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죽음 노회찬…정계는 '애도물결'·특검은 '당혹'(종합2보)

뉴스1 제공 2018.07.2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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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 받았지만 청탁 없어…어리석은 선택이었다"
기별조차 없던 투신…'책임론' 봉착한 특검 '당혹'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윤다정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18.7.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18.7.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드루킹' 김모씨(49)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아온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61)이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았지만, 어떠한 청탁도 대가도 없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23일 투신했다.



예기치 않은 비보에 정계는 물론 드루킹 특검팀까지 출렁였다. 여야 원내대표는 예정됐던 회동을 급히 취소하고 비통함을 전했다. 허익범 특별검사(59·사법연수원 13기)도 "침통한 마음이 앞선다"며 세 차례 머리를 숙이고 유감을 표했다.

현장검안과 병원검안을 한 경찰은 유족조사와 현장 폐쇄회로(CC)TV조사를 하며 노 의원의 마지막 행적을 조사 중이다. 유족의 뜻을 받아들여 부검하지 않기로 한 경찰은 담당검사의 지휘에 따라 수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정의당은 5일장으로 치러지는 '정당장'으로 노 의원의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노 의원은 27일 국회 영결식을 거쳐 마석모란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23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투신 사망한 서울 중구 한 아파트에서 시신을 싣은 구급차가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39분 아파트 17층과 18층 사이에서 밖으로 투신해 숨졌다. 2018.7.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23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투신 사망한 서울 중구 한 아파트에서 시신을 싣은 구급차가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39분 아파트 17층과 18층 사이에서 밖으로 투신해 숨졌다. 2018.7.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돈 받았지만 청탁·대가 없었다' 유서…애도 물결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노 의원은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 신당동 소재 한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아파트 현관 쪽에서 쓰러져 숨져 있는 노 의원을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으며 아파트는 노 의원의 남동생 소유로 노모가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투신한 아파트 17~18층 계단참에는 노 의원의 지갑과 신분증, 정의당 명함과 유서가 발견됐다.

정의당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노 의원은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원을 받았다'면서도 '어떤 청탁도, 대가도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적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글을 적어 내려간 노 의원은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지막 글귀엔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사죄했다.

노 의원의 지인과 정의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노 의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주변에 어떤 기별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노 의원과 1990년대 중반까지 함께 노동운동을 했다는 지인 임영탁씨(59) "어제(22)일 노 의원 부인과 통화했을 때 '어머니한테 다녀오겠다'고 말했다고 했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어떤 기별도 듣지 못했다"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는 동생도 모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한 조문객과 포옹하며 슬퍼하고 있다. 2018.7.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한 조문객과 포옹하며 슬퍼하고 있다. 2018.7.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가장 먼저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도 "워싱턴으로 출발하기 전 개인적으로 통화할 일이 있어 몇 차례 (노 의원)에게 전화했는데 응답이 없어 느낌이 좋지 않았다"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한국 정치의 귀한 자산을 잃게 돼 애통하다"고 참혹한 심경을 전했다.

노 의원의 빈소를 찾는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노회찬 의원은 우리 한국의 진보 정치를 이끌면서 우리 정치에 폭을 넓히는데 큰 기여를 해왔다"고 회고하면서 "깊이 애도하고, 유족과 정의당에도 위로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조의를 전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너무 충격을 받아 말씀을 드리고 싶지도 않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너무 가슴 아프고 비통하다"며 "늘 노동현장에서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의 애환과 고충을 대변하고자 했던 진정성이 어떻게 비통한 죽음으로 고하는지 말문을 잇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은 특검팀을 겨냥해 본질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특검의 노회찬 표적수사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특검은 댓글공작으로 시작한 특검이고 정의당이 생각하는 (특검의) 결론은 이런 결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생각한 (특검의) 결론은 노회찬 원내대표의 비극적 결론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정의당이 유감을 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 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 사망 관련 입장 표명을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2018.7.23/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 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 사망 관련 입장 표명을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2018.7.23/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극단적 선택 부추겼다' 책임론 봉착한 특검

노 의원의 사망 소식을 접한 특검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잠재적 피의자로 상정한 노 의원 관련 혐의를 흘려 극단적 선택을 부추겼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노 의원의 사망으로 특검팀의 수사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높다.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며 조만간 노 의원 소환을 계획하고 있던 특검팀은 '책임론'이 일면서 수사 방향을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서 드루킹 일당의 인사청탁 등 대가 요구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금품수수 당사자로 지목한 노 의원 조사가 불가능해진 데다 여론마저 악화 조짐을 보이자 특검팀은 일단 칼끝을 드루킹 일당으로 돌리고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림 없이 예정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밝혔지만, 난관을 쉽게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허 특검이 수사 진행상황을 극비에 부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번번이 기밀이 새어나가는 등 수사팀 통솔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도 특검팀의 극복과제로 꼽힌다.

한편 이날 오후 5시부터 공식적으로 조문을 받기 시작한 노 의원의 유족은 취재진과의 접촉을 거부한 채 정계 인사와 지인을 맞이하며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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