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8금' 지정해 시끌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8.07.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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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문판으로 나온 '기사단장 죽이기', 지난 12일부터 2등급 지정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AFPBBNews=뉴스1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AFPBBNews=뉴스1


홍콩 정부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18세 미만 구독 불가 서적으로 지정함에 따라 비난 여론이 뜨겁다.



2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저작물 심의위원회는 지난 12일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가 지나치게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2등급 18세 미만 구독 불가 서적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기사단장 죽이기' 중문판은 지난주 홍콩에서 열린 도서전에서도 철수됐다. 일반 서점에서도 내용을 읽을 수 없도록 비닐로 밀봉해 '18세 미만 구독 금지' 스티커를 붙인 채 판매된다. 책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서점 직원에게 나이를 인증해야 한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심의위는 '기사단장 죽이기'가 폭력적이고 부도덕하며 불편한 표현으로 공공질서와 도덕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대목이 기준에 위배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심의위는 최소 2명의 사법부 판사를 포함하며 심의 결과 저작물을 크게 3등급으로 구분한다. 1등급은 전 연령이 구독할 수 있고, 2등급은 외설적인 묘사 때문에 18세 미만이 구독할 수 없다. 3등급은 판매가 금지된 책이다.

하지만 책이 출간된 지 약7개월 지난 시점에서 나온 이번 조치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지난 12월 '기사단장 죽이기' 중문판을 출간한 대만계 출판사 차이나타임즈 측은 "지난 19일 (심의위로부터) 도서전에서 책을 모두 빼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누구도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황당해 했다.


홍콩이공대에서 현대문학을 가르치는 리 호이램 박사는 "위원회의 결정은 두서가 없고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며 "작품 속 성적 묘사는 성적인 자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감정 변화 등 꼭 필요한 효과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2014년 홍콩 우산 혁명 당시 일반 시민들을 공개 지지했다. 당시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에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친(親)중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완전한 직선제로 바꿀 것을 주장하면서 시위에 나섰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이혼 후 산속 작업실에 거주하는 30대 중반 남성 초상화가가 우연히 한 그림을 발견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개인사와 일본의 현대사를 아우르며 그림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난징대학살을 언급해 중국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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