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장기 가입한 국민이 늘어나고 향후 공무원연금 지급률이 낮아지면 격차는 다소 줄어들겠지만 다른 특수직 연금과 비교할 때 국민연금 수급자가 갖는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는 13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국민연금을 폐지하거나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 통합해 달라는 청원이 잇따르는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맥락에서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연금을 먼저 개혁하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대두된다.
공무원연금은 부담률이 높음에도 지급액이 급격히 늘어나 2001년부터는 재정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가 보전금은 2016년을 기준으로 공무원연금에는 2조3189억원에 달한다. 공무원연금 국가보전률은 현재 3.8%인데, 2045년에는 14.0%로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군인연금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1973년부터 적자가 나 혈세로 메꿔야 했고, 2016년 1조3665억원에 달하는 국가보전금이 투입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명당 국가 보전금은 군인연금의 경우 1534만원, 공무원연금의 경우 512만 원에 달한다. 특수직역 연금 가운데 사학연금만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에 먼저 손을 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공무원연금 적자를 해소하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2015년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1.9%에서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1.7%까지 낮추고, 보험료율은 7%에서 5년간 단계적으로 9%까지 높이는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천문학적 금액의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특히 군인연금은 2013년 소득상한제가 도입되고 기여금부담률을 7%로 올린 이후 여태 개혁다운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2040년대 초반까지 재정수지가 흑자를 유지할 국민연금과 이미 적자 덩어리인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을 통합할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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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공무원만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하더라도 기존 공무원연금 등 가입자·수급자의 경우 계속 정부 재정으로 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혈세 투입’이라는 점에서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국민연금과 다른 특수직역 연금을 통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하지만 당장의 통합은 국민연금 재정으로 공무원연금 등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