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결함 은폐 의혹받는 BMW…차주 얘기 들어보니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8.08.12 16:26
글자크기

2016년 고장난 520d, 528i 결함 원인 안내 못받아…BMW "조사 시간 걸려, 본사가 보고 묵살한 것 아니다"

7월 29일 오전 0시 28분경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금대리 중앙고속도로 춘천방면 305㎞ 지점 치악휴게소 인근에서 주행 중인 BMW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불은 20여분 만에 진화됐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사진=뉴시스7월 29일 오전 0시 28분경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금대리 중앙고속도로 춘천방면 305㎞ 지점 치악휴게소 인근에서 주행 중인 BMW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불은 20여분 만에 진화됐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사진=뉴시스


#1. 2015년 4월 BMW 520d x드라이브 신차를 구매한 A씨는 구매 이후 1년이 채 안된 2016년 봄에 액셀 출력 저하를 경험했다.



주행 중 40㎞ 이상 속도가 올라가지 않아 당황한 A씨는 곧바로 BMW 공식 서비스센터로 갔다. 도로 위에서 40㎞ 이상 속도가 안나 무서워 바로 고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서비스센터로부터 "부품 문제가 아니고 소프트웨어 문제"라는 설명을 듣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하고 나왔다. A씨는 이 520d를 중고차로 되팔기엔 원래 샀던 가격이 아까워 타고 있다. 현재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최근의 화재 사태를 보고 불안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2. 2016년에 2016년식 528i 가솔린 신차를 구입한 B씨. B씨는 신차를 산지 1년이 채 안된 시점에 '오토홀드' 기능에 문제를 발견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엔진이 아예 꺼졌다.

서비스센터는 '소프트웨어 문제'라고 했다. 그런데 수리 완료 후 1주일만에 같은 문제가 재발했다. B씨는 다시 서비스센터를 찾았고, "원인을 못 찾고 있다. 독일 본사로 보내야 할 수 있고, 수리에 2주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2주 후 B씨는 하드웨어 부품을 바꿨다고 안내받았지만 구체적인 결함 원인에 대해 듣지 못했다.

위 사례의 BMW 차주들은 차량이 화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정확한 결함 원인에 대해 BMW나 서비스센터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 본사 /사진=김남이 기자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 본사 /사진=김남이 기자
◇BMW 독일 본사 결함 인지 후 '묵살' 의혹=BMW 독일 본사가 2015~2016년 한국에서 보고된 다양한 결함 사례를 여러 차례 보고받아 사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묵살'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한국에서 30건이 넘는 화재가 연달아 발생한 이후에서야 늑장 대처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는 "2015년 화재 발생 이후 본사와 지속적으로 관련 사례들을 공유 및 조사해왔다"며 "화재의 경우 여러 가지 경우를 두고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 것이며 본사에서 보고를 묵살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BMW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쿨러 누수' 관련해서도 2016년부터 보고받았으나, 즉각 대처하지 않았다.

요한 에벤비클러 BMW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은 지난 6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2016년부터 흡기다기관에 구멍이 난다는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면서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건 올해 6월"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연달아 차량 화재가 일어나기 시작한 시점에서야 화재 원인을 파악해 '늑장' 대처에 나섰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게다가 BMW는 유럽에서는 이미 2016년 12월부터 개량한 EGR 모듈로 교체해주기 시작했다.

◇'한국 시장 홀대', '늑장 대처' 비판=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화재 원인은 워낙 복합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작년 12월부터 520d 화재 건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리콜 조치를 서둘러 할 수 있었는데 완성차 업체도 각국 법규따라 대응하니 리콜 법규가 미비한 한국에서 늦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고 자동차 업체가 결함을 직접 밝혀야 하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리콜 조치가 선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시행된다(표 참조). 이 때문에 언론이나 SNS 등에서 문제를 집중 지적해야 관심을 갖는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리콜 관련 법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11일에도 BMW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경 인천의 한 운전학원 건물 밖에 정차 중이던 BMW 120d 차량 조수석 사물함 쪽에서 불이 났으며, 운전학원 직원들이 소화기로 진화해 불은 10분 만에 꺼졌다.
차량결함 은폐 의혹받는 BMW…차주 얘기 들어보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