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임채원 PD “MBC를 살려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

박희아 ize 기자 2018.07.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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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2월 8일, MBC 시사교양국의 간판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PD수첩’ 출신 최승호 PD가 MBC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소위 ‘유배’돼 있던 PD들도 하나둘 제자리를 찾았다. 그중 한 사람인 임채원 ‘PD수첩’ PD에게 요즘 MBC와 ‘PD수첩’에 대해 들었다. 송출실에서 제작국으로 돌아오기까지, 그리고 최근에 화제가 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부당거래’ 편 뒷이야기까지 할 말이 참 많이 쌓여 있었다.
‘PD수첩’ 임채원 PD “MBC를 살려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


신임 사장이 취임하고 반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프로그램 제작에서 배제돼 있던 시절이 종종 떠오르겠다.
임채원
: 소위 ‘유배’ 시절이다. 나는 5년 7개월, 서정문 PD는 5년 3개월 정도를 유배로 떠돌았다. DMB 주조정실이라고, 송출실에 있었다. 노조 탈퇴를 거부해서 구로로 쫓겨나기도 했다. 내가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거기 있을 때 밤에 괴담 게시판을 보고 있으면 좀 무서웠다. (웃음) 그럴 때는 나 자신이 되게 ‘찌질하다’는 생각도 들더라. 그나마 유배하면서 일본어 초급 뗀 거랑 책 한 권 번역한 게 미미한 성과다.

지금 최승호 사장은 ‘PD수첩’ PD였다. 그가 사장이 되고 나서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
임채원
: 사실 요즘에 사람들이 MBC에서 뭔가가 잘 안 되면 “최승호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약이 되면서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있다. 시국 덕분에 좋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반대로 비판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사장님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 예전과는 좀 다르다고 느꼈다. 다른 사장님들 같은 경우에는 “일 잘하고 있냐”고 묻지 않나. 그런데 나는 “취재 라인은 어떻게 되냐”, “아이템이나 구성은 어떻게 하냐” 등 구체적인 질문을 받는다. 그래서 “임원용 엘리베이터로 좀 다니시라”고 하기도 한다. (웃음)



예전 사장들과는 많이 다른가.
임채원
: 이전 MBC 때는 권위주의가 심했다. 임원용 엘리베이터도 따로 썼다. 요즘 들어 확실한 것은, 그 시대의 권위주의가 많이 무너지고 있고 김재철 전 사장이 부임하기 전의 MBC로 많이 돌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사실 김재철 사장 전에는 MBC에 있으면서도 사장 이름조차 몰랐다. 편집실에만 틀어박혀 있고, 지나가면서 사장인 것 같거나 누가 뚫어지게 쳐다 보면 목례하는 정도였다.

‘PD수첩’으로 돌아왔을 때 감격스러우면서 부담도 느꼈을 것 같다.
임채원
: 나나 서정문 PD나 둘 다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하자니 겁이 났다. 그런데 함께하면서 그런 두려움이 없어졌다. 아마 지난 유배 생활이 우리에게는 숙성의 시간이자 성숙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육체적으로도 숙성이 되었겠지만, 영혼이 성숙했다. 각자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최근에 방송됐던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은 예고편이 올라오자마자 화제가 됐다.
임채원
: 사실 그에 비해서는 시청률이 잘 안 나왔다. 예고편에서 재미있었던 부분만 보신 거다. (웃음) 나도 첩보물을 보면서 나름대로 그려왔던 그림이 있었다. 그런데 직접 할수록 이게 정말 힘들다.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을 같이 진행한 서정문 PD는 짜장면을 먹으면서 이틀 동안 차 안에 잠복하고 있었다. 차가 노출이 되니까 그다음에는 다른 차 빌려서 가 있고.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은 급하게 결정된 아이템이라 2주 만에 만들었다. 굉장히 빠르게 된 거다.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은 기존의 ‘PD수첩’에서 사건을 보여주는 방식과는 좀 달랐다.
임채원
: 맞다. 원래 우리는 쫓아다니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인데, 시간이 없고 서정문 PD가 글을 잘 써서 스토리로 승부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한홍구 교수님을 만나고 나서는, 양승태가 종교재판관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은 절대 선이고, 자기가 판결을 내리는 이 사람들은 내가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엘리트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그를 보면 전 MBC 사장이 떠오른다. (웃음) 실제로 내가 그런 사람을 회사에서 겪어봤으니 직감적으로 양승태에게도 뭔가 있겠다 싶어서 법원노조위원장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여쭤봤다. 그랬더니 술술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취재 기간이 더 길었으면 2, 3부작도 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관이 도망치는 장면 때문에 오래전부터 ‘PD수첩’ 제작진들이 보여주던 끈질긴 근성이 다시 화제가 됐다.
임채원
: 팀이 급하게 꾸려지니까 조연출도 베테랑 두 명이 붙었다. 역할을 나누다 보니 내가 총괄을 맡게 됐다. 제주에 계신 오재선 씨는 경찰에게 고문을 당한 사연이 있는데 서정문 PD가 글을 잘 쓰고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분과 함께 붙으면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서정문 PD는 오재선 씨를 고문했던 경찰을 비행기 뜨기 전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양승태 보디가드들 손에는 3번이나 끌려 나갔다. 처음에는 이 장면을 모두 내보내려고 했는데, 이걸 다 편집하고 보니까 오히려 우리가 너무 지독해 보여서 가장 필요한 부분만 넣었다. (웃음)


그렇게까지 매달린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임채원
: 서정문 PD는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오재선 씨에게 꼭 양승태가 하는 말을 한마디라도 전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첫 번째 날에는 양승태 판사가 차로 도망갔고, 둘째 날은 공을 쳤다. 마지막 날은 그가 다니는 교회 첩보를 입수해서 편집하는 날인데도 새벽 5시에 나가서 기다렸다. 계속 그의 주변인들에 의해 끌어내지면서도 쫓아갔더니 주택가에 차를 세웠다. 백발의 남성이 나오더니 서 PD를 밀쳤다. 그러는 사이에 양승태는 도망갔다. 나는 이 컷을 꼭 쓰자고 했다.

그런데 그 장면은 안 나왔다.
임채원
: 마지막까지 이 장면을 쓰는 게 옳은지에 관해 판단할 시간이 좀 부족했다. 제작 기간이 너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 모습이 그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시켜서 취재하려는 PD를 막고 자기는 도망친 게 그 사람의 민낯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었다.

말 한마디 듣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임채원
: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었다가 지금은 진도에서 벌을 치면서 살고 계시는 박동운 씨는 내가 취재했다. 트라우마 때문에 다 잊고 싶다며 인터뷰를 거부하셨다. 그런데 회사분들 중에 그분이 운영하고 계신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재단에 후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렇게 연결돼서 성사된 거다. 막상 가서 얼굴을 뵈었을 때는 오히려 자신의 상황에 대해 말씀을 너무 잘 해주셨다.

요즘에는 진지한 시사교양 프로그램보다 예능 형태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PD수첩’은 여전히 무겁고 진지하게 현실을 다룬다. 가끔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보이기도 하지만 그걸 의도적으로 꾸며내는 것도 아니다.
임채원
: MBC의 특장점 중 하나가 현실을 팍팍하게 그냥 보여준다는 거다. 그런데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통해 세련된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고민이 생기기는 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 미스터리식으로 구성하고 화면도 예쁘게 재구성을 한다. 그게 그들의 작법이고 잘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작법은 아니다. 나는 진짜 리얼리즘이라면 화면을 툭툭 갖다 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PD들마다 추구하는 작법이 다르긴 하다. 서정문 PD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작법을 좋아한다. 나는 “올드스쿨 하드코어 리얼리즘을 보여주자!”고 말하는 사람이고. 예를 들어 부영건설 건(1155회 ‘회장님의 부귀영화’)처럼 물에 오물이 섞여 나오는 현장을 예쁜 화면으로 재구성해 보여준다고 생각해보라. 사회구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전달이 안 될 것이다.

젊은 층에게는 소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임채원
: MBC가 요새 10, 20대에게는 인기가 많이 없어지지 않았나. 위에서도 젊은 세대를 노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이게 정말 현실이라는 것에 공감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40대나 50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편집할 때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보여줘야 할 정당성이 클수록 그만큼의 재미도 있어야 한다. 양승태 건처럼 중요한 문제는 더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 사람이 공안 판사로서 너무 나쁜 짓을 많이 했다. 그런 부분에 포인트를 맞춰서 양승태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든 거다.

이번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붙어서 뛴 홍세정 PD의 사례나, 여성 PD들이 KTX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촬영한 일을 보며 성별에 따라 효과적인 취재 방식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임채원
: KTX 같은 사례에서 우리가 다가가는 것보다 여성 PD들이 가는 게 상대방 입장에서도 덜 부담스럽고 상대적으로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들끼리는 서로의 접점을 빨리 찾아서 공감이 빠르게 이뤄진다. 한편으로는 요새 여성주의가 이슈가 되고 있어서 PD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남성 PD로서 여성주의 아이템을 잘 다룰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두렵다. 원래 혜화역 시위를 취재해보려고 하다가 작가분이 남자분으로 오신 걸 보고 접었다. 내가 못하더라도 후배 여성 PD들이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홍세정 PD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을 따라간 장면이 화제가 된 걸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임채원
: 그건 여성 PD에게 좋은 그림 잡으라고 배려한 게 아니다. (웃음) 역할을 나누면서 그렇게 된 건데, 홍세정 PD가 화면 찍은 걸 뷰파인더로 다시 찍어서 단체 카톡방에 보낸 걸 확인한 순간에 느꼈다. 이거는 10년 뒤에도 회자될 장면이라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잘됐다고 생각했다. 남성 PD인 우리 둘 중에 한 명이 갔으면 임종헌 차장을 앞질러버렸을 거 같더라. 앞에 서면 그림은 잘 찍혔을 테지만 그 상황이 잘 전달되지 않았을 것 같다. 그 와중에 홍세정 PD를 밀치고, 카메라도 때리고 그래서 정말 우리나라 판사들이 이런 수준인가 싶었다. 정중하게 촬영 거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그랬다.

이런 사람들의 민낯이 모두 밝혀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임채원
: 아니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부영그룹 사건은 취재하면서 고위직 정치인들이 너무 많이 관여돼 있어 놀랐다. 누군지 일일이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우리나라가 쉽게 바뀌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가만 보면 MBC랑 똑같다. 사장 한 명 바뀐다고 다 바뀐 건 아니다.

오랜 파업을 겪으면서 본인만의 취재관이 더 확고해졌을 것 같다.
임채원
: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 나오는 ‘한 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라’는 말에 공감한다. 구체화되고 파편화된 사실로부터 일반적인 법칙들, 구조적인 모순들을 이끌어내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여전히 소송 협박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을 텐데.
임채원
: 서정문 PD는 실제로 지금 소송이 세 건 걸려 있다. 부영그룹 쪽에서도 나에게 “취재 엉성하게 해서 내보내면 법적으로 책임지셔야 될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미 소송 대비하고 있으니까 해보시라”고 했다. 걸면 어떻게 되는지 보시라고. 끝까지 가자 그랬다. 나도 사실 소송 걸릴 것을 대비해서 취재분을 더 마련해놓고 있었고, 소송 걸리면 그쪽의 자료가 우리 쪽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그것까지 이용해서 한 번 더 방송을 하려고 했었다.

‘PD수첩’에 시청자들이 유독 기대하는 사명감이라는 게 있다.
임채원
: 마츠모토 세이초의 소설을 좋아한다. 거기 보면 그냥 길 가다가 이상한 걸 보고 문제다 싶어서 그 일에 뛰어들게 되지 않나. 안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다 생계형으로 일하다가 우연히 불의를 접하고 ‘아, 이건 정말 안 되겠다. 이건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하게 되었는데, 이런 게 사명감이라면 사명감일 것 같다. 양승태 건에서는 서정문 PD가 오재선 씨의 비극적인 삶에 대해 감정이입을 했다는 걸 강하게 느꼈다. 그 부분은 편집감독님이 있는데도 서정문 PD가 직접 편집을 하더라. 이게 무슨 얘기냐면, 그만큼 자기가 그걸 통해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소리다. 남의 손에 맡길 수도 없고 꼭 내가 해야겠다는 거다. 나에게는 부영그룹 회차가 그런 아이템이었다. ‘이것만 나가면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했던 것 같다. 그땐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MBC 정상화를 계기로 ‘PD수첩’은 어떤 부분이 가장 변한 것 같나.
임채원
: 파업이 가져온 성과 중 하나가 PD와 기자가 굉장히 친해졌다는 점이다.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받는다. PD적인 마인드가 보도국으로 흡수됐고, 보도국에서 일하는 방식이나 커넥션이 ‘PD수첩’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정보 공조가 굉장히 강화됐다. 지금은 PD와 기자가 같은 ‘국’에 속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반대로, 돌아와서 가장 힘들다고 느꼈던 점은 뭔가.
임채원
: 가장 큰 타격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신입사원을 못 뽑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처음 들어왔다. 맥이 끊기니까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힘들다. 또한 내부 갈등의 불씨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지금 MBC에 가장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임채원:활력과 개방성이다. ‘PD수첩’은 분위기도 좋고 좀 살아난 분위기인데, 다른 부서들 중에는 아직 침체된 곳이 있다. 그리고 일부 보직자들이 MBC를 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팀원들을 몰아붙이면서 팀원들이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죽었던 것도 아니고, 살았던 것도 아니다. 그러니 MBC를 살려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플레이할 수 있도록 경영진이 판을 깔아주고, 우리는 계속 하면 된다.

최승호 사장이나 이근행 시사교양본부장 체제도 자리가 잡혀가는 것 같다.
임채원
: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최승호-이근행 체제가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이분들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손들고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분들이다. 그래서 그분들이 더 어깨 펴고 살 수 있게 후배들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선배들이 좀 외로워한다는 느낌이 있다. (웃음) 저번에 기술본부장으로 간 선배가 “넌 왜 나한테 밥 먹자고 얘길 안 하니?”라고 물으시더라. 그런데 후배 입장에서는 본부장님이 되신 분에게 갑자기 밥 먹자고 할 수도 없지 않나.

오랜만에 공채 후배들을 본 소감은 어떤가.
임채원:나랑 11년 차이인데도, 중간에 후배가 너무 없어서 그냥 3~4년 후배같이 느껴진다. 중간에 다 나가는 바람에 그동안 후배가 네 명 정도밖에 안 됐다. 사실 경력직 후배들은 파업을 같이 겪으면서 힘든 시기를 같이 보냈는데, 신입으로 들어온 후배들은 어떨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1990년대생들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할지도 궁금하다.

그 몇 안 되는 후배들이 “착하다”고 평가하더라. (웃음)
임채원
: 후배들이 할 말이 없었던 것 같다. (웃음)

지금에 이르러 보면, ‘PD수첩’은 어떤 사람들이 만드는 프로그램 같나.
임채원
: 내가 왜 여기 와 있는지도 모르는 판국에… (웃음) 어쨌든 성격이 안 좋은 사람들, 잘 분노하는 사람들, 짜증 잘 내는 사람들이 ‘PD수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로부터 과학을 태동시킨다”는 말을 했는데, 나는 그걸 바꿔서 분노로부터 과학을 태동시켜야 된다고 말한다. 잘 분노하는 사람만이 이걸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고, 그 분노를 자원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이런 분노와 짜증을 겉으로 드러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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