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난민 공포 vs 인류애…'딜레마' 빠진 대한민국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안재용 기자, 진달래 기자, 이상배 기자, 송민경 (변호사)기자, 방윤영 기자, 김성휘 기자, 김민우 기자, 구유나 기자, 김영상 기자 2018.06.2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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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종합)

편집자주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 제정·시행. 정부는 인권 선진국으로 발돋음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후 5년 제주도에 들어온 난민을 인도주의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난민을 둘러싼 갈등과 해결은 결국 인권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현재를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난민 둘러싼 진실 혹은 거짓…우린 함께 살 수 있을까
[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① "막연한 불안감에…" 정부, 인식 개선 위해 제 역할 해야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난민인권센터와 관계자들이 국내 난민 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알리고 정부의 해명과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난민인권센터와 관계자들이 국내 난민 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알리고 정부의 해명과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명이 들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난민을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해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시행한 한국이지만, 여전히 난민 수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근거로 난민에 대한 혐오 인식이 팽배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난민 인정율 2%도 안돼…3개월짜리 체류비자로 '일자리' 찾기 어려워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난민 허가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 글에는 일주일만에 29만여명이 동의 서명을 했다.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이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근거로 든다. △일자리를 찾아 온 가짜 난민 가능성 △난민에 대한 과도한 정부 지원 △난민에 의한 범죄발생 가능성 등이다.

이들은 '이들이 정말 난민인가'에 문제를 제기한다. 일자리를 찾아 온 '가짜' 난민이 아니냐는 것이다. 난민법은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사회적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받을 수 있는 근거 있는 공포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그런 공포로 거주한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 원하지 않는 외국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청자'가 '난민'이 되기는 어렵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신청자는 9942명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들은 121명으로, 심사결정 종료 건수(6041건) 대비 난민 인정률은 2.0%에 불과했다. 법무부에서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면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지만, 법원에서 난민 인정을 받기는 더 어렵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된 3364건의 난민 사건 중 6건만 난민으로 인정됐다. 고작 0.17%다.


인권단체 측도 난민 제도 악용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난민 인정율이 2%도 안될 정도로 정부가 엄격하게 심사를 하고있는 상황에서 난민 제도를 일자리를 위해 남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슬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난민 신청 후 6개월 뒤부터 취업을 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체류기간이 평균 3개월씩 연장된다"며 "3개월짜리 비자로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신청자 중 3.2%만 '생계비 지원'…내국인 범죄가 외국인 범죄의 2배

난민들에게 정부가 과도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도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난민 신청을 하면 매달 138만원에 달하는 생계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난민법 제 40조에 따라 난민신청자는 6개월간 생계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지원된 생계비는 44만2900원으로 1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친다. 이마저도 생계지 지급 대상자 1만3294명 중 3.2%인 436명만 받았다. 이슬 활동가는 "난민 신청자는 입국 후 6개월간 취업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계비 지원 규정을 뒀지만, 실제 지원 기간은 3~4개월"이라며 "이마저도 실제 지원받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난민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은 '범죄 가능성'을 우려한다. 난민이 국내에서 얼마나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하 통계는 따로 없다. 다만 국내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 수준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공식 통계에 나타난 외국인 범죄의 발생 동향 및 특성'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인구 10만명당 범죄발생률은 매년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같은 인구당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이라는 얘기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범죄 발생 비율은 내국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태인데도 내국인들은 이주노동자 등을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며 "잘못된 편견과 오해는 외국인에 대한 불필요한 차별을 양산하고 외국인의 한국사회 적응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 "막연한 불안감에…정부, 인식 개선 위해 제 역할 해야"

난민 반대 근거의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에도 이미 형성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난민에 대한 막연함 불안감이 난민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난민 혐오의 배경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슬 활동가는 "잘 알지 못하기때문에 불안감을 갖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난민협약 가입 후 25년이 지났는데 이런 분위기가 나오기까지 정부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고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난민들이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 과정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슬 활동가는 "현재는 일부 신청자에 한해서만 적응 교육을 하고 있는데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난민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못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난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보희 기자

법이 품는 해외 난민
[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②난민 심사절차·난민신청자 지원강화 담겨

[MT리포트] 난민 공포 vs 인류애…'딜레마' 빠진 대한민국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에 대한 수용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고국을 등진 난민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관점과 범죄, 체류비용 등 현실적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부딪친다. 국회는 한국의 품에 날아든 난민을 돕는 법을 만들어왔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011년 12월 난민법을 아시아 최초로 통과시켰다. 일제강점기와 6.25 등 격동의 역사속에서 수많은 동포들이 해외로 나간 아픈 과거를 잊지 말고, 세계인으로서 역할을 다하자는 취지였다.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기치는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대 국회에선 4건의 난민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중 유일하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 발의한 난민법 개정안이다. 다만 난민 지원 관련법은 아니다. ‘황주홍 법’은 난민위원회에 속한 민간위원이 공무상 비밀누설, 제3자 뇌물제공 등 형법을 위반한 경우 공무원에 준해 처벌하도록 했다. 직무수행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공공성을 높이자는 의도다. 난민 신분 인정과정에서 개인의 정보가 유출되거나 뇌물이 오가는 일을 막자는 취지도 크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 박명재 한국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중이다. 난민지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벽이다.

‘홍익표 안’은 인도적 체류자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지원을 하자는 내용이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인정자로서의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으나 인도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정돼 체류자격을 부여받은 사람을 말한다.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지만 한국에선 취업활동을 통한 자생적 경제활동만을 허가해주고 있다.

‘홍일표 안’은 난민 신청자에 대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자는 내용이다. 난민신청자는 그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언어장벽 등의 문제로 제대로 된 권리행사가 어렵다. 비영어권 난민들이 더 겪는다. 또 난민 면접과정에서 녹음과 녹화가 이뤄지는데 이를 모르는 난민신청자가 많아 미리 고지할 의무를 부여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 7월 이전에 난민인정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서도 난민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박명재 안’은 법무부 장관이 5년마다 난민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명문화했다.

19대 국회에서는 20대 국회보다 5건 많은 9건의 난민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2011년 제정된 난민법에 대한 후속조치다. 그러나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되진 못했다. 난민법 제정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치적 부담이 컸던 탓이다. 눈에 띄는 것은 원혜영 민주당 의원안이다. 난민의 지위와 심사, 처우보장에 대한 종합적인 개정안을 내놨다. 난민인정 심사 기준을 명확히 하고 난민신청자에 대한 의료지원 등 기초 생활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입증기회를 주도록 했다. 또 인도적 체류자가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안재용 기자

난민 지원 '2천만불 클럽' 회원국, 사회 인식은 정반대
[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 ③국제적 책임과 역할 바라는 세계인의 시선 제주로

지난해 기준 전세계 110명 중 1명은 집을 잃었다.(왼쪽) 매 2초마다 1명은 집을 잃었다는 의미다./사진제공=유엔난민기구지난해 기준 전세계 110명 중 1명은 집을 잃었다.(왼쪽) 매 2초마다 1명은 집을 잃었다는 의미다./사진제공=유엔난민기구
전세계 매 2초마다 1명씩 발생하는 실향민을 위해 연간 2000만 달러(약 221억6000만원)를 후원하는 나라.


500여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를 거부하고 난민법과 난민신청 허가 등을 폐지하라는 청원에 1주일도 안돼 20만명이 넘게 공감을 표한 나라.

대한민국의 양면이다. 이번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는 숨어 있던 우리 사회의 양면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난민에 대한 태도가 전혀 다른 두 개의 현실 속에서 방향키를 어디로 틀어야 하는 걸까.

한국과 난민, 그 역사는 1992년으로 올라간다. 1992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면서다. 2001년 처음으로 난민 신청을 허가하는 등 점차 활동이 늘어나자 유엔난민기구(UNHCR)는 2006년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한국에 처음 대표부를 만든다.

UNHCR은 28개국에서 약 6000만명의 난민·귀환민·국내 실향민과 무국적자들에게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는 UN(국제연합) 소속 국제기구다.

한국이 난민 문제 관련 국제 무대에 회자된 계기는 2011년 아시아 첫 난민법 제정 사건이다. 이후 2016년 UNHCR 2000만 달러 클럽(연간 후원금액이 2000만 달러가 넘는 국가)에 처음 가입했다. 지난해에도 약 2184만달러를 후원했고 후원금 규모로 보면 한국은 UNHCR 후원국 중 10위 안에 든다.

일반 국민의 관심은 적었지만 난민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는 역할을 점차 넓혀왔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필리포 그란디 UNHCR 최고대표(61)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잇따라 만나 난민심사인정제도 개선과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 유지 필요성을 설명하고 한국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등을 요청하고 갔다.

이번 제주도 예멘 난민 사건으로 빚어진 갈등은 이 같은 행보에 제동을 걸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국제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 세계적으로 난민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상위 후원국인 한국 정부와 국민의 선택은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는 것이다.

전쟁과 폭력으로 전 세계 강제이주민의 수가 5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6850만명(2017년 말 기준)을 기록했다. 이중 자국을 떠난 난민의 수는 2540만명이다. 이는 전년보다 290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UNHCR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의 불안정, 남수단의 내전, 미얀마 로힝야 난민 수십만 명의 방글라데시로의 피난이 결정적 요인이다.

UNHCR은 예멘인 본국 송환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강력히 표명했다. 단기간의 대규모 난민신청은 제주도나 대한민국에 유례가 없었던 것으로 UNHCR이 한국 정부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예멘으로 "그 어떤 예멘인도 강제송환 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제주도에 온 난민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온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난민 단체들은 고정관념이라고 반박한다. 전 세계 난민의 85%는 개발도상국에, 또 지리적으로 80%가 인접국가에 체류한다. 난민이 주로 선진국으로 향한다는 선입견을 깨는 통계다.

UNHCR은 난민의 절대 다수가 불안 상황이 해소되면 자국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인접국에 체류한다고 분석한다. 매우 소수만이, 또 가장 절박한 이들만이 자국에서 멀리 떨어진 유럽, 미국 또는 한국과 같은 선진국으로 목숨을 걸고 떠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난민 관련 활동가들의 입장은 난민 발생 배경에는 각 국가가 전쟁과 분쟁을 막지 못한 정치·외교적 실패와 맞닿아 있어 (국제적 영향력이)강한 정부(국가)일수록 그 역할이 크다고 본다. 최근 남북한의 상황에 세계가 주시하는 이유를 난민 문제와 따로 볼 수 없다는 설명도 있다.

신혜인 UNHCR 공보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각 국가가 밀접하게 연결이 돼 있고 시리아와 예멘의 불안상황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남한과 북한의 대치 상황을 전 세계가 주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단지 분쟁지역 혹은 난민발생지역에서 멀리 떨어져있다고 해서 난민을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다는 의미다.

진달래 기자

대한민국이 '가짜난민'의 호구가 된 이유
[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 ④심사인력 부족 탓에 '허위 난민'도 장기 체류…'난민 브로커', 특정 국가 타깃 영업

[MT리포트] 난민 공포 vs 인류애…'딜레마' 빠진 대한민국
난민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4년만에 난민 신청자가 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법무부나 법원이 인정한 '진짜 난민'은 2% 밖에 안 된다.

부족한 심사인력 탓에 난민 심사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나라가 장기 체류를 노리는 이른바 '가짜 난민'들의 '호구'가 됐다는 지적이다. 소위 '난민 브로커'들이 발호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심사인력 부족 탓에 '허위 난민'도 장기 체류

20일 법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난민을 신청한 외국인은 총 9942명으로 2013년 1574명의 6배 이상으로 뛰었다. 그러나 난민 인정자 수는 2013년 57명, 2014년 93명에서 지난해 121명으로 느는 데 그쳤다.

자연스레 난민 인정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심사결정 종료 건수 대비 인정자 수를 뜻하는 난민 인정률은 2013년 9.7%에서 지난해 2.0%로 내려앉았다. 난민 신청을 한 100명 가운데 98명은 '진짜 난민'이 아니라고 법무부 또는 법원이 판단했다는 뜻이다.

1992년 우리나라가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난민 신청자는 총 4만470명에 달했다. 올들어선 지난달까지만 7737명이 난민 신청을 냈다. 올해 전체로는 1만8000명에 이르고, 3년내 누적 신청자가 12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관측이다.

난민 신청이 급증한 것은 우리나라의 난민 심사기간이 길어 난민 인정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장기간 체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알려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단 난민 신청을 하면 난민 심사결정이 최종적으로 내려질 때까진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1차 심사결정까지 빨라도 7개월이고 이의신청을 하면 1년, 소송까지 가면 최소한 2년이 걸리기 때문에 난민 신청자 입장에선 난민 인정을 못 받더라도 오랜 기간 국내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 심사기간이 긴 것은 연간 난민 신청자는 1만명에 달하는 반면 난민 심사인력은 전국을 다 합쳐도 39명에 불과할 정도로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심사인력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속하고 정확한 난민 심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난민 브로커', 특정 국가 타깃 영업

국내 장기체류를 원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허위 난민 신청을 알선하는 이른바 '난민 브로커'들의 활동이 늘어난 것도 난민 신청 급증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브로커들이 특정 국가의 외국인들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허위 난민 신청을 권유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 신청자들이 일부 국적에 집중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들의 국적을 보면 카자흐스탄이 1259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인도로 656명이었다. 이어 러시아 654명, 이집트 630명, 중국 609명, 예맨 552명, 파키스탄 472명 순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경제적 이주와 체류 연장의 방편으로 난민 신청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난민 심사를 더욱 엄정하게 하는 한편 허위 난민신청 알선 브로커들에 대한 단속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난민 신청자 입장에선 설령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인도적 체류자'로 분류돼 국내 체류 자격을 얻길 기대할 수도 있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사회적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받을 수 있는 '근거 있는 공포'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 경우 인정된다. 반면 '인도적 체류자'는 이유와 상관없이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될 만한 합리적 근거만 있으면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도적 체류 인정률은 난민 신청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엔 5.3%, 올들어 5월까지는 6.6%에 달했다. 이에 따라 난민 인정과 인도적 체류자 인정을 모두 합친 난민 보호율은 지난해 7.3%, 올들어선 11.3%에 이른다.

우리나라 난민 보호율의 수준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난민 관련 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의 난민 보호율이 전세계 100위권 밖이라는 유엔 난민기구의 통계 등을 근거로 준 선진국으로서 기대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무부는 난민 보호율은 국가별 특수성을 모두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리적 위치나 언어, 문화 등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유럽 한복판에 있는 나라와 우리나라의 난민 보호율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한달에 100만원에 버는데 난민소송에 200만원"
[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⑤난민소송에 돈·언어 문제…소송 비용 없어 가족 구금되기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을 대상으로 취업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을 대상으로 취업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아내와 자녀 둘을 키우는 가장인 A씨는 난민 신청자다. 한 달에 버는 돈은 백만원 남짓. 이 돈으로는 4인 가족이 먹고 살기도 힘들다.
이 와중에 A씨는 난민소송까지 진행해야 했다. 소송은 가족이 한명씩 각각 다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신청비용만 200만원이 든다.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녔지만 결국 돈을 구하지 못한 A씨는 우선 혼자만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나머지 가족들은 미등록 체류자로 분류돼 끝내 아내가 구금되고 말았다. 남은 아이 2명도 돌볼 사람이 없어 함께 구금됐다.

20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난민 신청자는 총 9942명에 달했다. 심사결정이 종료된 경우는 총 6041건이었고, 이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건 121건으로 2%에 불과했다. 여기엔 소송을 거쳐 난민 인정을 받은 경우까지 모두 포함된다.

난민 신청은 1차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내고, 만약 거절당하면 2차로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만약 여기서도 기각되면 행정소송으로 가게 된다. 만약 법원이 난민으로 인정하라는 판결을 내린다면 법무부가 난민 인정 결정을 내려준다.

문제는 소송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들이 비용과 언어 등의 문제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문제는 가족 단위 소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난민소송은 개인 자격으로만 신청이 가능하다. A씨처럼 가족이 4명이면 이 4명이 모두 각각 소송을 해야 한다. 통상 행정소송 1건당 변호사가 받는 수임료는 사건의 내용에 따라 3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다양하고, 아무리 간단한 경우라도 200만원 정도는 든다.

이필우 변호사는 “개인이 먼저 난민 신청을 한 뒤 불인정 결정이 나오면 다시 취소소송 또는 난민지위인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면서 “난민을 신청하는 사람이 소송비용을 부담할만한 돈이 있을 것라고 생각하기는 힘든 만큼 전담 공익법인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 등이 실제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과정에서 통·번역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난민 소송은 면접조서 등에서 드러나는 난민 신청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술이 왜곡되거나 하지 않은 말이 들어가기도 한다. 난민 신청자는 본국의 언어만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서류에 잘못 기재된 내용이 있어도 대개 본인은 알 수 없다.

진술의 신빙성은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재판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의 말이 자주 바뀌면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문제는 통역 과정에서 이런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김영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난민 소송에서는 일반 소송과 다르게 통역 과정 또는 언어 감각의 차이, 심리적인 혼란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에게 발언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민 소송 과정에서 본국에 난민 신청 사실이 알려져 곤란해지는 경우도 있다. B씨는 정권의 부패와 독재 등을 알리는 활동을 하는 반정부 활동가로, 난민 신청 불인정 결정을 받은 뒤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 B씨가 증거로 제출한 체포영장의 진위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사실조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B씨가 난민 신청을 했다는 사실과 그 신청 사유 등이 본국 정부에 알려졌다. B씨는 여권 연장 과정에서 본국 대사관으로부터 난민 신청을 한 것에 대해 비난하는 말을 듣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난민법 제17조는 난민 신청자의 인적사항 등의 공개를 금지하면서 신청 관련 정보도 출신국에 제공돼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B씨의 사례처럼 실제로 준수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법조인협회 공익인권센터의 박대영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율은 낮은 수준인데, 이렇게 낮은 난민 인정율을 걱정하는 성숙한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난민들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경 기자

아이들이 무슨 죄, '유령' 난민 아동
[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⑥한국서 태어나도 출생 신고 안돼, 교육 의료 사각지대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기자
# 콩고 출신 난민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잭군(10·가명)은 마치 '유령'이 돼버린 기분이다. 잭군은 태권도를 좋아했지만 품띠 시험을 볼 수조차 없다. 학교에서도 매번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에는 제외된다. 잭군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신고를 할 수 없어 한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아동'이기 때문이다. 출생증명서가 없으니 신분증이 없고 따라서 여행자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 부부는 한국에서 낳고 기른 초등학생 딸(10) 때문에 걱정이 많다. 딸 아이가 5년 전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건강이 나빠졌다. 병원에 가니 간에 문제가 생겨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병원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과 시민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 다시 건강이 악화됐다. 이번엔 골수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부부는 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애만 태운다.

실제 있었던 일을 토대로 각색한 사례들이다. 아동 난민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지만 존재가 증명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출생신고는 가족관계등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법 적용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아동은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신고나 증명이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아동 난민은 숫자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 중 아동은 2016년 기준 342명이다.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아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아동들은 통계에서 빠져 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난민 아동의 50% 이상이 출생신고나 국적취득 등 확인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결국 교육·의료 등 기본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현행 난민법은 난민 신청자와 그 가족 중 미성년자인 외국인은 국민과 같은 수준의 초·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 아동은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전입이 가능하다.

문제는 의무 교육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국적이 아닌 난민 아동에게는 취학통지서가 발부되지 않고 취학 독려 조치도 없다. 특례 규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해 거주지에 속한 학교장에게 입학 또는 전학을 신청할 수 있을 뿐이다. 별도 강제 조항이 없어 학교장 재량으로 입학을 거절해도 대처할 수 없다.

이지혜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 변호사는 "초·중학교까지 다니는 난민 아동들은 꽤 되지만 고등학교까지 진학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난민으로 인정된 아동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어린이집 보육료와 가정양육수당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난민은 불법 체류자 신세여서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김진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변호사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난민아동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어린이집 보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난민 아동의 부모는 일하는 동안 자녀를 홀로 방치 하거나 환경이 열악한 일터에 데리고 가는 등 적절하지 못한 보육환경에 노출해야 하는 사례가 발견된다"고 밝혔다.

건강 관리에도 취약하다. 현행법상 건강보험은 외국인 부모가 직장 또는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그 자녀도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난민 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의 경우에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 인정은 안되지만 생명이나 신체적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돼 체류를 허가받은 외국인을 말한다.

이 때문에 보편적 출생신고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에게 부모의 국적·인종·민족·체류자격 등과 무관하게 아동의 출생 사실을 공적으로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무료법률지원을 담당하는 재단법인 동천의 이탁건 변호사는 "아동은 아동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보편적 출생신고제도가 필요하다"며 "부모의 (난민) 선택을 아동에게까지 지워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난민반대 여론, 국민청원까지..청와대 곤혹
[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⑦文대통령, 현황파악 지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뉴시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뉴시스
제주도 예멘 난민 논란에 청와대도 곤혹스런 입장이다. 인도주의와 인권 차원의 난민보호는 반대할 수 없는 가치다. 하지만 난민 입국에 국민들의 거부감도 상당하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제도개선도 고심중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예멘 난민문제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며 무사증(무비자) 입국 불허 조치와 함께 이미 제주도로 입국한 500여명에 대해서는 취업지원, 인도적지원, 범죄예방 등 세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외국인이 비자 없이 한 달 체류할 수 있다. 예멘도 이 같은 무사증 입국 허용국이었다. 정부는 그러나 지난 1일부터 예멘을 무사증 입국 불허국에 포함했다. 불허국은 기존 11개국에서 12개국으로 늘었다.

기존 입국자들에 대해서는 첫째 난민신청일 6개월이 지나기 전이라도 제한적으로 취업허가를 내준다. 김 대변인은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침해 가능성이 낮은 업종 위주로 취업허가를 내준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인도적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 분들이 경비를 다 쓰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난민 신청자에게 식자재, 빵 밀가루와 무료 진료 등 의료지원을 실시한다"며 "셋째 순찰을 강화하고 범죄 예방 집중 나서서 불필요한 충돌 잡음을 방지한다"고 말했다.

난민대책은 인도주의적으로 당연한 조치로 보이지만 두 가지 난관이 있다. 우선 난민허용과 국내취업 등에 부정적 국민여론이 있다. 여론이 난민수용에 부정적이라면 정부가 개방적 대책을 내긴 어렵다.

또 문 대통령 대선공약 등에 국제난민 대책은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돌발이슈인 셈이다. 이에 청와대도 대증요법에 그치지 않고 관련제도 정비 필요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도의 사정상 난민신청은 시기상조라며 무사증 입국이나 난민신청 허가를 폐지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유럽 선진국은 난민 관련 '원죄'가 있지만 한국은 "난민 문제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이유다. 자국민의 치안과 안전이 불안해지고 불법체류로 인해 사회문제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난민은 언제 어느 지역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이 청원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견해일 수 있다. 하지만 일자리, 치안 등을 걱정하는 여론의 존재는 현실이다. 이 청원은 20만건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가 답변할 대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순서대로 답변할 것"이라며 난민 관련 청와대 입장에 지나치게 무게가 실리는 걸 경계했다.

제주의 치안강화 관련,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냐는 지적도 있다. 김 대변인은 "제주도민 중심으로 걱정과 우려가 있지 않느냐"며 "실제로 예멘 난민들이 위험한지 아닌지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하는 것"이라 밝혔다.

김성휘 기자

제주 난민, 만약 '개헌'이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 ⑧난민'은 헌법으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MT리포트] 난민 공포 vs 인류애…'딜레마' 빠진 대한민국
내전을 피해 제주로 몰려든 예멘 난민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겁다. 그들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들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난민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헌법개정 논의 과정에서도 '난민권'과 '망명권'에 대한 논란은 뜨거웠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이하 헌정특위 자문위)는 헌법에 난민권을 신설하자는 내용을 포함했다. 반면 청와대는 지난 3월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난민권과 망명권 조항을 넣지 않았다.

국회 헌정특위 자문위는 지난 1월 '국가는 국제법과 법률에 따라 난민을 보호한다'(제24조 1항)는 내용과 '정치적으로 박해받는 자는 망명권을 가진다'(제24조 2항)는 내용을 개헌안에 담아 국회에 보고했다. 11개월간의 국회 헌정특위 자문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마련한 헌정특위 자문위 차원의 개헌안이다. 헌정특위 자문위안은 국회 개헌특위가 개헌안 조문을 마련할 때 참고자료로 사용된다.

헌정특위 자문위는 "대한민국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와 국제법을 존중하고, 인종·종교·국적 등을 초월해 ‘사람’의 자유권적 기본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민주국가"라며 "인권보장의 국제화․세계화 추세를 고려해 난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신설 취지를 설명했다. 또 "우리 역시 민주화 과정을 겪은 나라로 정치적 박해를 받는 사람의 망명권을 신설해야 한다"는 이유도 달았다.

그러나 정작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난민'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권력구조에 논의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기본권에 대한 논의가 일부 이뤄지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 개헌안의 토대가 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국민자문특위)는 망명권을 신설 여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을 함께 담아 청와대에 전달했다. 국민자문특위가 청와대에 전달한 개헌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개된 회의록을 통해 국민자문특위의 의견을 엿볼 수 있다.

회의록을 보면 국민자문특위에서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등 국제조약을 존중해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망명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하자는 주장과 '국가보안법' 위헌 등의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국민자문특위 개헌안을 받아든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에 망명권과 난민권 조항을 신설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대신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ㆍ예술의 자유 등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꿨다.

다만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일할 권리와 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와 국가안보 관련 권리는 주체는 그대로 '국민'으로 한정했다.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사람이면 우리 국적이 아니라도 외국인·망명자를 다 포함한다"며 국적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인·망명자의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이런 것은 국가의 돈이 안 드는 문제고 사람으로 존중될 천부인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보장을 해야 하는 경우, 국가가 나서서 돈을 써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할 경우 등은 국민이 아니면 곤란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난민권, 망명권을 헌법에 명시하지는 않겠지만 기본권 수정을 통해 난민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국민들의 권리는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청와대가 이날 발표한 △식료품·의료 등 무상 지원 △내국인 일자리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취업허가 △순찰강화·범죄예방 등 예멘 난민에 대한 정부의 세가지 방침과 일맥상통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난민 문제 전반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밝혀달라'라는 요청에는 "이번 예멘 난민 문제를 대하는 방향을 고려해 (청와대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라고 답했다.

김민우 기자

'한국인 난민'도 1년만에 105명 늘어
[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⑨"양심적 병역거부자 많아"

[MT리포트] 난민 공포 vs 인류애…'딜레마' 빠진 대한민국
20대 중반 남성 강주영씨(가명)는 지난해 6월 중부 유럽 한 국가로 떠났다.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다.

강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다. 종교적 이유는 아니다. 징병제라는 국가의 군대운용 체제에 대한 거부감과 개인적인 신념 등이 난민 신청을 택한 이유다. 3년 전 친구가 군대에서 총기 사고로 숨진 일이 계기가 됐다. 상명하복의 군대 조직 문화 자체에 거부감도 컸다.

학창시절 겪은 소위 군대 문화에도 환멸을 느꼈다. 예술을 전공한 강씨는 "대학에 다닐 때 군대 조직처럼 선배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며 "나이와 상관없이 무조건 학번 순이었고 군기 잡는다고 집합도 하곤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결국 대학을 중퇴했다.

한국인 중에도 난민이 있다. 강씨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 등을 이유로 해외에서 난민을 신청한 사람들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대한민국 출신 난민과 난민 신청자는 2017년 말 기준 631명이다. 2016년 말(526명)에 비해 105명 더 늘었다. 북한 출신 난민과 난민 신청자는 1766명으로 집계됐다.

난민 신청 사유별로 통계를 집계하지는 않아 무슨 이유로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난민 신청을 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시민단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안악희 '징병제폐지시민모임' 서울지부장은 "매년 난민 신청을 준비하거나 문의하는 사람은 20~30명, 실제로 난민 신청하러 해외로 나간 사람은 5~6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용석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 간사도 "한 달에 2~3명, 1년에 20여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난민 신청 관련 상담을 하러 온다"고 밝혔다.

활동가들은 이들이 난민 신청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로 한국의 군사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꼽는다.

안 지부장은 "합의 없이 국가가 강제로 의무를 지우는 징병제를 따를 수 없다는 등 개인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고생하더라도, 조국을 버리더라도 외국으로 나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청년들이 망명을 떠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대체복무제 도입, 나아가 모병제로 바꾸기 위한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간사는 "대체복무제 도입이 시급하다"며 "감옥행이나 망명을 선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개인적 신념을 지키면서도 사회 공동체에 기여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美·유럽에도 퍼지는 '난민공포'
[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 ⑩獨·佛·伊에서 '극우정당' 득세…美는 중동 6개국 '여행금지'

 중미 캐러밴 난민들이 29일(현지시각) 美-멕시코 국경도시인 캘리포니아 주 산 이시드로의 장벽에 올라가 입국허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국경지대의 이민자들에 대한 체포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불법 입국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AFP=뉴스1 중미 캐러밴 난민들이 29일(현지시각) 美-멕시코 국경도시인 캘리포니아 주 산 이시드로의 장벽에 올라가 입국허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국경지대의 이민자들에 대한 체포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불법 입국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AFP=뉴스1
19일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보고서에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난민은 6850만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자국을 떠나 새 출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만 약 2850만명이다.

지난 4년간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국가는 터키(350만명), 파키스탄(140만명), 우간다(140만명) 순이다. 이슬람교도 비중이 높은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수용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음식료품, 주거, 의료 등 구호물자 및 서비스 지원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난민의 어머니' 호소에도…점차 외면하는 유럽

기존 수용국을 떠난 난민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유럽이다. 선진국 비중이 높고 제도적으로도 난민 수용을 장려하는 제도도 마련돼있기 때문이다. 독일(141만명)이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으며 프랑스(40만명), 이탈리아(35만명), 스웨덴(33만명) 등이 뒤를 잇는다.

유럽연합(EU)이 1997년 발효한 '더블린조약'에 따르면 난민은 처음 입국한 유럽 국가에 난민 신청을 해야하며 신청을 받은 국가도 보호책임을 진다. 하지만 반도 국가인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지중해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을 거의 다 떠안게 된다는 비판 등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이다.

'난민의 어머니'라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년 전 더블린조약과 관계없이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친(親)난민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무조건 개방'에선 상당 부분 후퇴한 상태이다. 난민 유입으로 인한 사회 혼란 우려가 커진 국민들이 극우 정당을 지지하면서다.

이달 이탈리아에서는 극우정당 '동맹'과 반체제정당 '오성운동'으로 구성된 포퓰리즘 연합정부가 출범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도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현 '국민연합')이 대선에서 패하긴 했으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득세하고 있다.

◇'난민'이든 '이민'이든…문 꽁꽁 걸어잠근 미국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의 난민 수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전 정부의 절반 수준인 난민 4만5000명을 수용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이슬람 6개국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가 적용되고 있어 이마저도 어려울 전망이다. 19일 국제구조위원회(IRC) 조사에 따르면 오는 9월까지 미국이 수용할 난민 숫자는 약 2만1000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위터를 통해 "독일에서는 난민·이민자를 수용한 이후 범죄율이 10% 늘었다. 물론 그들은 이를 알리고 싶어하지 않지만 말이다. 다른 국가들은 더 심하다"라며 "미국은 더 현명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해 독일에서 발생한 범죄가 전년보다 10% 가량 줄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 이민자에 대해서는 국경에 커다란 벽을 세우고 밀입국 부모로부터 아이를 분리하는 극단적인 정책을 펴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원들은 불법 범죄에 관심이 없으며, 이민자들이 우리나라에 우글거리길(pour into and infest) 바란다. 마치 MS-13(미국 내 범죄조직)처럼 말이다"라고 쓰면서 마치 이민자들을 해충처럼 묘사해 비난여론에 휩싸였다.

구유나 기자

[르포]"정말 살고 싶어요" 제주서 예멘인 만나보니

[MT리포트-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⑪경찰 "아직 사건사고 0건"

20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찾은 예멘인 아마르씨(42·왼쪽)와 타하씨(33) /사진=김영상 기자20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찾은 예멘인 아마르씨(42·왼쪽)와 타하씨(33) /사진=김영상 기자
"큰 소리를 내는 전투기들이 날아다니면서 온 마을을 폭격했어요. 집은 불타고 제 남동생은 반군에 끌려가 결국 죽었어요. 지금 예멘은 마치 지옥 같아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은 20일.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제주출입국청)에서 만난 아마르씨(42)는 예멘에서의 기억을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반군들이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고 그들의 편이라고 대답하면 군대로, 그렇지 않으면 감옥으로 끌고 간다"며 "정말 살고 싶어서 예멘을 떠나 제주에 왔다"고 말했다.

아마르씨는 수도 사나의 한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타하씨(33)와 함께 예멘을 떠났다. 타하씨의 동생도 반군에 끌려가 감옥에 갔다. 이들은 예멘을 떠나 수단, 인도네시아 등을 거쳤지만 어느 곳도 이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비자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제주를 찾았다.

제주에 도착한 것은 5월29일. 사흘 뒤인 6월1일부터 예멘인의 무비자 입국이 금지됐다. 아슬아슬하게 한국행 막차를 탄 셈이다.

아마르씨는 "이곳에서 어떤 일이든 좋으니 일을 하고 싶다"며 "지금까지는 한국 사람들이 먹을 것도 주는 등 도와줘서 살 수 있었다"고 했다. 타하씨는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며 "우리는 생존이 목적이고 절대 사고 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이 가진 것은 가방 하나에 담긴 옷 두벌과 속옷뿐이었다.

이날 제주출입국청은 이전과 달리 다소 한가한 모습이었다. 5월까지 한국에 도착한 예멘인 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마쳤다. 이들 중 약 400명이 양식업·요식업 등 분야에서 직업을 구했다.

난민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낯선 이들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제주 경찰은 지난달 중순부터 특별 순찰을 하고 있다. 주로 예멘인들 숙소와 유흥가를 중심으로 하루에 3~4번 추가 순찰을 나간다.

20일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특별 순찰을 하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20일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특별 순찰을 하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이날 오후 김상훈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장을 따라 순찰에 동행했다. 예멘 난민들은 얼마 전만 해도 200명 이상이 오라지구대 관할에 모여 살았지만 직업을 구하면서 지금은 상당수가 떠났다.

가장 예멘인이 많이 살았던 한 숙소를 먼저 찾았다. 100명이 넘게 살던 이 숙소에는 지금 10명 정도만 남았다. 이 숙소를 운영하는 김우준 대표(53)는 "사람들이 피부색이 달라 편견을 갖지만 이들은 대부분 순진했다"며 "이들이 살았던 한 달여간 큰 말 다툼 한 번 없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구해 떠난 사람들도 대부분 방값을 내고 떠났다.

지금은 5~6명 정도만 거주하는 또 다른 한 숙소에는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먹거리를 제공하는 등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숙소를 운영하는 안순옥 대표(64)는 이들을 위해 양파·계란 등 식재료를 따로 사서 제공했다. 안 대표는 "사정이 딱해서 방값을 1만원 정도 깎아주기도 했다"며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도 얼른 취업을 해서 먹고 살길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순찰은 예멘인이 주로 거주하는 숙소 위주로 진행됐다. 김상훈 대장은 숙소 주인들에게 "한국을 찾은 예멘인들을 잘 대해주고 경찰에 협조해줘서 고맙다"며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경찰에 연락해달라"고 당부했다.

주민들 사이에 반감과 불안이 없는 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택시기사는 "우리나라와 이슬람은 문화나 언어적으로 차이가 있지 않냐"며 "이들이 들어오면 말도 안 통하고 사고를 칠 우려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훈 대장은 "가끔 순찰을 하다 보면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사고를 칠지 모른다는 걱정과 달리 오라지구대에 예멘인들이 저지른 사건·사고는 아직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미담 사례는 있다. 오라지구대 관계자는 "한 번은 예멘인 4명 정도가 같이 지갑을 주웠다며 지구대를 방문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날 제주에서 만난 예멘인들은 "단지 평화로운 사회에서 살고 싶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숙소에서 인터뷰에 응한 하메스씨(51)는 "예멘 사람들은 모두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났고 절대 사고 치지 않을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서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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