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데이터 해석의 오류?…데이터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8.07.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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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데이터를 철학하다’…어떻게 데이터는 지혜가 되는가

소득주도성장=데이터 해석의 오류?…데이터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


인류는 관찰을 시작한 순간, 데이터와 친숙했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은 기록을 통해 전승됐고 그만큼 인류는 진화했다. 그 데이터의 기록자이자 주인은 인간이었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인간은 머지않아 신으로 등극할지 모른다는 낙관론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결합은 점차 인간을 소외시키고 있다. 미국에선 두 요소의 결합으로 잠재적 범죄자를 찾아내 사법 판단의 증거로 활용한다. 데이터의 주인이 데이터의 표적으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데이터가 유용한 수단을 넘어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건 데이터 자체보다 그 실체를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기 때문. 사물의 외양, 특성, 반응 메커니즘을 가상화해 현상을 모의실험하고 인간의 지능을 복제한 인공지능을 다양한 영역에 특화해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더스트리 4.0, 디지털 트윈, 알파고 등은 이미 우리 앞에서 맹렬히 ‘활약’하고 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데이터를 통해 현상을 보려 하기에 그 선택과정에서 커다란 왜곡이 생긴다.

알파고까지 가지 않더라도 ‘소득 주도 성장’ 같은 새로운 ‘정보’를 다룰 때도 왜곡은 존재한다. 데이터 자체보다 인간의 잘못된 ‘해석’이 빚는 오류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소득 주도 성장이 가능하려면 순환 구조상의 승수(multiplier)가 평균적으로 1보다 커야 한다. 마치 무동력 전기차가 불가능한 것은 순환구조상 승수가 1을 넘을 수 없다는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르는 것처럼. 소득주도 성장의 순환 구조 역시 승수가 1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득 증가가 모두 소비로 가지 않고, 소비 증가가 모두 투자 증가로 가지 않으며 투자 증가가 모두 일자리 증가를 통한 소득 증가로 않기 때문이다. 인과관계의 방향을 잘못 해석하거나 연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오류를 저질렀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저자는 “데이터를 올곧게 바라보는 것은 인간 본성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수억 년 전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공정성, 형평성 같은 형이상학적 가치 이전에 생존에 유리하게 현상을 바라보는 기회주의적 기질을 체화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데이터는 객관적 개체가 아니라 관찰자가 주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세상의 단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직도 데이터가 객관적 타당성을 가질 거라고 속단한다면 당신은 데이터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데이터가 인간의 뇌를 닮아가거나 인간의 뇌를 뛰어넘는 시나리오는 총 4가지다. ‘규제된 지능’으로서의 인간이 되고 싶은 인공지능, ‘방치된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감시하는 사회, ‘규제된 초지능’으로서의 증강 휴먼의 등장, 그리고 ‘방치된 초지능’으로 신이 된 인공지능이 그것.

이 4가지 시나리오에서 데이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가치 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메커니즘, 일고리즘의 근간이 되는 지능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인간의 미래 역시 밝지 않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인간 중심의 데이터 담론이 탐구돼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빅 데이터를 넘어 빅 인텔리전스 시대를 앞두고 ‘데이터에 왜 철학이 필요한가’라는 문제 제기는 계속돼야 할지 모른다.

저자는 “우리가 빅 데이터 시대를 주도하고자 한다면 우리 주위에 수집, 보관되고 있는 데이터를 누가 어떠한 관점에서 수집한 것인가를 파악해야 한다”며 “그래야 주도적 관찰자로서의 주관을 가지고 그 관점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발굴할 수 있으며 이를 올바른 가치관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철학하다=장석권 지음. 흐름출판 펴냄. 404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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