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벤처기업의 '지방 엑소더스'…"VC 찾아 서울로"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8.08.09 04:01
글자크기

[위기의 지역벤처]②혁신벤처 수도권에 68.7% '편중'…지역균형발전 걸림돌

편집자주 지역벤처,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고, 일자리가 생긴다. 그런데 벤처캐피탈 10곳 중 9곳 이상이 수도권에만 몰려 있다. 혁신경제의 풀뿌리인 지역 벤처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해법을 찾아봤다.

[MT리포트]벤처기업의 '지방 엑소더스'…"VC 찾아 서울로"


# 재능마켓 플랫폼기업 '크몽'의 박현호 대표(40)는 2014년 5월 사업 확장을 위해 회사를 경남 진주에서 서울 강남으로 옮겼다. 수개월간 투자 유치에 고전하다 결국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이 몰리는 곳으로 이전한 것. 박 대표는 "VC들에게 수차례 사업계획서를 보내봤으나 비대면으로 투자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직접 서울에 가기도 했지만 몇차례 만남도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크몽은 이전 1년만인 2015년 6월 동문파트너즈를 상대로 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스타트업 플랫폼 '홍합밸리'가 개최한 데모데이 행사에서 우연히 VC 관계자를 만난 것이 투자유치로 이어진 것. 지난해 7월에는 알토스벤처스로부터 30억원 규모의 투자도 이끌어냈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수도권에 몰리는 '벤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벤처기업을 따라 인재들도 수도권으로 향하면서 지역 균형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벤처기업 수는 2만974개로 전국 벤처기업(3만5985개)의 58.3%가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가 1만개를 넘어섰고, 서울도 8500개에 근접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벤처기업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말 4차 산업혁명 관련 벤처기업 중 68.7%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같은 시기 수도권 소재 벤처기업(57.8%)보다 10.9%포인트 많다.

혁신벤처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이유는 투자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벤처업계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창업 초기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투자유치를 위해 VC의 90% 이상이 몰려있는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들과의 접근성을 높여야만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 상당수가 새로운 영역이나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 이해도 차원에서 VC와의 잦은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며 "투자에 목마른 벤처기업 입장에서 VC의 활동영역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벤처 쏠림현상'이 지역 균형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신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벤처기업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역의 인재 유출을 가속화하고 지역 산업 경쟁력도 약화시킬 것이란 목소리다.

박태근 한국벤처기업협회 실장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지역 벤처기업들을 위해 선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며 "특정 지역에서 드론의 고도제한을 풀어주는 식의 '규제 프리존'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벤처 클라스터' 등 벤처기업을 위한 물리적 공간을 조성하고 지역 소재 공공기관, 대기업 등과 협업을 지원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