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전세계 110명 중 1명은 집을 잃었다.(왼쪽) 매 2초마다 1명은 집을 잃었다는 의미다./사진제공=유엔난민기구
500여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를 거부하고 난민법과 난민신청 허가 등을 폐지하라는 청원에 1주일도 안돼 20만명이 넘게 공감을 표한 나라.
대한민국의 양면이다. 이번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는 숨어 있던 우리 사회의 양면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난민에 대한 태도가 전혀 다른 두 개의 현실 속에서 방향키를 어디로 틀어야 하는 걸까.
UNHCR은 28개국에서 약 6000만명의 난민·귀환민·국내 실향민과 무국적자들에게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는 UN(국제연합) 소속 국제기구다.
일반 국민의 관심은 적었지만 난민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는 역할을 점차 넓혀왔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필리포 그란디 UNHCR 최고대표(61)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잇따라 만나 난민심사인정제도 개선과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 유지 필요성을 설명하고 한국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등을 요청하고 갔다.
이번 제주도 예멘 난민 사건으로 빚어진 갈등은 이 같은 행보에 제동을 걸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국제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 세계적으로 난민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상위 후원국인 한국 정부와 국민의 선택은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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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폭력으로 전 세계 강제이주민의 수가 5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6850만명(2017년 말 기준)을 기록했다. 이중 자국을 떠난 난민의 수는 2540만명이다. 이는 전년보다 290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UNHCR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의 불안정, 남수단의 내전, 미얀마 로힝야 난민 수십만 명의 방글라데시로의 피난이 결정적 요인이다.
UNHCR은 예멘인 본국 송환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강력히 표명했다. 단기간의 대규모 난민신청은 제주도나 대한민국에 유례가 없었던 것으로 UNHCR이 한국 정부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예멘으로 "그 어떤 예멘인도 강제송환 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제주도에 온 난민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온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난민 단체들은 고정관념이라고 반박한다. 전 세계 난민의 85%는 개발도상국에, 또 지리적으로 80%가 인접국가에 체류한다. 난민이 주로 선진국으로 향한다는 선입견을 깨는 통계다.
UNHCR은 난민의 절대 다수가 불안 상황이 해소되면 자국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인접국에 체류한다고 분석한다. 매우 소수만이, 또 가장 절박한 이들만이 자국에서 멀리 떨어진 유럽, 미국 또는 한국과 같은 선진국으로 목숨을 걸고 떠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난민 관련 활동가들의 입장은 난민 발생 배경에는 각 국가가 전쟁과 분쟁을 막지 못한 정치·외교적 실패와 맞닿아 있어 (국제적 영향력이)강한 정부(국가)일수록 그 역할이 크다고 본다. 최근 남북한의 상황에 세계가 주시하는 이유를 난민 문제와 따로 볼 수 없다는 설명도 있다.
신혜인 UNHCR 공보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각 국가가 밀접하게 연결이 돼 있고 시리아와 예멘의 불안상황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남한과 북한의 대치 상황을 전 세계가 주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단지 분쟁지역 혹은 난민발생지역에서 멀리 떨어져있다고 해서 난민을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