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2만여 명을 상대로 100억원대 가상통화 투자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각지와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가상통화로 수당을 지급하고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 2만여 명을 속여 총 109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1450개의 ICO를 조사한 결과 18%인 271개가 가짜, 타 프로젝트 백서 표절, 수익 보장 등 사기적 ICO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5000만달러 이상의 ICO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2%가 사기이거나 상장 실패 등 결과가 부정적이었다는 발표(미국 가상통화 전문 자문기관 ‘사티스 그룹’)도 있다. 가치가 1센트 미만으로 떨어져 사장됐다고 판단되는 가상통화를 올리는 웹사이트인 데드코인스에는 이미 800개가 넘는 가상통화 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ICO 금지 조치는 당연하게 보인다. ICO 전면 금지는 중국 외엔 한국이 유일하다. 문제는 정부가 제대로 된 규제와 이에 따른 처벌 없이 ICO를 금지한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어 ICO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외에 법인을 세워 ICO를 진행하거나 신일그룹과 같은 일부 업체들은 ICO와 유사한 자금조달 행위를 버젓이 하고 있다.
ICO가 금지돼 있지만 ICO 투자가 금지된 것은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ICO를 선언적으로 금지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선량한 피해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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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ICO는 기존의 증권규제를 회피해 비규제 영역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고안된 자금조달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며 “다수의 일반투자자들 대상으로 투자를 권유하고 다수의 사기적 ICO가 발견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절한 규제가 뒤따르지 않으면 대규모 투자피해를 유발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고민은 규제 자체가 허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ICO에 대한 정부 입장은 전면 금지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국내 가상통화 시장의 거래 과잉과 투기적 요소들로 인해 현시점에서 ICO를 허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가상통화에 대한 정의와 규제, 법규가 마련된 후 ICO 허용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ICO를 규제한다는 것은 일부 허용을 전제하는 것인 만큼 규제 샌드박스 등 점진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ICO는 가상통화 규제와 거래사이트 기준안이 마련된 뒤 마지막 단계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