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노회찬 비보에 "침통"…"수사는 예정대로"

머니투데이 박보희 , 이보라 기자 2018.07.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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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종합) 특검 수사, 궤도 수정 불가피…김경수 경남지사에 화력 집중?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 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 사망 관련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드루킹' 김모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아온 노 의원은 이날 자택에서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고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특검팀은 경공모 핵심인물로 꼽히는 도모 변호사(필명 '아보카')가 지난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경공모 측이 노 의원에게 5000만원가량을 전달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었다. 2018.7.23/뉴스1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 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 사망 관련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드루킹' 김모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아온 노 의원은 이날 자택에서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고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특검팀은 경공모 핵심인물로 꼽히는 도모 변호사(필명 '아보카')가 지난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경공모 측이 노 의원에게 5000만원가량을 전달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었다. 2018.7.23/뉴스1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 돌입 한 달여만에 뜻밖의 변수와 맞닥뜨렸다.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다.

특검팀은 흔들림없이 예정된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노 원내대표의 사망으로 그에 대한 기소가 불가능해진 만큼 김경수 경남지사 관련 의혹에 수사력이 집중될 전망이다.



허 특검은 23일 오전 노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예기치 않은 비보를 듣고 침통한 마음이 앞선다"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조의를 표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38분 쯤 서울 중구 한 아파트 현관 쪽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발견된 노 원내대표의 유서로 추정되는 글에는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노 원내대표나 가족들을 상대로 조사는 하지 않았고, 소환 통보 등도 없었다"며 "노 원내대표 측에게 돈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는 이들에 대한 조사만 했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의 사망으로 특검은 그의 혐의를 입증하더라도 그를 재판에 넘길 수 없다. 통상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진다. 그러나 특검은 노 원내대표에게 자금을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도모 변호사 등 드루킹 일당에 대한 수사는 그대로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특검 관계자는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림 없이 예정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금전을 매개로 노 원내대표의 발목을 잡거나 대가를 요구한 의혹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할 것이다. 그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돈을 준 사람에 대한 수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서에서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형사소송법상 유서는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돼 증거로 인정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드루킹 김모씨의 최측근인 도 변호사가 2016년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차원에서 약 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노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 측은 도 변호사가 경기고 동창인 노 원내대표와 경공모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노 원내대표가 경공모 근거지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은 자리에서 약 2000만원, 노 원내대표 부인의 운전기사를 통해 약 3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 변호사는 관련 수사가 시작되자 이 중 약 4000만원을 되돌려 받은 것처럼 증거를 위조한 혐의도 받는다.

특검팀은 경공모 관계자들의 진술과 자금거래 흔적 등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9일 특검팀은 도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한편 노 원내대표의 극단적 선택으로 특검팀 수사에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드루킹 일당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2명의 정치인 가운데 노 원내대표가 숨지면서 나머지 한명인 김 지사가 특검팀의 핵심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서 드루킹 김씨는 옥중편지를 통해 2016년 9~10월 김 지사가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았을 때 불법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인 한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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