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IT(정보기술) 강국인 우리나라가 개인정보보호법 규제에 가로막혀 4차산업혁명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알리페이나 에어비앤비의 사례처럼 데이터는 간편결제, 숙박공유 등 모바일을 플랫폼으로 한 신규 서비스를 비롯해 AI(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황금알 산업을 낳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데이터 활용보다 개인정보보호에 중점을 둔 규제정책으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행정안전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방송통신위원회), 신용정보법(금융위원회)등 관련 법안과 소관부처도 제각각이고 규제 강도도 해외보다 높다.
이같은 역차별로 2016년 정부 주관으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기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게 문제다. 실제 데이터 결합을 시도했던 20개 기업과 4개의 전문기관이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은 더욱 위축된 상태다.
최근 정부 기류는 달라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은산 분리에 이어 개인정보보호 분야를 규제완화 우선 대상으로 천명했기 때문이다. 연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가명정보 등을 통해 정보주체를 식별할 수 없도록 ‘비식별화’한 뒤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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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산업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 이해 관계자들을 모아 해커톤을 진행, 가명 정보의 활용과 보호, 익명처리의 절차와 기준, 데이터 결합, 개인정보 보호체계 통합 등 쟁점항목 일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개인정보 규제 완화에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사회 논의를 거쳐 구체적으로 입법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이제 막 논의를 시작했지만 미국이나 중국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며 “개인정보 남용 혹은 오용 소지는 철저히 막되, 비식별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