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관객의 흘린 땀 90% 책임진 악동 ‘세 팀’

머니투데이 인천=김고금평 기자 2018.08.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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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3시~7시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대낮 폭염 ‘맞짱’ 무대 진풍경…크래쉬, 크로스페이스, 칵스로 이어진 ‘3연타석’ 광란의 무대

11일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 중 가장 더운 오후 3시 공연에 관객들은 더 미친듯이 뛰며 즐겼다. '이열치열', '록생록사'를 보여준 화끈한 관객의 퍼포먼스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사진제공=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11일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 중 가장 더운 오후 3시 공연에 관객들은 더 미친듯이 뛰며 즐겼다. '이열치열', '록생록사'를 보여준 화끈한 관객의 퍼포먼스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사진제공=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폭염은 역시나 오차 없이 제 말을 걸어왔다. ‘35도 아니면 내가 아니지’ 하며 2만 관객을 놀릴 때, 관객과 뮤지션은 되레 이열치열로 맞받았다. 폭염이 가장 활기찬 행보를 보이던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공교롭게 가장 ‘센’ 음악을 자랑하는 팀들이 연달아 무대에 등장했다. 마치 준비된 폭염에 준비된 전사의 입장 같았다.



11일 오후 3시 20분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의 폭염 ‘맞짱’ 뮤지션의 포문은 크래쉬가 열었다. 크래쉬가 누구인가. 1993년 데뷔해 25년간 록 필드에서 독야청청 누비던 센 남성들이 아니던가. 폭염에 지글거리는 레이저광선이 있다면, 크래쉬에겐 고막을 뚫리게 할 기타의 강한 금속음과 땅에 지진을 일으킬 막중한 드럼의 페달이 있다.

관객은 예상했던 대로, 이들의 첫 음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폭염이 날 기진맥진하게 해도, 내 움직임은 막을 수 없다’고 웅변하듯, 관객은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고 점프했다.



잠깐 뛰고 말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 빗겨갔다. 태양 빛이 더 이글거릴수록 관객이 이에 화답했기에 급기야 살수차까지 동원됐다. 땀에 취한 손바닥으로 연주하던 뮤지션들도 “더 뛰어, 더 뛰어” 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뙤약볕에 슬램(slam·서로 몸을 부딪히며 즐기는 퍼포먼스)하는 이들 앞에서 록은 진짜 생명력을 얻은 듯했다.

일본 헤비메탈의 자존심 크로스페이스가 폭염이 쏟아진 11일 오후 4시 50분 무대에 올라 열창하고 있다. 2만 관객은 폭염에 열창으로 대응하는 밴드 무대에 화답하는 의미로 슬램과 헤드뱅잉으로 화답했다. /사진제공=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일본 헤비메탈의 자존심 크로스페이스가 폭염이 쏟아진 11일 오후 4시 50분 무대에 올라 열창하고 있다. 2만 관객은 폭염에 열창으로 대응하는 밴드 무대에 화답하는 의미로 슬램과 헤드뱅잉으로 화답했다. /사진제공=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슬램의 진가는 오후 4시 50분에 나왔다. 일본 헤비메탈의 자존심 크로스페이스(crossfaith)가 등장할 땐, 체면도 예의도 저버리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쳤다. 슬램은 더 정교해졌고, 헤드뱅잉은 더 깊어졌다. ‘각본없는 드라마’처럼 어느새 군락을 이루며 노는 관객의 풍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속에서도 한 편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해가 좀 기울기 시작한 오후 6시 10분 무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록과 일렉트로닉의 감각적 만남으로 절로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하이브리드 록밴드 칵스는 “다시 미쳐볼 준비 됐냐”며 히트곡 퍼레이드를 이어나갔다. 베이시스트 박선빈은 아예 윗옷을 ‘생략’하고 나왔다.


기타의 귀에 쏙 박히는 리프(riff·반복선율)는 관객의 몸을 흔들게 하는 도화선이 되었고 기타 소리를 잡아먹는 드럼과 베이스의 묵직한 리듬에 전자 퍼커션까지 쓰는 숀의 키보드 플레이까지 합세하자 객석은 최고의 그루브(groove·리듬감)에 젖었다.

11일 오후 6시 무대에 오른 하이브리드 록밴드 칵스. /사진제공=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11일 오후 6시 무대에 오른 하이브리드 록밴드 칵스. /사진제공=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현장에서 만난 김민선(여·28)씨는 “폭염을 피하지 않고 폭염에 맞서 제대로 놀 수 있는 문화는 록페스티벌밖에 없는 것 같다”며 “모르는 사람끼리 슬램하는 등 동류의식까지 맛봐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세 ‘악동’ 밴드의 잇따른 무대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다행히 찰과상 정도 외엔 부상자는 없었다. 2만 관객이 이날 하루 흘린 땀의 90%가 이 세 무대에서 나왔다는 말이 나올 만큼 관객과 뮤지션의 합일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의 상징인 객석 속 깃발도 함께 춤을 췄다. 아무리 신나는 무대라도 거의 동요가 없었던 기존의 깃발 문화에도 변화가 생긴 셈이다. 그중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깃발 문구는 ‘록페가/장난이야?/놀러왔어?!’였다.

장난인 듯 장난 아닌 ‘생존’ 같은 무대 풍경에서 록의 진가가 생생히 읽혔다. ‘록페’의 정신과 태도 앞에서 폭염은 그냥 폭염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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