우 혼인율이 30~34세에서 가장 높은데, 2016년 59.3%에서 지난해 56.4%로 2.9%포인트 하락했다. 여성의 경우 혼인율이 25~29세가 가장 높은데 2016년 66.5%에서 지난해 60.6%로 5.9%포인트나 하락했다.

한편 미혼 남성 입장에선 주택 구입과 육아, 교육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남자들이 결혼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남자가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 결혼문화가 존재한다. 그런데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지역 평균 아파트 가격은 올해 7월 기준 7억3821만원으로 지난해 6억2448만원에 비해 무려 1억1374만원(18.2%)이나 올랐다.

반면 지난해 5인 이상 근로자 사업체의 근로자 평균 연봉은 약 4200만원으로 1년 새 오른 아파트 가격은 근로자 연봉의 무려 2.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성비 불균형으로 여성 배우자수도 부족해지고, 여자들은 날로 결혼을 기피하는 데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집값에 신혼집 마련 부담까지 남자가 떠안아야 하니 미혼 남성들에게 결혼은 점점 더 '미션 임파서블'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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