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위원회 '2018 종사자 미소국가대표'로 선발된 이준용 문화관광해설사(오른쪽)와 최소라 영업사원. 70대와 20대의 살아온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친절을 보는 정의와 의미는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친절은 성실과 감동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시작하면 가장 따뜻한 친절 국가로 각인될 대한민국 친절의 진정한 해법은 무엇일까. 최근 한국방문위원회 ‘2018 상반기 종사자 미소국가대표’로 뽑힌 두 사람을 만났다.
할아버지와 손녀 같은, 세대 차이 ‘확실히’ 나는 이들이 생각하는 친절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성실과 감동이다.
안동축제관광재단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는 미소국가대표 이준용씨. /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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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해설사 일을 하면서 그의 웃음도 달라졌다. 그는 “전에는 우리 민족과 문화의 우수성을 몰랐는데, 배우고 전파하면서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며 “진정한 웃음은 진실과 (자신에게 받는) 감동이 있어야 나온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했다.
그런 노력에도 관광객 20% 정도는 친절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국투어하면 호남지역은 여유롭고 친절해요. 강원도나 경상도 가면 정반대예요. 산악지방이다 보니, 먹을 게 풍족한 호남지역과 대비되는 셈이에요. 게다가 유교가 정립된 조선시대부터 우리는 웃음을 잃었어요. 남녀구분하고 형식을 중시하는 태도 때문에 친절이 더 인색해졌죠.”
하지만 이씨는 소수의 무반응에도 ‘마음을 비운다’고 했다. 작은 속상함보다 가끔 찾아오는 큰 기대가 친절을 놓을 수 없게 하기 때문. 한번은 하회마을 투어에 참가한 어머니 한 분이 2주 지나 이웃을 모아 재방문 의사를 밝혔다.
이씨는 “더 들을 이야기는 없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명곡을 어디 한 번만 듣고 안 듣나요?”하면서 “전에 했던 설명 토씨 하나 빼지 말고 그대로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친절은 성실에서 시작되고, 감동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전자랜드 용산본점 영업관리 사원인 최소라씨. /사진=김휘선 기자
밥솥을 구입하면 차까지 실어주고, 클레임이 터지면 고객의 접수까지 도맡는 식이다. 핸드폰 개통하러 온 할아버지에겐 정서적 말동무가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 개통이 끝나고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 할아버지를 몇 번이고 상대하다 보면, 다음 날 삶은 계란 한판 싸서 방문하는 '작은 감동'도 만난다.
“겉으로 친절한 티는 고객이 바로 느끼는 것 같아요. 그냥 말이 툭툭 나가거든요. 제 마음가짐이 고객에게 편하게 다가간다는 걸 전제로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서로 불편한 지점을 없애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마음의 문을 여는 건 쉬운 문제인데, 그걸 푸는 걸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최씨는 먼저 다가가서 낭패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가끔 외국인이 매장을 찾을 때도 그는 ‘호명 1순위’다. 영어 못하는 건 똑같은데도, 그는 구글 번역기 켜고 외국인 눈을 맞추고 미소로 응대한다. 손을 내밀면 상대방은 똑같은 마음으로 응대하고 사소한 오해조차 풀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신입사원 면접 때 보이는 웃음은 가식적이기 쉬워요. 윗사람에게 던지는 가식적인 웃음은 불편함을 줄 뿐이거든요. 그런 불편함을 없애려면 제가 먼저 친근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해요. 사람을 자꾸 만나면 그 사람이 정말 보여요.”
70대 이준용씨는 친절을 "내 마음을 비워 성실하게 대하는 태도"라고 했고, 20대 최소라씨는 "먼저 손 내밀어 정서적 말동무가 되는 친구"라고 정의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최씨는 “미소국가대표가 된 걸 자랑하고 싶다”며 “활동하는 동안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법을 많이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관광객을 다시 불러 모으는 힘의 본질은 감탄의 자연도, 잘 정비된 시설도 아니다. 콘텐츠 앞에 선 사람의 미소와 친절이 보여주는 살아있는 태도다.
한국방문위원회가 2010년부터 현재 15기까지 지자체와 유관기관, 민간기업의 추천을 통해 선발한 종사자 미소국가대표는 총 914명이다. 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친절캠페인 확산에 동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