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기자
병원과 시민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 다시 건강이 악화됐다. 이번엔 골수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부부는 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애만 태운다.
현행법상 출생신고는 가족관계등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법 적용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아동은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신고나 증명이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아동 난민은 숫자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 중 아동은 2016년 기준 342명이다.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아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아동들은 통계에서 빠져 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난민 아동의 50% 이상이 출생신고나 국적취득 등 확인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결국 교육·의료 등 기본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현행 난민법은 난민 신청자와 그 가족 중 미성년자인 외국인은 국민과 같은 수준의 초·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 아동은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전입이 가능하다.
문제는 의무 교육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국적이 아닌 난민 아동에게는 취학통지서가 발부되지 않고 취학 독려 조치도 없다. 특례 규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해 거주지에 속한 학교장에게 입학 또는 전학을 신청할 수 있을 뿐이다. 별도 강제 조항이 없어 학교장 재량으로 입학을 거절해도 대처할 수 없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 변호사는 "초·중학교까지 다니는 난민 아동들은 꽤 되지만 고등학교까지 진학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난민으로 인정된 아동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어린이집 보육료와 가정양육수당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난민은 불법 체류자 신세여서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김진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변호사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난민아동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어린이집 보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난민 아동의 부모는 일하는 동안 자녀를 홀로 방치 하거나 환경이 열악한 일터에 데리고 가는 등 적절하지 못한 보육환경에 노출해야 하는 사례가 발견된다"고 밝혔다.
건강 관리에도 취약하다. 현행법상 건강보험은 외국인 부모가 직장 또는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그 자녀도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난민 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의 경우에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 인정은 안되지만 생명이나 신체적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돼 체류를 허가받은 외국인을 말한다.
이 때문에 보편적 출생신고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에게 부모의 국적·인종·민족·체류자격 등과 무관하게 아동의 출생 사실을 공적으로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무료법률지원을 담당하는 재단법인 동천의 이탁건 변호사는 "아동은 아동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보편적 출생신고제도가 필요하다"며 "부모의 (난민) 선택을 아동에게까지 지워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