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하락장에선…다 포기하고 '무협지' 읽지요"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07.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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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25>가치투자의 대가 이채원의 위기 대처법 3단계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증시 하락장에선…다 포기하고 '무협지' 읽지요"


“주식투자를 하다 위기가 오면...다 포기하고 무협지를 읽습니다.”

한 여름철 국내 증시가 싸늘한 ‘조정’(correction) 국면에 진입했다. 코스피지수는 5일 종가 기준으로 직전 고점 대비 13.4%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14.8% 떨어졌다. 특히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증시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한 여름철 투자자들의 마음을 냉(冷)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개월간 코스피지수는 8% 급락하고 코스닥지수는 9.5% 빠졌다.

국내 시가 총액 1위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는 50:1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3개월째 하락하며 고전하더니 급기야 시장 컨센서스를 밑도는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6일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52주 최저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지난 4일 미중 무역분쟁 우려와 파업 우려 등이 맞물리며 주가가 8년 3개월 만에 12만원선을 하회했다.



이렇듯 증시가 10% 이상 하락해 조정국면에 접어들면 밤잠을 못 이루는 투자자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직 공포나 패닉 수준에 이르진 않았더라도 마음은 번민(agony)에 휩싸여 고통받는다.

이때 투자 고수들은 나름대로 마음의 고통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에서 가치투자의 대가라고 불리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신탁운용 대표의 위기 대처법은 특이하다.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리치투게더 펀드 운용 10주년 보고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증시가 하락할 때 자신은 3단계의 대처법을 취한다고 말했다.

1단계: 두 배로 더 열심히 일하면서 투자전문가들의 책으로 마음을 달랜다.
2단계: 다 포기하고 무협지를 읽는다.
3단계: 시간이 지나길 기다린다. 방법이 없다. 잊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위기 대처법 1단계는 여타 투자자들과 다르지 않다. 이 대표는 증시가 조금 하락하면 왜 하락하는지 분석하고 투자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며 위기를 견딘다.


그러나 2단계부터 이 대표의 위기 대처법은 남들과 달라진다. 1단계에도 증시가 계속 하락하면, 이 대표는 더 이상의 투자 분석을 멈추고 무협지를 꺼내 읽는다. 하지만 보통의 투자자들은 2단계에서 주식투자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2단계에도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이 대표는 마땅히 다른 방법이 없으니 다 잊고 그저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이 대표의 3단계 위기 대처법은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특히 증시가 하락할 때 올바른 투자철학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 미국 투자정보사이트 인베스토피디아(investopedia)에서 소개된 “하락장에서 살아남는 8가지 방법”(8 Ways to survive a market downturn)도 효과적인 위기 대처법이 될 수 있다.

1.불안한 마음 다스리기
미국 월가에서 내려오는 속담에 “주가는 불안의 벽을 타고 오른다”(The Dow climbs a wall of worry)라는 말이 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주식시장은 항상 한 순간의 악재가 지나간 뒤 종국에는 올랐다. 따라서 현재의 조정국면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 믿고 불안한 감정을 떨쳐 버려야 한다. 이채원 대표도 증시 조정기에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수십 권의 무협지를 읽는다고 밝혔다.

2.추가 매입하기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조금씩 추가 매입하면 평균 매입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어 이후 주가가 반등할 때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채원 대표도 4일 "(증시 조정기인 지금) 적극 매수를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3.죽은 척 하기
전문 사냥꾼들은 숲속에서 갑자기 곰(bear)을 만나게 되면 도망치기 보다는 그 자리에서 죽은 척(play dead)하고 엎드려 있는 게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한다.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에서 곰(bear)이 활개를 치면(=증시가 하락하면), 맞서 싸우기보다는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일 수 있다. 이채원 대표의 위기 3단계 대처법을 잘 살펴보면, 이 대표는 증시 하락(=곰)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분산투자하기
증시 하락기엔 위험관리가 특별히 중요해진다. 자신의 투자포트폴리오에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을수록 증시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증시 조정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주식 외에 채권이나 현금 등과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적절히 늘리는 것도 효과적인 대처법이 될 수 있다.

5.장기투자하기
하락장에서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무모하게 뛰어들면 안된다. 특히 신용 투자를 하거나 다른 용도에 지출될 예정인 자금을 주식투자에 써 버리는 행위는 금물이다. 이럴 경우 증시가 빨리 반등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손실을 입게 되고 결국 회복 불능이 된다. 증시 조정국면에서도 5년 이상 장기투자가 가능한 자금만 주식투자에 넣어야 한다.

6.가치주 투자하기
증시가 조정국면에 진입하면 전체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가치투자자들은 주식매수 적기라고 강조한다. 시장 전체가 하락하면 우량 회사와 불량 회사의 구분 없이 주가는 모두 떨어지게 마련이다. 가치주(value stock)란 좋은 회사인데도 주가가 형편없이 낮게 하락한 주식을 말한다. 증시 조정국면은 장기투자자에게 좋은 주식을 값싸게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7.방어주 투자하기
증시 조정국면에서는 방어주나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비순환주가 좋은 성적을 낸다. 이들 주식은 경기 순환에 상관없이 꾸준한 이익을 내고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들로, 경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지 않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8.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 투자하기
인버스 ETF는 지수가 하락할 때 반대로 가격이 올라가는 주식형 펀드다. 증시 조정국면에 인버스 ETF에 투자하면 남들이 손실을 볼 때 나홀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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