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카드 수수료율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선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0%로 낮추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여신 기능이 없어 카드사의 자금 조달이 필요없는 체크카드의 경우 지난해 대선 때 0% 수수료가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정치권은 카드사들도 최저임금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소상공인 수수료를 0%로 낮추라고 요구한다. 카드 수수료 0%는 가능할까.
지난해 8개 전업계 카드사 전체 수수료 수익이 11조6783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세·중소 가맹점에서 발생한 수수료 수익은 1조3126억원이었다. 중요한 것은 1조3000여억원은 매출이지 이익이 아니란 점이다. 단말기 설치 등 가맹점 관리와 결제 승인 및 중개를 맡는 밴(VAN)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카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포인트 적립 등 마케팅 비용, 카드사 직원들의 인건비, 여신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자금 조달비와 대손충당금 등의 비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카드사들은 이런 비용을 감안하면 신용카드 사업(신용판매업)은 이미 적자라고 주장한다. 영세·중소 가맹점이 84.2%로 절대 다수를 차지해 일반 가맹점에서 내는 이익으로 메울 수 없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신용판매업에서 나는 적자를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금융업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으로 메우고 이익을 내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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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의 적자 주장이 사실이라면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이 0%가 되면 카드사들은 연간 1조3000여억원의 적자가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이는 금융업에서 나는 이익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고 카드사들은 토로한다.
이미 카드사들은 신용판매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금융업으로 메우는데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8개 카드사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14년 2조1770억원에서 2015년 2조126억원, 2016년 1조8108억원, 2017년 1조3019억원으로 계속 줄어왔다. 순익 감소율은 2015년 7.6%, 2016년 10.0%, 2017년 28.1%로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순익을 기준으로 하면 카드사당 순익이 평균 1627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순익에 카드사가 보유하고 있던 유가증권 매각이익 등 일회성 이익이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카드사는 전체 손익 기준으로도 적자 위험에 빠졌다.
카드사의 금융업 확대는 위험하기도 하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는 회사채, 기업어음(CP), 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글로벌 금유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금리가 급등하거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2003년 LG카드처럼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페이에 참여하는 은행은 예대마진이 주 수익원이라 송금 수수료를 안 받아도 큰 타격이 없고 결제플랫폼 사업자는 여신기능이 없어 카드사와 같은 자금 조달비와 대손충당금이 필요 없다”며 “카드사들에 고통분담 차원에서 소상공인 수수료를 0%로 낮추라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