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가마솥 더위…폭염 지속 ‘33.1일’ 1994년 기록넘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8.07.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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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태평양·티베트 고기압 영향으로 한반도 '열돔' 형성

서울 여의대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자료사진=뉴스1서울 여의대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자료사진=뉴스1


최근 무더위 기세가 심상치 않다. 장마가 평소보다 보름 일찍 끝나면서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무더위가 다음달까지 지속돼 1994년 기록한 사상 최장·최악 폭염 기록을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폭염은 한여름 더위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크게 확장된 것이 1차 원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는 예년보다 더 뜨거워진 적도 서태평양 바다가 한반도로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을 키워 폭염을 강화시켰다. 이 때문에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일찍 밀려났다는 분석이다.

장마가 이전보다 이른 7월 초순에 끝나면서 올여름 더위는 역대 가장 무더웠던 지난 1994년 여름 더위보다 더 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4년 일 최고 기온이 33℃ 이상 올라가는 폭염이 전국 평균 33.1일 발생했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화된 점, 장마가 지난 11일 끝나 45년 만에 가장 짧았던 점, 유사한 기압골 배치 등을 고려할 때 짧은 장마 직후 최악의 폭염으로 이어진 1994년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내륙 티베트 고원에서 생선된 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한반도 부근으로 확장하면서 한반도 대류권 상층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었다.

티베트 해발 3~4km 거대지역에는 이맘때 눈이 덮여있었다. 눈 덕분에 태양빛이 지표면에 닿지 못하고 바로 반사된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눈이 녹으면서 태양빛의 강한 일사로 지표면이 뜨겁게 달궈졌다. 이곳이 더워지면서 고기압이 빠르게 발달했고, 이 고기압이 동쪽으로 진출하면서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중국의 티베트 고기압과 남동 해상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크게 확장해 동시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두 고기압 세력이 팽팽히 맞서면서 뜨거운 열기가 계속 축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한반도에 갇힌 '열돔 현상'을 뜻한다. 이번 폭염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한반도 동서를 강력한 고기압이 차단하면서 '열돔'이 형성돼 기온이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열돔은 간단히 말해 고기압권 중심부에 위치하게 됨에 따라 구름도 없고, 바람도 잘 안 통하며, 햇빛이 항상 비춰 계속 더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마치 반구형 지붕에 갇힌 듯 지면을 둘러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단지 한국뿐 아니라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한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폭염이 지난 1994년 역대 최고 폭염을 넘어설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저지고기압이 현재는 1994년처럼 강하게 발달되지 않아, 1994년 폭염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상청과 기후학자들은 이번 폭염이 날씨 상황에 따라 최소 다음주, 길게는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변수는 이달 후반 북상할 태풍 '암필'이다. 반 센터장은 “태풍이 '열돔'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폭염은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태풍이 올라 오면 현재의 기상 상황이 바뀌어 선선한 날씨를 기대할 있겠지만, 고기압이 워낙 세면 태풍이 한반도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의 기상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사상 최고 기온은 1942년 8월 1일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에서 기록한 40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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