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소상공인도 시큰둥한데"… '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8.08.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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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종합)

편집자주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0%로 낮추자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주도하는 서울페이도 은행과 결제플랫폼 사업자가 이익을 포기해 소상공인 수수료 0%를 실현하는데 카드사도 양보하라는 논리다,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 사업이 이미 적자라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의 주장이 엄살인지 사실인지 분석해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0% 카드수수료…카드사는 돈 벌지 말라는 얘기
[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1>신용판매 적자로 매년 순익 감소폭 확대…이자장사도 한계

[MT리포트]"소상공인도 시큰둥한데"… '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
신용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 0% 덫에 걸렸다. 정부가 서울페이 등 소상공인 대상으로 0% 수수료의 간편결제 서비스 ‘공공페이’ 출범을 준비하는 한편 신용카드 수수료율 추가 인하도 추진하고 있어서다.



카드업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카드 수수료율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선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0%로 낮추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여신 기능이 없어 카드사의 자금 조달이 필요없는 체크카드의 경우 지난해 대선 때 0% 수수료가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소상공인에겐 수수료를 안 받는 서울페이 등 공공페이는 QR코드를 통해 소비자 계좌에서 가맹점주 계좌로 돈이 입금되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송금 수수료를, QR코드 결제플랫폼 사업자는 수수료를 안 받아 0% 수수료가 가능하다. 결국 은행과 결제플랫폼 사업자가 희생을 감수하고 무료 서비스하는 대가가 0% 수수료다.



정치권은 카드사들도 최저임금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소상공인 수수료를 0%로 낮추라고 요구한다. 카드 수수료 0%는 가능할까.

◇영세·중소 가맹점 0% 되면 카드사 1조3000여억원 손실=현재 카드 수수료는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경우 0.8%, 연매출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의 경우 1.3%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 전체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 중 영세·중소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11.24%였다.

지난해 8개 전업계 카드사 전체 수수료 수익이 11조6783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세·중소 가맹점에서 발생한 수수료 수익은 1조3126억원이었다. 중요한 것은 1조3000여억원은 매출이지 이익이 아니란 점이다. 단말기 설치 등 가맹점 관리와 결제 승인 및 중개를 맡는 밴(VAN)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카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포인트 적립 등 마케팅 비용, 카드사 직원들의 인건비, 여신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자금 조달비와 대손충당금 등의 비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카드사들은 이런 비용을 감안하면 신용카드 사업(신용판매업)은 이미 적자라고 주장한다. 영세·중소 가맹점이 84.2%로 절대 다수를 차지해 일반 가맹점에서 내는 이익으로 메울 수 없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신용판매업에서 나는 적자를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금융업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으로 메우고 이익을 내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적자 주장이 사실이라면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이 0%가 되면 카드사들은 연간 1조3000여억원의 적자가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이는 금융업에서 나는 이익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고 카드사들은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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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본업포기하고 이자장사에 주력해야 하나=카드사가 카드 수수료를 낮추고 금융업, 다시 말해 이자장사로 이익을 내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카드사의 본업은 신용판매업이지 금융업이 아니다. 게다가 정부의 큰 정책 방향이 가계부채 억제라 카드사가 금융업을 확대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정부는 카드사의 대출 증가율을 연 7% 이내로 총량 관리하고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은 사실상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카드사들은 신용판매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금융업으로 메우는데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8개 카드사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14년 2조1770억원에서 2015년 2조126억원, 2016년 1조8108억원, 2017년 1조3019억원으로 계속 줄어왔다. 순익 감소율은 2015년 7.6%, 2016년 10.0%, 2017년 28.1%로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순익을 기준으로 하면 카드사당 순익이 평균 1627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순익에 카드사가 보유하고 있던 유가증권 매각이익 등 일회성 이익이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카드사는 전체 손익 기준으로도 적자 위험에 빠졌다.

카드사의 금융업 확대는 위험하기도 하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는 회사채, 기업어음(CP), 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글로벌 금유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금리가 급등하거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2003년 LG카드처럼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페이에 참여하는 은행은 예대마진이 주 수익원이라 송금 수수료를 안 받아도 큰 타격이 없고 결제플랫폼 사업자는 여신기능이 없어 카드사와 같은 자금 조달비와 대손충당금이 필요 없다”며 “카드사들에 고통분담 차원에서 소상공인 수수료를 0%로 낮추라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주명호 기자

1500억 신용평가시장에 8개 카드사 뛰어들라고?
[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2>신용평가 3사 전체 수익, 영세·중소 가맹점 수익의 10%에 불과

정부와 정치권에선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이 본업에서 돈을 못 버는 대신 신사업을 허용해 이익을 내게 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카드사에 신용평가사업 같은 신규업권 진입을 보장하고 소상공인 수수료는 시원하게 없애버리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카드사에 새 업무를 허용해 수수료 인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새로 진입해 수익을 낼만한 사업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정 의원이 언급한 신용평가업만 해도 기존 업체들을 뚫고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신용평가시장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3사가 시장을 과점하는 구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평가시장은 이미 기존 3사 체제가 굳어졌다”며 “8개나 되는 카드사가 파고들 만한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시장이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대체할 만한 규모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신용평가 3사의 지난해 총 수익은 1480억원 수준으로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 수익 1조3126억원의 11% 수준에 불과하다. 영세·중소 가맹점 0% 인하에 따른수익 보전은커녕 신사업 진출에 따른 비용만 손실로 남게 될 수 있다.

카드사에 대한 신사업 허용은 카드 수수료 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되풀이됐던 유인책이다.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정부가 카드사의 적격비용을 계산해 사실상 수수료율을 결정하는데 대해 카드사들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이듬해 9월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카드사가 본업 외에 진출할 수 있는 부수 업무를 확대해줬다.

이에 따라 카드사에 허용된 부수 업무는 기존 보험대리점, 통신판매업, 여행업에서 △빅데이터 활용 컨설팅서비스 △업무 관련 디자인권·상표권 사용 △소비자 대상 금융교육 △지급결제대행 등 전자금융거래업무로 늘었다. 하지만 허용된 부수 업무가 수익성이 떨어져 실효성이 없다는게 카드사들의 평가였다.

2015년에 3년 주기의 카드 수수료 재산정에 따라 다시 수수료율이 인하되자 정부는 카드사의 부수 업무에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해 진출 범위를 더 넓혀줬다. 카드사에 금지된 업무 빼고는 다 하라는 취지였다. 카드사들의 기대감은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금지 업무를 빼면 실질적으로 수익을 낼만한 사업이 없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가 대두될 때마다 신사업 허용 논의가 따라왔지만 실효성이 없었다”며 “신사업을 늘려줄 테니 수수료를 더 낮추자는 주장은 카드사에 대한 기만이나 다름없고 카드사에 본업인 수수료를 포기하고 다른 사업에서 돈 벌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주명호 기자

적자라면서 마케팅 비용 못 줄이는 카드사 속내
[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3>마케팅이 곧 점유율, 점유율 줄면 금융수익 직격탄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카드사들의 소비자에게 쓰는 마케팅 비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권이 주장하는 소상공인 0% 수수료는 실현되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의 수수료율 인하는 불가피한 만큼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부터 일회성 마케팅을 가급적 중단하라고 카드사에 권고했다. 카드 상품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지 않는 신차 구매시 캐시백 혜택과 아파트관리비 카드 납부시 할인 등이 불필요한 마케팅이라는 판단이다. 일회성 마케팅을 줄이지 않을 경우 마케팅 비용을 공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MT리포트]"소상공인도 시큰둥한데"… '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
마케팅 비용은 정부가 카드사의 수수료율 산정을 위해 검토하는 적격비용에 들어간다. 마케팅 비용이 줄면 그만큼 수수료 인하 여지가 생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나 소상공인 관련 단체들은 마케팅 비용을 아예 적격비용 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마케팅 비용을 빼면 연매출 10억원 이하 일반 가맹점은 평균 약 0.16%포인트, 10억원 초과 일반 가맹점은 약 0.45%포인트씩 수수료가 내려간다고 추산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이 고객에게 주는 부가서비스 비용이라며 함부로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영세·중소 및 특수 가맹점을 제외한 평균 카드 수수료율은 2.08%인데 카드사들은 이중 최소 절반 이상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마케팅을 줄이면 현재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축소해야 한다”며 “일정 수준의 혜택을 기대하고 가입한 고객들이 반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생존이 걸려 있어서다. 전업계 카드사만 8개, 은행에 속해 있는 카드까지 포함하면 11곳이 치열하게 갱쟁하는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금세 점유율이 떨어진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시장 점유율은 마케팅만 늘리면 금방 올라간다”며 “마케팅이 곧 점유율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점유율이 줄더라도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라는 얘기는 카드사에 배 부른 소리다.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업에서는 이미 적자라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금융업에서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는 “누가 카드론을 쓸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카드 회원을 많이 확보하는게 중요하다”며 “카드 회원 중 평균 10%가량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이용한다면 회원이 1000만명인 카드사와 300만명인 카드사 중 누가 돈을 더 버는지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들은 은행계 카드사처럼 은행이라는 든든한 영업채널이 없거나 미미해 마케팅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모집인이나 복합점포를 통해 카드 회원을 모을 수도 있지만 은행 영업에 비해 효율이 낮다”며 “마케팅을 줄이면 중장기적으로 은행계 카드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페이의 탄생은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더더욱 줄이기 어렵게 만들었다. 서울페이의 막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카드 사용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연봉 5000만원인 사람이 연 2500만원을 서울페이로 결제하면 소득공제액이 79만2000원이지만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49만5000원이다. 서울페이에 비해 모자라는 세금공제 혜택을 만회하려면 포인트 적립 등으로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한다는게 카드사 입장이다.

여신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현재 월 200만원 이상을 신용카드로 쓰면 최소 월 4만원의 포인트가 쌓여 소득공제를 포함한 신용카드 혜택이 연 97만5000원으로 서울페이보다 더 높지만 고소득자는 서울페이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며 “결제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졌는데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명호 기자

카드 수수료 0%, 밴사·PG사도 후폭풍
[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4>수수료 인하시 비용절감 위해 밴사 업무 축소 불가피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 카드사뿐만 아니라 가맹점 관리와 결제 중개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밴(VAN)사도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가 0%가 되면 카드사들로선 밴사에 지급하는 밴수수료를 깎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더 낮아지면 카드사들은 지금보다 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밴수수료 가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밴사는 결제 전산망 관리, 결제 승인, 전표 매입 및 수거 등에 대한 대가로 카드사로부터 카드 결제액의 평균 0.22%가량을 수수료로 받는다. 표면적으로 카드 수수료가 낮아져도 카드 결제액이 줄지 않는 한 밴사 수익엔 영향이 없는 구조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밴사에 맡기는 업무를 줄여 밴수수료를 절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표 매입 및 수거 업무가 대표적이다. 전자전표가 주를 이루면서 종이전표를 수거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카드를 비롯한 카드사들은 지난해 IT(정보기술)업체 케이알시스에 전체 가맹점의 전표 매입 업무를 위탁하려 추진하다 밴사 반발에 부딪혀 중단했다. 이 결과 신한카드가 케이알시스에 전표 매입 업무를 맡긴 가맹점은 현재 9%에 그친다.

밴수수료 중 전표 매입에 드는 비용은 정액 기준으로 건당 18원 정도인데 케이알시스를 이용하면 이 비용이 5~6원 수준으로 급감한다. 카드 수수료가 더 낮아지면 카드사들은 다시 케이알시스에 전표 매입 위탁계약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케이알시스와 전표 매입 위탁계약 확대를 당분간 보류한 것이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아니”라며 “카드 수수료가 더 낮아지면 재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이유로 밴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가 당장 손실이 나는데 밴수수료를 그대로 유지하긴 어렵다”며 “밴사도 카드 수수료 인하율만큼 밴수수료를 깎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 카드 결제를 중개하는 PG(전자결제 대행)사 역시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PG사는 관리하는 온라인 사업자에게 카드 수수료를 받아 카드사에 전달하면서 중개 수수료를 취하는 만큼 카드 수수료가 인하돼도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와 함께 PG사의 결제 중개 수수료까지 낮춰야 한다는 압박이 고조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PG사가 온라인 가맹점에서 받는 결제 중개 수수료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PG사 역시 수익이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0% 카드 수수료, 정작 소상공인은 '시큰둥'[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5>인건비·임대료가 부담이라는데 정책 돌려막기로 카드 수수료 인하 남용

정부와 정치권이 우대수수료율 0%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정작 대상자인 영세·중소 가맹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이미 매출 세액공제를 통해 실질 수수료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세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을 내세워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수는 전체의 76.5%인 203만9392개로 나타났다. 연매출 3억원에서 5억원 이하 구간인 중소 가맹점은 전체의 7.7%인 20만5612개다. 전체 가맹점 중 84.2%가 영세·중소 가맹점이다.

영세 가맹점의 경우 실질 수수료 부담은 이미 0원이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연매출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는 카드 매출의 1.3% 내에서 연간 500만원을 부가세에서 공제해주기 때문이다. 연매출 3억원이 모두 카드매출로 발생하는 가맹점의 경우 공제액은 390만원이다. 반면 카드 수수료는 0.8%의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돼 240만원이 나온다. 수수료 부담을 빼고도 연간 150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는 셈이다.

중소 가맹점도 실질 부담이 크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매출이 모두 신용카드로 발생한다고 가정했을 때도 부담하는 연간 수수료는 최대 150만원 수준으로 월 12만5000원이다. 수수료율로 따지면 0.0~0.3% 수준에 불과하다. 당초 올해 일몰 예정이었던 매출 세액공제 기간은 내년 세법 개정안에 따라 현재와 동일한 공제율이 2020년까지 연장 적용된다.

정부의 논리와 달리 영세·중소 가맹점에는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결국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무마하기 위한 포퓰리즘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는 쪽도 마트 등 일반 가맹점에 속한 자영업자들로 영세·중소 자영업자와는 거리가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마트들이 대형 마트와 경쟁하기 어려운 현실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이들이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아야할 대상인지는 별개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정책의 부작용을 돌려막기 위한 방편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가 악용되는 것이 이제는 중단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카드사 임원은 "최저임금은 내년에도 오를텐데 지금 수수료를 0%대로 낮춘다고 해서 다시 손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장기적인 정책 계획이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주명호 기자

0% 카드 수수료, 정작 소상공인은 '시큰둥'

[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5>인건비·임대료가 부담이라는데 정책 돌려막기로 카드 수수료 인하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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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율이 0%로 떨어지면 영세·중소 가맹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지금보다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카드 수수료는 내지 않는데 매출세액공제 혜택은 그대로 받아서다.

그럼에도 영세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0% 수수료 주장을 반기지 않는다. 오히려 임대료나 인건비 등에 비해 부담이 미미한 수수료를 내세워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수는 전체의 76.5%인 203만9392개로 나타났다. 연매출 3억원에서 5억원 이하 구간인 중소 가맹점은 전체의 7.7%인 20만5612개다. 전체 가맹점 중 84.2%가 영세·중소 가맹점이다.

영세 가맹점의 경우 실질 수수료 부담은 이미 0원이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연매출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는 카드 매출의 1.3% 내에서 연간 500만원을 부가세에서 공제해주기 때문이다. 연매출 3억원이 모두 카드매출로 발생하는 가맹점의 경우 공제액은 390만원이다. 반면 카드 수수료는 0.8%의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돼 240만원이 나온다. 카드 수수료가 0%가 되면 공제액 390만원이 모두 이익이 된다.

중소 가맹점도 실질 부담이 크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매출이 모두 신용카드로 발생한다고 가정했을 때도 부담하는 연간 수수료는 650만원 수준이다. 최대 공제액인 500만원을 제외하면 남는 부담은 150만원으로 월 12만5000원에 그친다. 수수료율로 따지면 0.3% 수준에 불과하다.

수수료율이 0%대로 떨어지면 최대 500만원인 소득공제액을 그대로 적용 받을 수 있어 영세·중소 가맹점은매출세액 공제액이 그대로 아익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연간 수천만원 수준인 매장 임대료나 인건비에 비해 미미한 수준인 카드 수수료를 앞세운 것에 대해서는 소상공인들도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무마하기 위한 포퓰리즘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실제로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는 쪽도 마트 등 일반 가맹점에 속한 자영업자들로 영세·중소 자영업자와는 거리가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마트들이 대형 마트와 경쟁하기 어려운 현실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이들이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아야할 대상인지는 별개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정책의 부작용을 돌려막기 위한 방편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가 악용되는 것이 이제는 중단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카드사 임원은 "최저임금은 내년에도 오를텐데 올해는 수수료를 0%로 낮추면 내년앤 뭐를 더 낮출자 의문"이라며 "장기적인 정책 계획이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주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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