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를 안 한다면 주식을 논하지 마라"-탈레브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8.08.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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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나심 탈레브의 새 책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책임지지 않는 지식인들을 향한 돌직구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주식 투자를 안 한다면 주식을 논하지 마라"-탈레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서 유명해진 나심 탈레브(58)가 올해 2월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이라는 새 책을 출판했다(국내 미출판). 탈레브는 21년 간 옵션을 거래했으며 ‘행운에 속지마라’, ‘블랙스완’, ‘안티프래질’을 출판하는 등 확률과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왔다.

책 제목인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은 '리스크를 짊어지고 직접 이해관계를 걸고 행동해야 한다'는 뜻으로 탈레브는 이 시대의 젠 체하는 전문가들에게 서슴없이 돌직구를 날린다. 특히 탈레브는 돈벌이를 위해 조언하는 전문가들의 말은 믿지 말라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이 자신의 말이 틀렸을 때도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고안된 해결방안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전문가와 컨설팅 업체는 그들이 제시하는 인식·통찰력으로 보상을 받지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세련돼 보이고 복잡한 방안을 제시하는 게 유리하다.

복잡한 문제 해결방안을 이미 접한 사람들은 간단한 해결방안을 받아들일 인센티브가 없다. 관료화된 시스템은 복잡한 해결방안을 파는 사람들의 개입으로 인해서 갈수록 복잡한 해결방안을 채택하게 된다.



탈레브는 전문가들을 싸잡아 비판하는데 그의 말은 '사이다'처럼 우리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우리는 너무 많은 전문가들에 둘러 싸여 살고 있지 않은가. 탈레브는 교수한테서 배울 수 있는 주요한 것은 교수가 되는 방법이고 성공코칭·인생코칭 전문가한테 배울 수 있는 주된 내용은 코칭 전문가가 되는 방법뿐이라고 일갈한다.

◇주식을 토론하기 위해서는
새 책을 홍보하기 위해 경제방송에 출연한 탈레브는 두 명의 저널리스트 및 앵커와 토론을 하게 됐다. 이날의 주제는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이었다. 모두 한 마디씩 하고 난 후 마침내 탈레브의 순서가 왔다.

그러나 탈레브는 "나는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고 공매도 하지도 않았다"며 "나는 주식에 대해 말할 수 자격이 없다"고 말하자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다른 참석자 역시 아무도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보유하지도 공매도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탈레브에 따르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언급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자신이 좋은 투자기회라고 생각해서 주식을 매수한 후 주식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상품의 가장 신뢰할만한 옹호자는 직접 사용하는 사람이 아닌가. 도덕적 해이로 볼 수 없는 경우다.

두 번째는 주식을 선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서 오르면 바로 팔아 수익을 챙기는 행위다. 바로 시장조작이면서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 발생하는 행위다. 이런 시장조작과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컴플라이언스 규정은 저널리스트가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주식만 코멘트함으로써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도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브는 이 방법의 폐해가 장점을 능가한다고 말한다. 즉 리스크가 없고 자신의 이해관계도 결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널리스트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모방하는 안전한 길을 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과는 획일성과 집단적인 신기루다.

그래서 TV에 나오는 주식전문가한테 배울 수 있는 건 사실 주식 투자가 아니라 주식전문가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불과하다.

탈레브는 전문가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누군가 그 의견을 따른다면 전문가 역시 도덕적으로 그 결과에 노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경제전망을 한다면,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말고 그냥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어느 종목이 포함돼 있는지를 말하라는 게 더 진실돼다.

◇좋은 외과의사는 누구일까
탈레브가 알려주는 전문가를 고르는 방법도 재밌다. 한 종합병원의 외과에 비슷한 직급을 가진 두 명의 외과의사가 있다. 첫 번째 의사는 은테 안경을 썼는데 손이 가늘고 섬세하다. 이 의사는 말도 침착하게 하고 제스처도 우아하며 은발의 머리카락 역시 잘 빗겨져 있다. 사무실 벽에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학위증서가 걸려있다.

두 번째 의사는 도살업자처럼 생겼다. 비만한대다 손도 크고 말투도 상스럽고 외모도 단정하지 못하다. 그리고 강한 뉴욕 억양을 가지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게다가 입을 열면 금이빨이 보인다. 사무실 벽에는 아무런 학위 증서도 걸려 있지 않아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없음을 직감할 수 있다.

탈레브는 만약 자신이 외과의사를 선택해야 한다면 아무 망설임 없이 두 번째 의사를 고를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분야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는 전제 조건하에,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의사일수록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극복해야 했던 장애물이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skin in the game) 현실에 부딪혀 왔을 것이다. 현실과의 접촉보다 무능함을 더 잘 걸려내는 필터는 없다.

탈레브의 ‘스킨 인 더 게임’은 책임지지 않는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우리에겐 말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으로써, 자신의 이해관계를 결부시킴으로써 결과를 책임지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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