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0% 카드수수료…카드사는 돈 벌지 말라는 얘기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8.08.14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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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1>신용판매 적자로 매년 순익 감소폭 확대…이자장사도 한계

편집자주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0%로 낮추자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주도하는 서울페이도 은행과 결제플랫폼 사업자가 이익을 포기해 소상공인 수수료 0%를 실현하는데 카드사도 양보하라는 논리다,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 사업이 이미 적자라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의 주장이 엄살인지 사실인지 분석해봤다.

[MT리포트]0% 카드수수료…카드사는 돈 벌지 말라는 얘기


신용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 0% 덫에 걸렸다. 정부가 서울페이 등 소상공인 대상으로 0% 수수료의 간편결제 서비스 ‘공공페이’ 출범을 준비하는 한편 신용카드 수수료율 추가 인하도 추진하고 있어서다.

카드업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카드 수수료율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선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0%로 낮추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여신 기능이 없어 카드사의 자금 조달이 필요없는 체크카드의 경우 지난해 대선 때 0% 수수료가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소상공인에겐 수수료를 안 받는 서울페이 등 공공페이는 QR코드를 통해 소비자 계좌에서 가맹점주 계좌로 돈이 입금되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송금 수수료를, QR코드 결제플랫폼 사업자는 수수료를 안 받아 0% 수수료가 가능하다. 결국 은행과 결제플랫폼 사업자가 희생을 감수하고 무료 서비스하는 대가가 0% 수수료다.

정치권은 카드사들도 최저임금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소상공인 수수료를 0%로 낮추라고 요구한다. 카드 수수료 0%는 가능할까.



◇영세·중소 가맹점 0% 되면 카드사 1조3000여억원 손실=현재 카드 수수료는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경우 0.8%, 연매출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의 경우 1.3%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 전체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 중 영세·중소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11.24%였다.

지난해 8개 전업계 카드사 전체 수수료 수익이 11조6783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세·중소 가맹점에서 발생한 수수료 수익은 1조3126억원이었다. 중요한 것은 1조3000여억원은 매출이지 이익이 아니란 점이다. 단말기 설치 등 가맹점 관리와 결제 승인 및 중개를 맡는 밴(VAN)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카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포인트 적립 등 마케팅 비용, 카드사 직원들의 인건비, 여신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자금 조달비와 대손충당금 등의 비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카드사들은 이런 비용을 감안하면 신용카드 사업(신용판매업)은 이미 적자라고 주장한다. 영세·중소 가맹점이 84.2%로 절대 다수를 차지해 일반 가맹점에서 내는 이익으로 메울 수 없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신용판매업에서 나는 적자를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금융업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으로 메우고 이익을 내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적자 주장이 사실이라면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이 0%가 되면 카드사들은 연간 1조3000여억원의 적자가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이는 금융업에서 나는 이익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고 카드사들은 토로한다.
[MT리포트]0% 카드수수료…카드사는 돈 벌지 말라는 얘기
◇카드사 본업 포기하고 이자장사에 주력해야 하나=카드사가 카드 수수료를 낮추고 금융업, 다시 말해 이자장사로 이익을 내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카드사의 본업은 신용판매업이지 금융업이 아니다. 게다가 정부의 큰 정책 방향이 가계부채 억제라 카드사가 금융업을 확대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정부는 카드사의 대출 증가율을 연 7% 이내로 총량 관리하고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은 사실상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카드사들은 신용판매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금융업으로 메우는데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8개 카드사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14년 2조1770억원에서 2015년 2조126억원, 2016년 1조8108억원, 2017년 1조3019억원으로 계속 줄어왔다. 순익 감소율은 2015년 7.6%, 2016년 10.0%, 2017년 28.1%로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순익을 기준으로 하면 카드사당 순익이 평균 1627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순익에 카드사가 보유하고 있던 유가증권 매각이익 등 일회성 이익이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카드사는 전체 손익 기준으로도 적자 위험에 빠졌다.

카드사의 금융업 확대는 위험하기도 하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는 회사채, 기업어음(CP), 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글로벌 금유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금리가 급등하거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2003년 LG카드처럼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페이에 참여하는 은행은 예대마진이 주 수익원이라 송금 수수료를 안 받아도 큰 타격이 없고 결제플랫폼 사업자는 여신기능이 없어 카드사와 같은 자금 조달비와 대손충당금이 필요 없다”며 “카드사들에 고통분담 차원에서 소상공인 수수료를 0%로 낮추라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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