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팔아야…" 고점 경고한 애널리스트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8.06.25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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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광수 미래에셋대우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앞다퉈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 하거나 투자자들이 집값이 더 오른다고 전망할 때, 그리고 거래량이 극심하게 줄어들 때가 부동산 고점입니다. 지금이 이와 유사합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집값 고점을 경고하는 책을 써냈다. 미래에셋대우에서 건설·부동산 업종을 분석하는 이광수 연구원(사진)이 주인공이다.



그는 “20억원 가까이 오른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지금 사는 건 매우 위험한 투자”라며 “부동산 주기상 고점이 멀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부터 집을 매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써낸 책은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부자의 법칙’(메이트북스)을 제목으로 한다. 이 연구원은 “고점에서 집을 사는 사람은 항상 가난한 사람이었다”며 “보통 사람들이 투자에 실수하지 않게 도움이 되고 싶어 책을 냈다”고 말했다.



◇왜 서초·강남 집주인의 80%는 해외 출장 중인가=책 내용에는 다음 같은 장면이 들어있다. 한 맞벌이 부부가 강남 14억원 아파트를 사기위해 부동산에 연락한다. 부동산에서는 다음날 “집 가격이 15억원으로 올랐다”는 말이 돌아온다. 남편은 매매를 주저하지만 아내는 “지금 아니면 강남에 진입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부동산을 찾아간다. 그러나 집 주인은 5000만원을 추가로 올린다.

이 연구원은 “이처럼 강남에서는 충격적이지만 똑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서초·강남 집주인의 80%가 해외출장 중이라며 하루 만에 집값이 1억, 2억원씩 뛰면서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든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거래량이 거의 없을 때 한, 두 건의 거래로 형성된 가격을 믿으면 안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세대수가 적고 거래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한 건의 거래로 평균 집값을 눈속임할 수 있는 아파트 가격담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시장 가격에 대한 신뢰는 완전경쟁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라는 전제가 필요한데 지금처럼 거래량이 떨어지면서 껑충 뛴 가격은 비정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막차를 타는 사람들은 이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그는 “주택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최후에 빚내 집을 사는 사람은 바로 돈 없는 사람”이라며 “과도한 대출을 일으켜 고점에 집을 산 뒤 금리가 올라가고 전세값이 떨어지면 빚더미에 앉게 된다”고 말했다.


◇아파트도 가치투자…불황에 미분양을 사라=서울은 아직도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 연구원은 “서울의 주택 공급은 항상 부족했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집값 상승 이유로 지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보다는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팔지 않아 가격이 오른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주택 보유자들이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 생각해 집을 팔지 않았는데, 하반기부터는 조정이 서서히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 정부가 내놓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 강화 정책은 집값 상승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며, 부동산 정책은 시차를 두고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집을 살 시점은 언제일까. 이 연구원은 전세가 선호되는 부동산 불황기에 정부의 대출혜택이 늘어날 때가 매수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주식투자의 제1원칙은 저가매수이고, 이는 부동산에도 적용된다”며 “지금처럼 부동산이 비싸진 국면에선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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