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헤지펀드, 이대로 가면 자투리 펀드로 전락할 것"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18.08.1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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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전성시대]④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49인룰 완화 등 헤지펀드 정책 개선 시급해"

편집자주 헤지펀드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올 들어서만 10조원 이상이 헤지펀드로 유입됐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하락하고 공모펀드도 맥을 못추는데 헤지펀드만 10-20%대의 경이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연기금 등 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도 헤지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창업하려는 사람이 10억원이 없어서 (창업을) 못하진 않습니다. 사모펀드 산업이 제대로 안착하려면 후속 작업이 필요한데 현재 당국의 정책이 인허가 규제에만 치우쳐있다고 봅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사진)는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이같이 꼬집었다. 당국은 2015년 10월 사모펀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문사모운용사의 최소자본금 요건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췄다. 진입 문턱은 지난해 10억원으로 한 차례 더 낮아졌다.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는 144개가 생겼고 수탁고는 22조원으로 팽창했다. 펀드 운용 전략도 롱숏 중심에서 대체투자, 멀티전략, 채권형, IPO(기업공개) 등 다양해졌다.

하지만 원 대표는 최근 사모펀드 수탁고 증가는 증권사가 운용하는 채권형 레포펀드(Repo)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제외하면 전문사모운용사 144개의 운용자산은 15~16조원으로 떨어진다.



원 대표는 감독당국의 정책이 신생 운용사가 시장에 정착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49인 규제'(49인 이하에 투자 권유)부터 완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다. 그는 "사모펀드는 (투자자) 추가 유치가 불가능해 기존 투자자가 추가 납입하지 않는 한 규모가 점차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49인 규제를 투자 권유가 아닌 실제 가입자 수로 바꾸고 인원 수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현 제도대로라면 조만간 사모펀드 대부분이 수탁고 50억원 이하의 소규모, 자투리 펀드로 전락할 수 있다고 봤다. 100억~200억원 규모의 펀드와 10억~20억원 규모의 펀드는 운용전략이나 투자 자산 면에서 제약이 따르고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대표는 사모펀드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DC(확정기여형)에서는 사모펀드를 편입할 수 없고, DB(확정급여형)에서는 활용이 미미하다. 그는 "DC형 투자자가 원하는 것은 수익률 5%대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인데 사실상 기존의 공모 주식혼합·채권형 상품으로는 이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며 "여러 헤지펀드를 하나로 묶어 분산투자하는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이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려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헤지펀드를 활용하면 1~2%대의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현재 180조원에서 3년 후 3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재간접펀드를 활용해 국민의 자산을 증식하는 데 기여하고, 헤지펀드 운용사는 공매도 꾼이라는 선입견에서도 벗어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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