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나 직장 따위에 일정한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하거나 출근함'
국립국어원이 정의한 '개근'의 뜻이다. 국회의원의 본회의 출석률은 성실성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다. 그동안 출석률에 따라 '결석왕' 또는 '개근왕' 타이틀을 달아온 이유다. 하지만 정말 국회의 출석률이 의원들의 성실성을 보여주는 적절한 수치일까.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출석과 달리 국회의 기준은 어딘가 이상했다.
때문에 국회 회의록엔 '출석' 외에도 '개의 시 재석'과 '산회 시 재석' 여부를 따로 표기한다. 이를 비교해보면 국회의원이 지각을 했는지 또는 얼마나 회의장에 오래 남아있었는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국회에서 이뤄지는 투표는 기본적으로 국회법 제112조 1항에 따라 전자투표로 실시한다. 각 의원들 자리에 있는 모니터에 '투표 시작(또는 재석)' 버튼을 누른 후 '찬성, 반대, 기권'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순서다.
문제는 의원이 자리에 앉아 있어도 '투표 시작'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기권'조차 누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회의장에 있다고 해도 '투표 시작'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회의장에 없는 것과 똑같이 집계된다"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모니터에 투표가 뜨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서 잠깐만 딴 생각을 하면 투표가 끝나버릴 수 있다"며 "행사에 갔다 오면 20번부터 시작할 수도 있고, 깜빡 졸 수도 있고, 화장실 갔다 왔는데 법안 몇 개가 지나갔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석률이 꼭 의정활동의 성실성을 대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의원의 성실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300은 출석률 대신 의원들의 '투표율'을 산출해봤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참고해 20대 국회 본회의에 올라온 안건 1657건 중 투표에 참여한 안건을 비율로 집계했다. 본회의장에 얼굴을 나타냈느냐가 아닌 법안에 얼마나 의사표시를 했느냐가 방점이다.
대상은 당의 얼굴인 여야 교섭단체의 지도부로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까지다. 민주당 3명(추미애·홍영표·김태년), 한국당 2명(김성태·함진규), 바른미래당(김동철·김관영·채이배) 3명으로 총 8명이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집계에서 제외했다.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누리집 '열려라 국회'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당 지도부 8명 모두 출석률은 85% 이상으로 높았다. 해당 통계는 국회회의록시스템에서 가져온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므로 앞서 설명한 국회 출석률 근거와 동일하다.
높은 출석률과 달리 더300(the300)이 조사한 투표율 집계에선 상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48%, 홍영표 원내대표는 79%,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40%에 그쳤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47%, 함진규 정책위의장의 투표율은 90%로 원내지도부 8명 중 가장 높았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관영 원내대표의 투표율은 67.7%로 동일했고 채이배 정책위의장은 80%를 기록했다.
차기 민주당 대표 선거에 나선 김진표·송영길·이해찬(가나다 순) 당대표 후보들의 투표율도 추가로 살펴봤다. 김진표 후보는 54.1%, 송영길 후보는 64.6%, 이해찬 후보는 27.7%의 투표율을 보였다. 출석률은 송 후보가 77.4%로 가장 낮았지만 투표율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78.5%의 높은 출석률을 기록한 이 후보의 투표율은 27.7%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