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한국서 난민…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18.06.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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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1994년부터 난민 인정 792명 불과해

편집자주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 제정·시행. 정부는 인권 선진국으로 발돋음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후 5년 제주도에 들어온 난민을 인도주의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난민을 둘러싼 갈등과 해결은 결국 인권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현재를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난민 / 사진=뉴시스(AFP)난민 / 사진=뉴시스(AFP)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 국적의 난민 신청자를 받아들여야 할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주요 이슈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국내의 난민 제도 자체는 부실하다는 게 관련 활동가들의 목소리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도 어렵고 지원도 체계적이지 않다고 비판한다.

이날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로 난민협약국이 된 지 25년이 됐지만 최초 난민 인정자는 2001년에야 나왔다. 난민법이 만들어진 건 2013년이다.



난민 인정 과정은 심사단계부터 까다롭다. 지난해 9942명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전국에 심사 공무원은 38명에 불과했다. 담당 공무원 1인당 300명이 넘는 난민 신청이 배정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난민 신청자들은 평균 7개월을 기다려 1차 심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통역이 마련되지 않아 난민 신청자들의 어려움은 커진다. 소수 언어의 경우 1차 심사 과정에서 정보 누락이나 왜곡 가능성이 있지만 수정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난민 신청자에게 신청 초기 6개월간 지원되는 생계비지원제도도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한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생계비지원제도의 혜택을 받는 난민 신청자는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안내가 제대로 안돼 신청자 자체가 적은 게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배정 예산도 8억1705만원에 그쳐 늘어나는 난민을 지원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법에서 금지하는 강제송환도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난민인권센터 관계자는 "올해 5월 23일에도 중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남성 2명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됐다"며 "이들은 난민심사불회부 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음에도 곧바로 비행기에 태워져 강제로 한국을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어렵게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아도 한국에서 삶은 녹록지 않다. 1994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792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난민 협약에 따라 한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난민이 신체적 장애가 있어도 장애인 등록이 되지 않았던 게 대표적이다. 최근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현재는 난민 인정자도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지만 그동안 많은 난민이 제도의 미비로 피해를 봤다. 난민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가야 할 시기에 입학통지서를 받지 못하거나 가족관계를 증명하지 못해 휴대전화 개설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난민인권센터 관계자는 "처우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 정책과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없어 난민 인정자의 정착 지원 기반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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