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10조 주식 순매수 미스터리…한국 증시 전대미문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07.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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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27>상반기 개인 순매수 역대 최대…삼성전자에 71% 집중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개미 10조 주식 순매수 미스터리…한국 증시 전대미문


“개미들의 10조원 주식 매수 자금은 어디서 왔을까?”

올해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9조5662억원에 달했다. 1999년 한국거래소 데이터 수집 이래 개인 역대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 개인 상반기 최대 순매수 규모는 2009년에 기록한 4조2943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는 2009년 때보다 두 배나 더 많다.

연간 순매수 규모와 비교 해도 역대 최대치다. 지금까지 개인 연간 최대 순매수 규모는 2007년에 기록한 7조2739억원이었다. 올해엔 반년 만에 2007년 한 해 규모를 뛰어 넘었다. 그야말로 한국 증시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기관과 외국인의 역대 순매수 규모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기관이 상반기에 올해 개인 순매수 규모보다 더 많이 매수 했던 경우는 2008년 상반기(17조4691억원) 단 한 번 뿐이었고, 외국인의 경우도 1999년 이후 네 번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 개인 순매수 규모는 작년 한 해 외국인이 기록한 순매수 규모(9조7082억원)와 거의 맞먹는다. 그만큼 어마어마하다.

순매수 규모도 놀랍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동시에 주식을 팔아치우는 상황에서 개미들이 용감하게 순매수를 유지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관은 4조430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했고, 외국인도 4조558억원을 순수하게 처분했다. 1999년 이후 상반기에 기관과 외국인이 동시에 순매도하고 개인이 고독하게 순매수 한 경우는 2011년 단 한번 뿐이다. 게다가 당시 기관(-9477억원)과 외국인(-1조6806억원)의 순매도 규모는 올해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 개미들로 하여금 역대 최대의 주식 순매수에 나서게 한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 기관과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에도 꿋꿋하게 매수를 감행하게 만든 용기는 또 어디서 왔을까? 무엇보다도 1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주식 순매수 자금은 도대체 어디서 났을까? 온통 미스터리다.

먼저 개인 주식 순매수 자금의 출처를 일부 엿볼 수 있는 통계가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빚을 내 주식을 매입한 신용공여 잔고가 올해 6월 말 11조8183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1조9575억원이나 늘었다.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6월 12일 12조6480억원까지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공여 잔고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개미들이 2조원 가까이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수했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신용공여 만으로는 9조6000억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순매수 자금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나머지 7조6000억원에 달하는 매수 자금 출처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는다.

개미 10조 주식 순매수 미스터리…한국 증시 전대미문
다음으로 올해 상반기 개미들이 사상 초유의 주식 매수에 나서게 만든 요인은 개미들이 보인 특이한 매수 행태에서 파악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삼성전자우 (64,100원 ▼1,300 -1.99%)를 각각 6조5625억원과 2124억원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였다. 올해 상반기 개인 전체 순매수의 71퍼센트가 삼성전자 주식(보통주+우선주)에 집중됐다. 올해 상반기 개인 순매수 상위 톱10 종목들을 모두 합친 규모보다 더 많다.

반면 기관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를 합쳐서 3조9095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4조221억원을 팔아 치웠다.

개미들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다음으로 순매수를 많이 한 종목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으로 각각 1조1334억원과 1조234억원을 순매수 했다. 이외에 개인 순매수 상위 톱10에 든 종목들은 현대건설(6512억원), 현대로템(5796억원), 카카오(5104억원), 현대엘리베이터(4142억원), LG화학(3926억원), NAVER(3477억원), 현대상선(2722억원) 순이다. 개인 순매수 상위 톱10 종목을 다 합쳐도 삼성전자 순매수에 미치지 못한다.

1999년 이래 삼성전자가 상반기 개인 순매수 1위에 오른 적은 총 4번 있었는데 순매수 규모는 올해와 비교도 되지 못한다. 작년에도 상반기 개인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였지만 개인 순매수 규모는 9496억원에 그쳤다. 2013년과 2002년의 순매수는 각각 2조846억원, 1조2864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올해 어떤 요인이 개인들로 하여금 삼성전자에 몰입하게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전적으로 액면분할 때문이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가 액면분할을 발표한 1월 31일 전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는 5249억원에 불과했고 삼성전자우는 오히려 230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그러나 액면분할이 발표된 이후 6월 말까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를 각각 6조375억원, 2354억원 폭풍 매수 했다.

지난 4월 25일에는 액면분할에 따른 거래정지 3일을 앞두고 서울 강남에 사는 한 ‘슈퍼개미’가 삼성전자 주식 8만주를 사들이기도 했다. 슈퍼개미의 매수규모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2000억원에 달했다.

‘슈퍼개미’를 비롯해 수많은 소액 개미들이 액면분할 호재에 이끌려 삼성전자 주식에 구름같이 몰려 들었다.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자 휴대폰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 때문에 기관과 외국인이 대규모로 팔아 치워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꿋꿋하게 사들였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국민주'가 됐다.

7월 들어서도 개미들의 삼성전자 주식 매수세는 멈추지 않았다. 7월 1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2148억어치 추가로 순매수 했다. 그러나 기관은 추가로 229억원 순매도 했고, 외국인은 1875억원어치를 더 처분해 매도세를 이어 나갔다.

한편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주가는 올해 들어 7월 19일까지 8% 가까이 하락하며 개인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삼성전자우 (64,100원 ▼1,300 -1.99%)도 9% 떨어졌다. 액면분할 발표 후에도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 주가는 각각 5.8%, 7.2% 하락했다. 액면분할 호재가 주가에 반영되기는 커녕 오히려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처분하는 기회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들어서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에 7조원의 자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 주식이 ‘개미들의 무덤’이 된 형국이다. 떠나간 기관과 외국인이 되돌아오기 전까진 개미들 스스로 무덤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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