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산층 가구 소득증가" 문 대통령 발언이 사실일까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06.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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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22>가계소득 논쟁에서 배제된 중산층…중산층도 잘사는 나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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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산층 가구 소득증가" 문 대통령 발언이 사실일까


“(1분기) 중산층 가구의 소득증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다.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인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통계청의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와 국책연구기관의 추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중산층 가구의 소득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뒷받침하는 통계의 하나로 거론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발언처럼 정말로 중산층 가구의 소득이 늘었을까?



이상하게도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중산층 가구의 소득이 늘었다고 판단할 만한 통계를 발견하기가 어렵다. 3일 홍장표 경제수석의 청와대 브리핑에서도 이와 관련된 추가 설명은 빠져 있다. 문 대통령과 홍 경제수석이 참조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추가 분석자료에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일단 중산층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미국 리서치기관 퓨리서치(Pew Research)가 사용하는 기준을 따르면 가계소득 중위값(median)을 중심으로 67%~200% 범위 내의 가구가 중산층에 해당한다.

가계소득 중위값이 발표되지 않은 관계로 소득 분위 중간인 3분위의 월평균 소득 403만5039원을 중위값으로 간주하면, 월평균 소득이 대략 270만3476원~807만78원 사이면 중산층에 해당한다. 따라서 중산층 가구는 소득 2분위~4분위에 걸친다.


여기서 3분위 가구는 올해 1분기 소득이 작년에 비해 0.23% 늘어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다. 설마 가계소득 0%대 증가를 두고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리라.

4분위 가구의 경우는 소득이 3.95% 증가했지만 2분위 가구는 반대로 3.98% 감소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올해 중산층 가구의 소득이 늘었다고 자신 있게 단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9.27%나 늘어 중산층 가구의 소득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5분위 가구의 올해 소득증가율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따라서 고소득층과 비교해 봐도 중산층 가구의 소득이 특별히 늘었다고 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음으로 작년 1분기 소득증가율과 비교해보자. 3분위와 4분위 가구는 올해 1분기 소득증가율이 작년 소득증가율에 비해 높아 소득개선 효과가 뚜렷했다. 그러나 2분위 가구는 작년보다 올해 소득악화가 더 컸다. 따라서 작년 소득증가율과 비교해도 올해 중산층 가구의 소득이 증가했다는 확실한 단서를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근로자가구에 국한해 보면 어떨까? 홍 경제수석은 3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1분기 가계소득에 미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 전체가구가 아닌 근로자가구(가구주가 근로자)만을, 그리고 가구별 총소득이 아닌 개인별 근로소득만을 따로 떼어 분석했다고 밝혔다.

근로자가구만 따져 보면 2분위~4분위 근로자가구의 소득은 올해 전부 늘었고 작년 소득증가율을 모두 상회했다. 따라서 근로자가구만 국한하면 올해 중산층의 소득이 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5분위 근로자가구의 소득증가율 10.17%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쳤고, 특히 2분위 근로자가구는 소득증가율이 0.64%에 그쳐 의미 있는 소득증가가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결국 아무리 들여다봐도 문 대통령이 어떤 통계를 토대로 중산층 가구의 소득증가가 있었다고 말했는지 머리를 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3일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이 7.99% 감소한 게 큰일이고, 고소득층인 5분위 가구와 소득격차가 확대된 게 충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확충을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이고, 또 올해 최저임금을 16.4%나 인상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점을 감안하면 전혀 뜻밖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은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심지어 청와대가 ‘패닉’(공황)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가계소득 논쟁의 중심에서 중산층은 배제돼 있다. 올해 중산층 가구의 소득증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 대해선 아무도 문제를 삼지 않는다. 중산층 가구는 지난해 내내 의미 있는 소득증가를 경험하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소득이 감소하거나 0%대의 증가에 멈췄다. 사실상 소득이 정체됐다(☞관련기사: "소득증대에서 소외된 중산층 "우리도 월급 올려줘"). 올해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에서도 아무런 수혜를 못 본 채 소득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1분위 가구의 소득이 많이 감소한 사실을 가리켜 “아픈 부분”이라며 저소득층 가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정부에 주문하면서도 중산층 가구의 소득정체 문제에 대해선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은 영세 자영업자나 무직자 등 비근로자의 소득감소가 1분기 소득분배 악화의 주된 원인이며, 특히 근로자외가구에서 저소득층의 소득감소가 심각하게 나타났다고 밝히면서도 중산층 가구의 소득정체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근로자외가구의 소득감소와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하고, 또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이 감소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보완책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중산층 가구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에서 저소득층 비근로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수혜를 받지 못하는 걸로 나타났다. 이에 이들의 소득감소를 보완할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고소득층은 소득주도성장 하에서 역대 최고의 소득증가를 맛보고 있다. 그런데 중산층 가구는 별다른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소득증가만을 위한 경제정책은 아니어야 한다. 모두를 잘살게 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저소득층 소득도 늘어나고 중산층도 잘사고, 고소득층도 돈 잘 버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산층 가구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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