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적자라면서 마케팅 비용 못 줄이는 카드사 속내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8.08.14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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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3>마케팅이 곧 점유율, 점유율 줄면 금융수익 직격탄

편집자주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0%로 낮추자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주도하는 서울페이도 은행과 결제플랫폼 사업자가 이익을 포기해 소상공인 수수료 0%를 실현하는데 카드사도 양보하라는 논리다,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 사업이 이미 적자라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의 주장이 엄살인지 사실인지 분석해봤다.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카드사들의 소비자에게 쓰는 마케팅 비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권이 주장하는 소상공인 0% 수수료는 실현되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의 수수료율 인하는 불가피한 만큼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부터 일회성 마케팅을 가급적 중단하라고 카드사에 권고했다. 카드 상품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지 않는 신차 구매시 캐시백 혜택과 아파트관리비 카드 납부시 할인 등이 불필요한 마케팅이라는 판단이다. 일회성 마케팅을 줄이지 않을 경우 마케팅 비용을 공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MT리포트]적자라면서 마케팅 비용 못 줄이는 카드사 속내


마케팅 비용은 정부가 카드사의 수수료율 산정을 위해 검토하는 적격비용에 들어간다. 마케팅 비용이 줄면 그만큼 수수료 인하 여지가 생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나 소상공인 관련 단체들은 마케팅 비용을 아예 적격비용 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마케팅 비용을 빼면 연매출 10억원 이하 일반 가맹점은 평균 약 0.16%포인트, 10억원 초과 일반 가맹점은 약 0.45%포인트씩 수수료가 내려간다고 추산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이 고객에게 주는 부가서비스 비용이라며 함부로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영세·중소 및 특수 가맹점을 제외한 평균 카드 수수료율은 2.08%인데 카드사들은 이중 최소 절반 이상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마케팅을 줄이면 현재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축소해야 한다”며 “일정 수준의 혜택을 기대하고 가입한 고객들이 반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생존이 걸려 있어서다. 전업계 카드사만 8개, 은행에 속해 있는 카드까지 포함하면 11곳이 치열하게 갱쟁하는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금세 점유율이 떨어진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시장 점유율은 마케팅만 늘리면 금방 올라간다”며 “마케팅이 곧 점유율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점유율이 줄더라도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라는 얘기는 카드사에 배 부른 소리다.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업에서는 이미 적자라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금융업에서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는 “누가 카드론을 쓸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카드 회원을 많이 확보하는게 중요하다”며 “카드 회원 중 평균 10%가량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이용한다면 회원이 1000만명인 카드사와 300만명인 카드사 중 누가 돈을 더 버는지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들은 은행계 카드사처럼 은행이라는 든든한 영업채널이 없거나 미미해 마케팅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모집인이나 복합점포를 통해 카드 회원을 모을 수도 있지만 은행 영업에 비해 효율이 낮다”며 “마케팅을 줄이면 중장기적으로 은행계 카드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페이의 탄생은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더더욱 줄이기 어렵게 만들었다. 서울페이의 막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카드 사용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연봉 5000만원인 사람이 연 2500만원을 서울페이로 결제하면 소득공제액이 79만2000원이지만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49만5000원이다. 서울페이에 비해 모자라는 세금공제 혜택을 만회하려면 포인트 적립 등으로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한다는게 카드사 입장이다.
여신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현재 월 200만원 이상을 신용카드로 쓰면 최소 월 4만원의 포인트가 쌓여 소득공제를 포함한 신용카드 혜택이 연 97만5000원으로 서울페이보다 더 높지만 고소득자는 서울페이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며 “결제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졌는데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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