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0% 카드 수수료, 정작 소상공인은 '시큰둥'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8.08.14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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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5>인건비·임대료가 부담이라는데 정책 돌려막기로 카드 수수료 인하 남용

편집자주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0%로 낮추자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주도하는 서울페이도 은행과 결제플랫폼 사업자가 이익을 포기해 소상공인 수수료 0%를 실현하는데 카드사도 양보하라는 논리다,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 사업이 이미 적자라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의 주장이 엄살인지 사실인지 분석해봤다.

[MT리포트]0% 카드 수수료, 정작 소상공인은 '시큰둥'


수수료율이 0%로 떨어지면 영세·중소 가맹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지금보다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카드 수수료는 내지 않는데 매출세액공제 혜택은 그대로 받아서다.

그럼에도 영세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0% 수수료 주장을 반기지 않는다. 오히려 임대료나 인건비 등에 비해 부담이 미미한 수수료를 내세워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수는 전체의 76.5%인 203만9392개로 나타났다. 연매출 3억원에서 5억원 이하 구간인 중소 가맹점은 전체의 7.7%인 20만5612개다. 전체 가맹점 중 84.2%가 영세·중소 가맹점이다.

영세 가맹점의 경우 실질 수수료 부담은 이미 0원이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연매출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는 카드 매출의 1.3% 내에서 연간 500만원을 부가세에서 공제해주기 때문이다. 연매출 3억원이 모두 카드매출로 발생하는 가맹점의 경우 공제액은 390만원이다. 반면 카드 수수료는 0.8%의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돼 240만원이 나온다. 카드 수수료가 0%가 되면 공제액 390만원이 모두 이익이 된다.



중소 가맹점도 실질 부담이 크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매출이 모두 신용카드로 발생한다고 가정했을 때도 부담하는 연간 수수료는 650만원 수준이다. 최대 공제액인 500만원을 제외하면 남는 부담은 150만원으로 월 12만5000원에 그친다. 수수료율로 따지면 0.3% 수준에 불과하다.

수수료율이 0%대로 떨어지면 최대 500만원인 소득공제액을 그대로 적용 받을 수 있어 영세·중소 가맹점은매출세액 공제액이 그대로 아익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연간 수천만원 수준인 매장 임대료나 인건비에 비해 미미한 수준인 카드 수수료를 앞세운 것에 대해서는 소상공인들도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무마하기 위한 포퓰리즘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실제로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는 쪽도 마트 등 일반 가맹점에 속한 자영업자들로 영세·중소 자영업자와는 거리가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마트들이 대형 마트와 경쟁하기 어려운 현실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이들이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아야할 대상인지는 별개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정책의 부작용을 돌려막기 위한 방편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가 악용되는 것이 이제는 중단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카드사 임원은 "최저임금은 내년에도 오를텐데 올해는 수수료를 0%로 낮추면 내년앤 뭐를 더 낮출자 의문"이라며 "장기적인 정책 계획이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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