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이 튀긴 '팝콘 소리'에 놀란 車업계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8.09.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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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車 매력에 빠지다]①고성능 첫 양산 모델 'i30N' 출시 1년, 5500대 판매...고객 수요 충족에 고수익 모델 확장까지

정의선이 튀긴 '팝콘 소리'에 놀란 車업계


‘타다닥 탁’

현대자동차가 팝콘 튀기는 소리에 빠졌다. 팝콘을 튀기는 듯한 배기음을 가진 고성능차 ‘N’ 모델의 출발이 기대 이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고성능 ‘N’ 브랜드를 이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1일 현대차 (233,000원 ▼4,000 -1.69%)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유럽시장에 선보인 ‘i30N’은 지난 1년간 총 5575대(지난 14일 기준)가 판매됐다. 현대차가 예상한 판매량의 2배 이상 수준으로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는 ‘i30 N’의 증산을 검토 중이다. 올해 유럽서 판매된 ‘i30’ 중 약 7%가 ‘i30N’이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번째 양산 모델인 ‘i30N’은 시작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공식 출시 전인 지난해 7월 진행한 초판(first edition) 100대 판매는 사전 예약 이틀 만에 동났다. 고성능차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 거둔 성과라 그 의미가 더 크다.



‘N’의 성공은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출시한 ‘N’의 두 번째 모델 ‘벨로스터N’의 계약은 1032대(지난 14일 기준)에 달한다. 현대차가 내부적으로 잡은 올해 ‘벨로스터N’ 판매 목표량 300대를 훌쩍 뛰어넘는 계약 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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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고성능차는 트랙을 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춰야 한다. 아우디와 르노는 고성능 차량에 ‘RS’(Racing Sport·Renault Sport)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유다. 현대차의 ‘N’은 ‘녹색 지옥’으로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트랙에서 탄생했다.

또 동급의 일반차량보다 출력, 속도, 선회 성능, 제동력이 압도적으로 좋아야 한다. ‘벨로스터N’(퍼포먼스패키지)은 'i30N'과 같은 N 전용 고성능 2.0 터보 엔진을 통해 최고출력 275마력과 최대토크 36kgf·m의 뛰어난 동력 성능을 갖고 있다. 기본 모델이 된 '벨로스터'(1.6터보 기준)의 204마력과 27kgf·m과 비교해 크게 앞선 성능이다.


현대차 ‘N’은 고성능에 일상생활에서의 실용성과 가성비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차 고성능사업부장 겸 부사장은 지난 6월 부산모터쇼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 뛰는 운전의 재미를 경험하도록 하는 게 ‘N’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벨로스터N’은 오는 4분기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시험고성능차담당 사장은 "‘벨로스터N’은 미국 시장의 진정한 운전 마니아를 위한 차량으로 현대차를 새로운 레벨로 이끌 것"이라며 "현대차의 능력을 보여주는 차"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다음달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 세 번째 ‘N’ 모델인 ‘i30 패스트백N’을 공개할 예정이다. ‘i30 패스트백’은 ‘i30’ 디자인을 기반으로 전장이 115mm 더 길어진 모델이다. 고성능 쿠페형 디자인을 원하는 고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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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車 업계, '고수익' 고성능차에 매료…국내시장도 변화= 최근 자율 주행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이지만 차량의 기본인 ‘달리는 재미’를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경기 불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고수익을 내주는 고성능차 개발에 더 몰두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가고 있다. 국내 승용차 보급률이 인구 2.8명당 1대까지 올라오면서 자동차 구매는 ‘단순 탈 것’에서 개인의 개성을 나타내는 기호품의 성향이 강해졌고, 고성능차에 대한 선호도 높아졌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고성능 브랜드 성장이 국내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올 1~8월 ‘메르세데스-AMG’의 판매량은 193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 늘었다. BMW의 ‘M시리즈’의 올 누적 판매량은 699대로 지난해 대비 42.7% 증가했다.

현대차도 이점을 노렸다. 고성능차를 원하는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N’을 만들었다. 'N' 브랜드가 발표된 2015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이전부터 정 수석부회장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한 현대차 연구원은 "’i30N’ 개발 당시 정 수석부회장이 남양연구소에 직접 와 주행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N’ 브랜드 마케팅도 개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대차는 ‘RPM이 아닌 BPM(Heart Beats per Minute)’, 고객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차량을 만든다는 철학을 ‘N’에 담았다.

‘벨로스터N’의 홍보영상도 팝콘을 튀기는 듯한 특유의 배기음에 초점을 맞춰 제작했다. 고성능차 특유의 감성을 강조했다. 고성능차는 배기구 쪽에서 ‘타다닥’ 튀는 소리가 나는데, 속도를 빠르게 줄일 때 엔진에서 타고 남은 연료가 뜨거운 배기관 위에서 연소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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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브랜드의 ‘낙수효과’…현대차, 전 모델에 ‘N옵션’=
고성능차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신기술의 낙수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차는 모터스포츠→브랜드 셰이퍼(전용 스포츠카)→N모델→N라인업→N옵션으로 짜여진 고성능 ‘N’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N’ 브랜드 최상단에 모터스포츠를 두고, 모터스포츠 참가를 통해 터득한 기술력을 일반 차량에 지속 적용할 계획이다. 이미 현대차는 모터스포츠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10회(총 13회)까지 진행된 ‘2018 WRC(world rally championship)’에서 현재 선두와 근소한 차이로 제조사 부문 2위를 기록 중이다.

고성능 스포츠카도 개발한다. 고성능 전용모델로 브랜드 이미지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최근 지속적으로 고성능 R&D(연구·개발) 부문의 연구원을 충원하고 있다.

볼륨 모델로는 현재 출시된 ‘i30 N’과 ‘벨로스터 N’과 같은 N모델이 있다. 업계에는 현대차가 N모델을 SUV(다목적스포츠차량)인 ‘코나’, ‘투싼’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성능 전기차 모델도 차기 N모델 후보 중 하나다.

이와 함께 고성능차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일반 차량에도 고성능 디자인과 성능 패키지를 제공하는 ‘N라인’을 운영하고, 고성능 기능 강화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부품 및 사양을 추가하는 ‘N 옵션’을 운영할 예정이다. ‘N 옵션’은 현대차의 모든 일반 차량에 동일하게 제공될 예정이다.

쉬미에라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달 9일 독일에서 N브랜드를 소개하며 "‘i30N’과 ‘벨로스터N’, ‘i30 패스트백 N’은 동일한 성능의 유전자와 강한 개성을 공유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항상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고, 고객에게 획기적인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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