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캐러밴 난민들이 29일(현지시각) 美-멕시코 국경도시인 캘리포니아 주 산 이시드로의 장벽에 올라가 입국허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국경지대의 이민자들에 대한 체포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불법 입국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AFP=뉴스1
◇'난민의 어머니' 호소에도…점차 외면하는 유럽
유럽연합(EU)이 1997년 발효한 '더블린조약'에 따르면 난민은 처음 입국한 유럽 국가에 난민 신청을 해야하며 신청을 받은 국가도 보호책임을 진다. 하지만 반도 국가인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지중해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을 거의 다 떠안게 된다는 비판 등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이다.
'난민의 어머니'라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년 전 더블린조약과 관계없이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친(親)난민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무조건 개방'에선 상당 부분 후퇴한 상태이다. 난민 유입으로 인한 사회 혼란 우려가 커진 국민들이 극우 정당을 지지하면서다.
이달 이탈리아에서는 극우정당 '동맹'과 반체제정당 '오성운동'으로 구성된 포퓰리즘 연합정부가 출범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도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현 '국민연합')이 대선에서 패하긴 했으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득세하고 있다.
◇'난민'이든 '이민'이든…문 꽁꽁 걸어잠근 미국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의 난민 수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전 정부의 절반 수준인 난민 4만5000명을 수용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이슬람 6개국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가 적용되고 있어 이마저도 어려울 전망이다. 19일 국제구조위원회(IRC) 조사에 따르면 오는 9월까지 미국이 수용할 난민 숫자는 약 2만1000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위터를 통해 "독일에서는 난민·이민자를 수용한 이후 범죄율이 10% 늘었다. 물론 그들은 이를 알리고 싶어하지 않지만 말이다. 다른 국가들은 더 심하다"라며 "미국은 더 현명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해 독일에서 발생한 범죄가 전년보다 10% 가량 줄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 이민자에 대해서는 국경에 커다란 벽을 세우고 밀입국 부모로부터 아이를 분리하는 극단적인 정책을 펴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원들은 불법 범죄에 관심이 없으며, 이민자들이 우리나라에 우글거리길(pour into and infest) 바란다. 마치 MS-13(미국 내 범죄조직)처럼 말이다"라고 쓰면서 마치 이민자들을 해충처럼 묘사해 비난여론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