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기루'였나… '죽은' 가상통화 800개 넘어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8.07.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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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주목받자 우후죽순 생겨나… "먹튀 빈발, 2000년 닷컴버블과 비슷"

가상통화 채굴기. /AFPBBNews=뉴스1가상통화 채굴기. /AFPBBNews=뉴스1


한때 '통화혁명'으로까지 불리던 가상통화(암호화폐) 시장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표 가상통화 가격이 폭락하고, 우후죽순 생겨났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상품이 급증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2일(현지시간) 지금까지 사업성 부족으로 사실상 소멸했거나 가치가 1센트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인 '데드 코인(Dead Coin)'이 800여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들 가상통화는 가상통화공개(ICO)라는 작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기업이나 단체가 새로운 가상통화를 만들어 이를 투자자에 팔아 자금을 모집하는 것이다. 러시아계 암호화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이 지난 2~3월 두 차례의 ICO로 17억달러(약 1조8000억원)가량을 모은 것이 대표적이다.



ICO는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만달러(약 2237만원)에 육박하는 등 주요 가상통화 가격이 뛴 것이 기폭제가 됐다. 특히 진입 장벽이 높은 기업공개(IPO)나 벤처캐피탈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영국의 가상통화 시장분석회사 코인스케줄에 따르면 지난해 ICO 규모는 38억달러(4조2500억원), 올해도 이미 119억달러(13조3125억원)를 넘어섰다.

ICO 시장이 커지면서 부작용도 속출했다. 사업성을 과장해 홍보하거나, 심지어 돈만 챙겨 달아나는 일명 '먹튀' 사례도 급증했다. 지난 4월에는 유명 권투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를 앞세워 홍보한 가상통화 센트라가 사기로 결론이 나 투자자들이 3200만달러(357억원)이상을 피해 본 일도 발생했다. 센트라는 비자·마스터카드 등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가상통화를 실제 상품 거래에 쓸 수 있다고 했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여기에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들도 연이어 해킹 피해를 당하는 등 악재가 계속되면서 결국 세계 각국이 규제를 강화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가상통화 대표주자 비트코인 가격이 70% 폭락하는 등 시장이 침체했다.

CNBC는 ICO 시장에 대해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 나스닥의 추락과 무너지던 회사들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당시 인터넷 보급에 맞춰 수많은 IT 회사가 설립되고,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었다. 하지만 실체 없는 부실기업이 대부분이었고, 거품이 꺼지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때 생긴 기업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상통화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규제만 정비되면 투자자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명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 비트멕스(BitMEX)의 아서 헤이즈 최고경영자는 각국이 가상통화 시장을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말 개당 5만달러(5590만원)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고위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증권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가상통화에 대한 강한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달 29일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6000달러 밑으로 떨어졌으나 최근 다시 10%이상 상승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재 전날보다 4% 오른 6661.76달러(코인데스크 기준)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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