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건물주 힘들다고?' 상인들은 말라죽는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8.08.0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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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부동산 딜레마]상권 조성도 안된 곳에 월 임대료 '300만원'…"임대료 내리고 입점 신중해야"

편집자주 수익형 부동산이 흔들린다. 공실은 늘고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상가, 오피스텔 뿐 아니라 오피스도 마찬가지. 그나마 뜨는 상권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임차인이 짐을 싸면 곧바로 상권 침체로 이어진다. 건물주도 자영업자도 위기다.

세종시 상가 전경 @머니투데이 DB,세종시 상가 전경 @머니투데이 DB,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은 임차상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 특히 상권이 조성되지 않은 신도시의 상가 입점은 높은 임대료에 비해 매출은 적어 폐업으로 이어지기 쉽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로 투자수요가 상업용 부동산으로 옮겨가면서 임대료 인상 등으로 임차상인들의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

비싼 값에 상가를 매입한 건물주는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상인은 조기 폐업 또는 입점을 연기해 공실이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고가에 분양한 수익형 부동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위례신도시 중심부 상가건물들은 현재 상당수가 공실이다. 2~3년전 분양당시 가격은 3.3㎡당 최대 1억원에 육박했고 상가 임대료도 1층, 33㎡ 기준 월 300만원대에 달한다.

위례신도시 소재 부동산중개소 대표는 "월 300만원대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하려면 프랜차이즈나 유명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는 한 힘들다"며 "월세가 할인되는 곳도 있지만, 여전히 비싸 입점을 포기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정부종합청사가 이전한 세종시에서도 높은 임대료 때문에 임차인이 떠나 비어진 상가를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상가가 평일 낮 시간을 빼곤 내방객이 드물어 영업을 해도 임대료와 인건비를 맞추기 어렵다.


세종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상가 분양 당시에는 정부청사와 아파트가 가까워 어느 정도 수요가 받쳐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평일 점심 시간을 빼곤 사람을 볼 수 없다"며 "임대료를 내지 못해 가게 집기를 그냥 둔 채 문을 닫은 식당도 많다"고 말했다.

상권이 조성되지 않은 곳에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입점했다가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내몰린 셈이다. 반면 건물주들은 공실이 길어져도 좀처럼 임대료를 조정하지 않고 버틴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은 "건물주 입장에선 세입자를 한 번 들이면 5년간 임대료를 원하는 만큼 올릴 수가 없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라며 "임차 상인들도 '장밋빛 미래'만 보고 상권이 조성되지 않은 곳에 입점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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