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대한민국이 '가짜난민'의 호구가 된 이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8.06.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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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난민과 국민 사이…시험대 오른 대한민국]④심사인력 부족 탓에 '허위 난민'도 장기 체류…'난민 브로커', 특정 국가 타깃 영업

편집자주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 제정·시행. 정부는 인권 선진국으로 발돋음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후 5년 제주도에 들어온 난민을 인도주의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난민을 둘러싼 갈등과 해결은 결국 인권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현재를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MT리포트] 대한민국이 '가짜난민'의 호구가 된 이유


난민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4년만에 난민 신청자가 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법무부나 법원이 인정한 '진짜 난민'은 2% 밖에 안 된다.



부족한 심사인력 탓에 난민 심사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나라가 장기 체류를 노리는 이른바 '가짜 난민'들의 '호구'가 됐다는 지적이다. 소위 '난민 브로커'들이 발호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심사인력 부족 탓에 '허위 난민'도 장기 체류



20일 법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난민을 신청한 외국인은 총 9942명으로 2013년 1574명의 6배 이상으로 뛰었다. 그러나 난민 인정자 수는 2013년 57명, 2014년 93명에서 지난해 121명으로 느는 데 그쳤다.

자연스레 난민 인정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심사결정 종료 건수 대비 인정자 수를 뜻하는 난민 인정률은 2013년 9.7%에서 지난해 2.0%로 내려앉았다. 난민 신청을 한 100명 가운데 98명은 '진짜 난민'이 아니라고 법무부 또는 법원이 판단했다는 뜻이다.

1992년 우리나라가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난민 신청자는 총 4만470명에 달했다. 올들어선 지난달까지만 7737명이 난민 신청을 냈다. 올해 전체로는 1만8000명에 이르고, 3년내 누적 신청자가 12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관측이다.


난민 신청이 급증한 것은 우리나라의 난민 심사기간이 길어 난민 인정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장기간 체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알려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단 난민 신청을 하면 난민 심사결정이 최종적으로 내려질 때까진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1차 심사결정까지 빨라도 7개월이고 이의신청을 하면 1년, 소송까지 가면 최소한 2년이 걸리기 때문에 난민 신청자 입장에선 난민 인정을 못 받더라도 오랜 기간 국내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 심사기간이 긴 것은 연간 난민 신청자는 1만명에 달하는 반면 난민 심사인력은 전국을 다 합쳐도 39명에 불과할 정도로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심사인력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속하고 정확한 난민 심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난민 브로커', 특정 국가 타깃 영업

국내 장기체류를 원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허위 난민 신청을 알선하는 이른바 '난민 브로커'들의 활동이 늘어난 것도 난민 신청 급증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브로커들이 특정 국가의 외국인들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허위 난민 신청을 권유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 신청자들이 일부 국적에 집중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들의 국적을 보면 카자흐스탄이 1259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인도로 656명이었다. 이어 러시아 654명, 이집트 630명, 중국 609명, 예멘 552명, 파키스탄 472명 순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경제적 이주와 체류 연장의 방편으로 난민 신청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난민 심사를 더욱 엄정하게 하는 한편 허위 난민신청 알선 브로커들에 대한 단속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난민 신청자 입장에선 설령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인도적 체류자'로 분류돼 국내 체류 자격을 얻길 기대할 수도 있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사회적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받을 수 있는 '근거 있는 공포'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 경우 인정된다. 반면 '인도적 체류자'는 이유와 상관없이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될 만한 합리적 근거만 있으면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도적 체류 인정률은 난민 신청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엔 5.3%, 올들어 5월까지는 6.6%에 달했다. 이에 따라 난민 인정과 인도적 체류자 인정을 모두 합친 난민 보호율은 지난해 7.3%, 올들어선 11.3%에 이른다.

우리나라 난민 보호율의 수준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난민 관련 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의 난민 보호율이 전세계 100위권 밖이라는 유엔 난민기구의 통계 등을 근거로 준 선진국으로서 기대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무부는 난민 보호율은 국가별 특수성을 모두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리적 위치나 언어, 문화 등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유럽 한복판에 있는 나라와 우리나라의 난민 보호율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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