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정특위 자문위는 지난 1월 '국가는 국제법과 법률에 따라 난민을 보호한다'(제24조 1항)는 내용과 '정치적으로 박해받는 자는 망명권을 가진다'(제24조 2항)는 내용을 개헌안에 담아 국회에 보고했다. 11개월간의 국회 헌정특위 자문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마련한 헌정특위 자문위 차원의 개헌안이다. 헌정특위 자문위안은 국회 개헌특위가 개헌안 조문을 마련할 때 참고자료로 사용된다.
그러나 정작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난민'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권력구조에 논의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기본권에 대한 논의가 일부 이뤄지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 개헌안의 토대가 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국민자문특위)는 망명권을 신설 여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을 함께 담아 청와대에 전달했다. 국민자문특위가 청와대에 전달한 개헌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개된 회의록을 통해 국민자문특위의 의견을 엿볼 수 있다.
회의록을 보면 국민자문특위에서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등 국제조약을 존중해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망명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하자는 주장과 '국가보안법' 위헌 등의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국민자문특위 개헌안을 받아든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에 망명권과 난민권 조항을 신설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대신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ㆍ예술의 자유 등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꿨다.
다만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일할 권리와 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와 국가안보 관련 권리는 주체는 그대로 '국민'으로 한정했다.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사람이면 우리 국적이 아니라도 외국인·망명자를 다 포함한다"며 국적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인·망명자의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이런 것은 국가의 돈이 안 드는 문제고 사람으로 존중될 천부인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보장을 해야 하는 경우, 국가가 나서서 돈을 써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할 경우 등은 국민이 아니면 곤란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난민권, 망명권을 헌법에 명시하지는 않겠지만 기본권 수정을 통해 난민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국민들의 권리는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청와대가 이날 발표한 △식료품·의료 등 무상 지원 △내국인 일자리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취업허가 △순찰강화·범죄예방 등 예멘 난민에 대한 정부의 세가지 방침과 일맥상통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난민 문제 전반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밝혀달라'라는 요청에는 "이번 예멘 난민 문제를 대하는 방향을 고려해 (청와대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