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지역형 일자리' 첫 발 뗐지만... 갈 길 구만리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이건희 기자, 이영민 기자, 김성은 기자, 최석환 기자 2018.06.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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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형 일자리 성공하려면?] (종합)

편집자주 '지역형 일자리' 창출 실험이 광주광역시에서 시작됐다. 지역 생활비 수준에 기반한 임금체계가 핵심이다. 극심한 고용난을 해결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다. 하지만 지역별 근로계약의 효력인정 등 법적 뒷받침이 없는 탓에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합작법인'이라는 어정쩡한 첫발을 내딛었다. 지역기반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을 위한 숙제를 점검했다.

'일자리 절벽' 대안 지역형 일자리 시작은 했지만…
[지역형 일자리 성공하려면?] ①4년 만에 현대차 투자 설득 성공..노조 반발 등 극복 과제들 산적



[MT리포트] '지역형 일자리' 첫 발 뗐지만... 갈 길 구만리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성공시켜, 그 성과를 전국으로 확산하겠다."

지난 13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용섭 민선 7기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이 내건 각오다. 그 일환으로 현대자동차는 내달 2일 새 시장 취임 직후 광주시와 합작법인 형태의 완성차 공장 설립 협약 조인식을 가진다.



이달 초 현대차 (233,000원 ▼4,000 -1.69%)의 사업 참여 의향 발표로 광주형 일자리(지역기반형 일자리) 모델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

사실 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전임자인 민선 6기 윤장현 시장이 4년 전부터 추진해 온 역점 프로젝트였다. 장기간 공전을 해오다 현대차 (233,000원 ▼4,000 -1.69%)의 전격 참여 의사로 탄력을 받았다.

이 당선인이 바통을 이어받아 사업을 구체화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광주형 일자리를 '일자리 나눔'과 '사회통합 모델'로 평가, 공약으로 채택하며 힘을 실어왔다.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은 노·사·민·정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정(반값) 임금'을 책정, 지역 사회에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광주에서 시작된 일자리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현대차는 지난 4년간 장고 끝에 투자를 결심했다. 광주시가 적정 임금(약 연봉 4000만원)과 세제혜택 등 '당근'을 꾸준히 제시해 오면서 공장 설립 협약 조인식이라는 첫 결실을 맺게 된다.

2021년까지 광주 빛그린 산업단지 내에 총 7000억원을 투자해 연 10만대를 생산하는 공장(독립 합작법인체)을 설립하게 된다. 광주시가 직접 1대 주주가 되고, 현대차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2대 주주로 19% 가량 (약 1330억원) 투자를 검토 중이다.

나머지 투자분은 자동차 부품사 등 다른 투자자 유치와 차입을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직·간접고용을 포함, 1만2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벌써부터 현대차가 현재 만들지 않고 있는 '친환경 경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를 위탁 생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예상 신차명(레오니스)까지 돌고 있다. 이미 기아차 (110,200원 ▼1,800 -1.61%)는 중견기업 동희오토에 경차(모닝·레이)를 위탁해 만들고 있는데, 지자체에 맡기는 사례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 같은 실험은 만만치 않은 장벽 앞에 놓여 있다.

지역형 일자리 창출의 기치를 내건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의 '볼프스부르크 모델'과 미국의 새턴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했다.

기존 직원 임금의 80% 수준인 5000마르크로 월 임금을 책정한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과 90% 수준의 임금을 책정하고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한 GM의 새턴 프로젝트는 독일과 미국의 선진적인 노사협력으로 인해 한시적으로나마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이들보다 더 강력한 노조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경영진이 투자를 강행할 시 총력 반대투쟁에 나서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표면적으론 "정규직 임금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는 명분이지만, 밥그릇 지키기로 보는 시각도 많다.

지속가능성도 철저히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현행법상 개별 근로자가 공장 가동 초기 반값 임금을 감수한다 하더라도, 새 노조를 만들어 단체협약에서 말을 바꾸면 이에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전역에 적용되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은 높다.

때문에 광주시나 산단을 경제특구로 지정, 이곳에 한정해 현행 노동법을 배제하고 근로 계약을 우선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또 일각에선 지자체가 노조 관리나 경영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지역형 일자리 실현을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최소한 선진국 수준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여기에 노사간 신뢰관계의 회복이 필요하며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안정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MT리포트] '지역형 일자리' 첫 발 뗐지만... 갈 길 구만리
장시복 기자

‘광주형 일자리' 성공하려면?…정치권도 '고심’
[지역형 일자리 성공하려면?] ②현행법상 '단체협약 구속력'에 우려…결국 해결책은 '사회적 대화’

[MT리포트] '지역형 일자리' 첫 발 뗐지만... 갈 길 구만리
광주광역시가 노·사·민·정의 '사회적 대타협'을 기반으로 추진 중인 자동차공장 합작법인에 현대자동차가 투자를 검토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방안을 정치권이 고심하고 있다. 이 사업에 핵심이 되는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 시절인 2015년부터 관심을 기울인 모델이다.

4일 지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광주시가 주체로 되는 자동차 완성차 공장 설립사업에 현대차가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해 검토 중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의 합의를 기반으로 기존 업계 연봉보다 감소한 수준의 임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자는 지역혁신 모델이다. 핵심의제로는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관계개선을 품고 있다.

이 모델은 윤장현 현 광주시장이 2014년 지방선거 때 처음 제안한 노사정 상생의 개념이었다. 문 대통령도 대통령 당선 뒤 이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4년 동안 추진된 사업이 눈에 띄는 결실을 맺진 못했다. 현대차가 이달 투자 참여 의향을 밝히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됐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이 공장에서 일할 정규직 노동자의 연봉은 현대차 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인 4000만원이 된다. 주 40시간 근무도 이뤄진다. '광주 빛그린산단'에 지어질 공장은 약 1만2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전망이다.

'반값 연봉'이 현대차 노조의 반발을 샀다. 노조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광주형 일자리는 단체협약 제40조·제41조에 따라 정규직 임금 수준을 하향 평준화하고 조합원들의 고용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며 현대차의 참여를 반대했다.

노동법의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35조와 제36조에 따르면 일반적, 지역적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규정한다. 한 사업장의 과반수 근로자가 하나의 단체협약을 적용받으면 같은 사업장의 다른 근로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근로자들이 반값 임금을 감수하고 새 공장에 입사해도 새로 구성될 노조가 단체협약 내용을 달리 정하면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상위법 우선 원칙에 따르면 근로관계는 △헌법 △관계법률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순으로 적용된다.

일각에선 광주형 일자리 관련 근로자들이 맺는 개별 근로계약은 단체협약보다 우선 적용하는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특별법을 만들어 개별 근로계약을 단체협약보다 상위에 둘 경우 향후 구성될 노조의 협상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일부 법조 관계자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와 별개로 지역적 구속력을 산업·지역·업종에 따른 단체협약 구속력 확장으로 바꾸는 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됐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016년 이른바 '산별교섭'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산업·지역·업종에서 단체협약의 구속력을 부여했다. 다만 노동위원회가 그 내용을 '사회적 공익성'을 고려해 의결토록 했다.

정치권은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 해법을 '사회적 대화'에서 찾았다. 사업을 이끄는 광주시도 노사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법을 추진하기보다 현행법 아래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푼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노사민정 합의를 이룬 것처럼 앞으로도 사회적 대화를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경제사회노동노사정위원회법 개정안'도 '광주형 일자리'의 전국적인 확산을 도모하는 내용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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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이 개정안은 경제사회노동노사정위를 경제사회노동위로 개편하고,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 제20조1항에 따르면 경제사회노동위는 지역 내 경제·사회 주체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홍 원내대표도 광주형 일자리의 전망이 밝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노사 상생과 지역맞춤형 일자리 모델로 새 정부가 주력하는 일자리 정책의 모범적 사례"라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은 광주형 일자리 혁신을 상생모델을 전국에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떠날 자리를 채울 주요 시장 후보자들도 현재 추진되는 사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판도 존재한다. 현대차 노조가 반대한 것 자체를 두고 사회적 대화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현대차의 투자가 확정되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는 시선도 있다.

국내 산업 이슈에 정통한 한 국회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 핵심은 사회적 대타협에 있다"며 "이번 사업 투자 검토를 두고도 현대차 노조가 반대 목소리를 냈는데 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기업이 이 사업의 주체가 돼 노조와 합의를 해서 '반값 연봉'을 실현했어야 한다"며 "현대차의 투자의향서도 아직 검토 수준이기에 확정될 때까지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기자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에 왜 반대하나
[지역형 일자리 성공하려면?] ③"같은 일 해도 반값 임금…고용불안 가속“

[MT리포트] '지역형 일자리' 첫 발 뗐지만... 갈 길 구만리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임금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면서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적극적 동의 없이는 지역형 일자리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노사정 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는 이달 1일 성명을 내고 “광주형 일자리는 정규직 임금 수준을 하향 평준화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부영 지부장은 “지금도 전주, 울산 등 일부 공장은 일감이 부족해 생산 능력이 남아도는 상황”이라며 “이미 고용 불안이 시작됐는데 광주형 일자리는 고용불안과 경영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반발은 예상됐던 일이다. 2배 넘게 차이나는 임금이 주된 이유다. 광주형 일자리 평균 임금은 4000만원대로 책정됐다. 현대차 평균 임금(약 9200만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 수준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면 기존 노조는 사회적 압박을 느낄 것”이라며 “사회적 압력이 가해지면 기업도 임금인상이나 성과급 지급에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감 감소 우려도 있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968만대지만 지난해 판매대수는 735만대로 가동률은 75.9%에 그쳤다. 최근에는 미국의 통상압력 등으로 현지생산을 늘리고 있어 국내 일감이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회사의 새 공장 투자·위탁 생산 계획을 노조가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조와 협의 없이 기존 생산을 위탁으로 돌리기는 힘들지만 기존 모델의 단종 등으로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일감이 줄어들면 노조의 교섭력도 떨어지고 이는 임금 동결이나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기존 근로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허 연구위원은 “국내 근로자 임금이 계속 오르면 기업은 국내 생산 인력을 늘리려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노조원의 수 감소로 이어져 교섭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 공장 임금경쟁력이 떨어져서 새 모델이 나와도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추세인데 임금경쟁력을 갖춘 새 공장이 국내에 생긴 것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형 일자리가 장기적으로는 기존 노조의 기득권을 빼앗는 사업이 아닌 일자리 유지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며 “노조도 지역 일자리 정책에 노동자들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 수립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하려면 노사정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가격경쟁력, 임금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노조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사업 성패가 결정될 때까지 3~5년 정도 임금 인상 요구 등 노사 분규 자제를 노조가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부가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며 “국가 경제와 청년의 미래를 위해 기업은 투자하고 노조는 임금을 나눔으로써 서로 한발씩 양보해야하는 상황임을 설득하고 여론을 활용해 압박하는 양동작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노사민정협의회, 일자리 위원회 등 노사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는 실질적인 논의의 장을 제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지역 생활수준에 따라 '차등임금제' 하는 베트남
[지역형 일자리 성공하려면?] ④사회·경제 발전 수준따라 4개 지역 구분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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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경제생활과 소비 수준에 따라 임금을 달리 정하는 아이디어를 실현 중인 국가 중 한 곳이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이다.

노동자의 평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회주의에서 차등이 이채롭게 보일지 모르지만, 베트남 정부는 생활에 드는 지출 비용이 차이가 나면 수입에도 차등을 두는 것이 더 공평하다는 인식에서 '지역 차등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를 추구하는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베트남은 사회·경제적 발전 수준에 따라 전국 각지를 네 개 지역 단위로 분류하고 단위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 중이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발간한 '2018 베트남 진출 전략'에 따르면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꼽히는 1지역의 올해 최저임금(월 기준)은 398만동(VND)으로 이를 달러로 환산시 약 175달러(USD: 달러당 1099원 적용시 19만 2300여원)다. 전년 대비 인상률은 6.1%다.

이어 △2지역이 353만동(155달러, 6.3% 인상, 한화로 17만 3000여원) △3지역이 309만동(136달러, 6.6%, 한화로 14만 9400여원) △4지역이 276만동(121달러, 7.0%, 한화로 13만 2900여원) 순이다.

하노이나 호치민시 같은 베트남 내 대도시는 대체로 1지역에 속하는데 같은 하노이라 하더라도 구역에 따라 2지역에 분류되는 곳도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역별 최저임금과 인상률을 매년 국가임금위원회를 열어 결정한다. 각 회사 내에 존재하는 노동조합은 이를 기반으로 사측과 임금협상에 들어가는데 지역별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결정하는 식이다.

베트남에 존재하는 삼성전자 생산법인은 총 세 곳이다. 하노이에는 박닌성과 타이응웬성 등 두 곳에, 호치민시에 한 곳 위치한다. 하노이에서는 휴대폰, 태블릿 등을 생산하는데 두 법인을 합쳐 10만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이다. 호치민 법인에서는 TV와 가전을 생산 중이며 약 7000명의 인력이 근무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하노이의 두 법인은 모두 2지역에 해당한다"며 "국가에서 정해진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반으로 매년 노조와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고 노사 협의를 통해 임금 인상률 및 복리후생 정책 등을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법정 하한선일 뿐, 삼성전자가 위치한 박닌성이나 타이응웬성처럼 인력이 귀한 곳의 임금은 하한선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삼성전자 협력사 약 300개가 동반 진출해 있어 이들을 주축으로 전기·전자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현지 관계자는 "인력수요에 따라 일부 임금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비와 수입에 따른 차등 임금을 지역별로 적용해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은 기자

해외서 찾은 지역형 일자리..실현은 산넘어 산

[지역형 일자리 성공하려면?] ⑤독일 '볼프스부르크'-美 'GM 새턴' 모델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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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형 일자리 창출의 기치를 내건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의 '볼프스부르크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볼프스부르크'는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독일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다. 1990년대 초반 통일 특수를 누렸지만 이후 일본 자동차 산업의 거센 추격과 경쟁력 약화로 수출·투자 감소, 기업 도산, 실업률 증가 등 구조적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로 1992년 7.9%였던 이 지역 실업률은 1996년 18.1%로 증가했으며, 1989년부터 2001년까지 볼프스부르크 공장 생산량과 고용도 각각 38.9%, 16.0% 감소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1999년 볼프스부르크시(市)와 폭스바겐은 5대5로 공동 출자해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Wolfsburg AG)'를 설립했다. 2003년까지 폭스바겐 외부에 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혁신 캠퍼스(상담․자문․교육 등 창업과 경영 지원) △부품사 유치 △각종 체험 사업(스포츠·여행·쇼핑·자동차 테마파크 등 문화·여가 인프라 구축) △인력서비스(파견·직업소개·직업교육·아웃소싱) 등 4개 영역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기존 직원 임금의 80% 수준인 5000마르크로 월 임금을 책정한 뒤 5000명의 실업자를 채용해 새로운 자동차 공장 '아우토 5000(유한회사)'을 설립한다는 5000×500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근로시간은 폭스바겐의 주 35시간보다 3시간 늘어난 38시간으로 했지만 3시간은 교육훈련 시간으로 활용해 숙련도를 높였다.

'아우토 5000'의 경우 강력한 조직 장악력을 갖춘 노동조합의 양보를 통해 5000마르크의 임금 수준이 8년간 유지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사회와 기업의 협력으로 장기적 관점의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해 일자리를 늘리는데 성공했다"며 "2009년 폭스바겐에 통합된 이후에도 그간 축적된 업무 숙련도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대형차만 생산해온 미국GM이 1970년대에 일본 자동차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소형차 개발을 위해 추진한 '새턴'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GM의 기존 조직과 다른 별도 조직으로 설립된 '새턴'은 경영자와 노조가 세계적인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미국식 노사관계와 조직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한다는데 합의하면서 탄생된 합작사다.

새턴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의 성과를 온전하게 공유하는 집단성과급 체계와 교육훈련에 따른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턴의 직원들은 다른 GM 공장 직원들 평균임금의 90% 수준으로 기본급이 책정되고, 1년간 달성한 품질 생산성 향상과 교육훈련 이수 정도에 따라 추가로 집단 성과급을 받았다.

이런 사례를 우리나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의 노사관계 풍토를 고려할 때 노조가 일자리 확대·보호를 위해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투쟁 중심 운동 노선 탈피 등을 약속하면서 이를 장시간 유지한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우토 5000'도 독일 특유의 협조적 노사관계와 전통적인 산업별 노조 체계, 종업원평의회 제도 등이 뒷받침된 결과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해외 사례의 성공 요인으로는 장기적 일자리 확보를 위한 노조의 인식 전환, 지역 정부는 물론 지역 경제단체·기업 등 각종 지역공동체의 협력과 지원, 노사 당사자들의 강력한 리더십, 장기적 관점의 직업훈련 인프라 구축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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