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무슬림의 '범죄 공포'…오해와 진실은?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2018.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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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범죄에 대한 편견, 사실과 다른 경우 많아…가짜뉴스·편견 경계해야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이 모여있다. /사진=뉴스1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이 모여있다. /사진=뉴스1


제주에 예멘 국적자 561명이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난민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과 가짜뉴스까지 확산되면서 난민 문제는 '외국인 혐오', '이슬람 공포증'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민 불안감을 부추기는 외국인을 둘러싼 소문의 사실 관계를 짚어본다.



◇"외국인은 범죄율이 높다"…실상은 내국인 절반에 못 미쳐
[팩트체크]무슬림의 '범죄 공포'…오해와 진실은?


외국인들의 한국 정착을 반대하는 이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범죄에 대한 우려다. 외국인 범죄자가 등장하는 영화와 외국인 범죄를 전하는 뉴스를 통해 '외국인=범죄자'라는 인식이 굳어진 탓이다.

하지만 통계를 통해 드러난 범죄율은 오히려 내국인이 두배 이상 높다.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공식 통계에 나타난 외국인 범죄의 발생 동향 및 특성'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인구 10만명당 검거인원수는 매년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흉악범죄를 저지를 가능성 더 높다"…성별·연령 차이에 의한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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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범죄율이 더 낮다는 지적에 대해 '흉악범죄는 외국인이 더 많이 저지른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영화 '청년경찰', '범죄도시', '신세계' 등을 통해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러나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만을 떼어 놓고 보아도 여전히 내국인이 더 높은 검거인원지수를 보인다. 형사정책연구원이 펴낸 '외국인 밀집지역의 범죄와 치안실태 연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외국인의 5대 범죄 검거지수(인구 10만명당 검거인원)은 918명으로, 내국인(1033명)보다 낮다. 이런 추세는 2007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5대 범죄를 개별 범죄별로 볼 경우 살인·강도는 일반적으로 외국인의 검거지수가 내국인보다 높다. 하지만 이는 내국인에 비해 현저히 높은 남성 비율,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구성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기준 국내체류 외국인의 성비(남성의 수/여성의 수)는 지난해 기준 약 1.33으로 내국인의 성비(1)보다 현저히 높다. 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남성은 여성에 비해 살인을 5.9배, 강도는 9.1배 많이 저지른다.

또한 강력범죄자가 주로 분포하는 20~40대 비중도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내국인의 20~40대 인구비중은 42.7%(2017년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지만 외국인은 두배가 넘는 67.9%(2016년, 법무부 체류외국인통계)에 달한다.

강력범죄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성별과 연령의 변수가 '외국인이라서 더 많은 살인·강도를 저지른다'는 통계적 착시를 일으키는 것이다. 연령과 성별 요인을 제거할 경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다고 보기 어렵다.

◇"이슬람권 출신은 다른 국적자보다 더 위험해"…이슬람권 방글라데시, 인니 범죄율 최하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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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슬람에 대한 공포도 극대화되고 있다. 다른 국적 출신자에 비해 이슬람권 출신자들이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하지만 2015년 기준 가장 높은 검거지수를 기록한 국적은 비이슬람권인 몽골이었다. 이슬람 국가인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이 2,3위를 기록했으나 같은 이슬람권인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는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두 나라는 캐나다, 미국보다도 낮은 범죄율을 보였다. 단순히 종교와 범죄가능성을 연결지을 수 없는 것이다.

◇"외국인 밀집지역은 외국인 범죄의 온상이다"…내국인에 비해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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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외국인체류자가 급증하면서 전국에 외국인 밀집지역이 형성됐다. 외국인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거주자도 많은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지역으로는 서울 구로구, 영등포구, 경기 안산시 단원구, 시흥시가 꼽힌다. 주로 차이나타운이 있거나 대규모 공단이 위치한 지역이다.

'외국인 밀집지역의 범죄와 치안실태 연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구로구, 영등포구, 안산시 단원구, 시흥시 거주 외국인의 범죄 검거지수는 각각 3256명, 1728명, 2068명, 2323명으로 오히려 내국인(각각 4176명, 4950명, 4216명, 4450명)보다 낮았다.

2011년 기준 4개 외국인 밀집지역의 내국인 범죄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현저하게 높았던 것과 달리 외국인의 경우에는 구로구에서만 외국인 전체범죄 검거인원지수가 전체 외국인의 평균치보다 높았다. '외국인 밀집지역이 외국인 때문에 범죄의 온상이 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독일서 범죄 늘고, 스웨덴 '강간의 나라'됐다"…오히려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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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난민 수용국인 독일의 범죄가 폭증했다는 주장은 국내에서 이주자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 특히 북유럽 선진국인 스웨덴에서 무슬림들이 '강간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공포는 극에 달했다.

하지만 독일에서 범죄가 증가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올해 독일 정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서 발생한 범죄의 수는 5760만건으로 이는 1992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적은 건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독일 내 외국인의 범죄건수는 95만건에서 70만건으로 23% 가량 대폭 감소했다. 마커스 게즈츠(Markus Gehrsitz)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는 '일자리, 범죄 그리고 투표-난민 위기 평가'라는 논문에서 "(난민 유입이)범죄 급증을 야기했다는 징후를 찾기 힘들다"고 결론내렸다.

난민촌이 있는 스웨덴의 도시(말뫼)에서 강간율이 급증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말뫼의 강간율은 난민 유입이 본격화 된 2015년에 전년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과 주요 도시인 괴텐베르크의 강간율과 비교해봐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부풀려진 가짜뉴스와 편견, 혐오 부추겨…사실을 바탕으로 사회적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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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유럽에서 난민들이 '강간 놀이'를 벌인다는 주장은 어떻게 확산 됐을까? 2016년에는 독일 로스톡에서 20세 독일 여성이 흑인 이주자에게 구강성교를 강요 받았다고 신고해 전 독일이 충격에 빠졌다. 이주자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하지만 이는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독일 슈피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 우익단체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게시된 난민에 의한 강간 범죄 138건 가운데 실제 벌어진 사건은 41건이었고, 실제로 난민이 연관된 사건은 20건, 유죄판결이 난 것은 14건이었다. 과도하게 부풀려진 정보가 SNS등을 통해 퍼지고 우익 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하면서 난민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이 조성된 것이다. 이처럼 독일과 스웨덴 내에서 생산된 가짜뉴스는 한국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 뿐 아니라 편견을 조장하는 보도 행태도 혐오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건국대 경찰학과에서 발간한 '외사치안안전구역 체감안전도 측정모델 및 조사 연구'(책임연구자 강소영)에서 연구진은 '외국인 범죄가 기존의 전통적인 범죄수법과 다른 자극적인 수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보도관행이 한국인으로 하여금 외국인에 대한 극단적 혐오감 또는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범죄 연구를 진행한 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범죄 발생 비율은 내국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태인데도 내국인들은 이주노동자 등을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며 "잘못된 편견과 오해는 외국인에 대한 불필요한 차별을 양산하고 외국인의 한국사회 적응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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