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일자리 절벽' 대안 지역형 일자리 시작은 했지만…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8.06.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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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지역형 일자리]①4년 만에 현대차 투자 설득 성공..노조 반발 등 극복 과제들 산적

편집자주 '지역형 일자리' 창출 실험이 광주광역시에서 시작됐다. 지역 생활비 수준에 기반한 임금체계가 핵심이다. 극심한 고용난을 해결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다. 하지만 지역별 근로계약의 효력인정 등 법적 뒷받침이 없는 탓에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합작법인'이라는 어정쩡한 첫발을 내딛었다. 지역기반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을 위한 숙제를 점검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1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현대자동차가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 자동차 공장에 투자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윤장현 광주시장이 1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현대자동차가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 자동차 공장에 투자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성공시켜, 그 성과를 전국으로 확산하겠다."

지난 13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용섭 민선 7기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이 내건 각오다. 그 일환으로 현대자동차는 내달 2일 새 시장의 취임 직후 광주시와 합작법인 형태의 완성차 공장 설립 협약 조인식을 가진다.



이달 초 현대차 (231,000원 ▼2,500 -1.07%)의 사업 참여 의향 발표로 광주형 일자리(지역기반형 일자리) 모델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

사실 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전임자인 민선 6기 윤장현 시장이 4년 전부터 추진해 온 역점 프로젝트였다. 장기간 공전을 해오다 현대차 (231,000원 ▼2,500 -1.07%)의 전격 참여 의사로 탄력을 받았다.



이 당선인이 바통을 이어받아 사업을 구체화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광주형 일자리를 '일자리 나눔'과 '사회통합 모델'로 평가, 공약으로 채택하며 힘을 실어왔다.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은 노·사·민·정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정(반값) 임금'을 책정, 지역 사회에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광주에서 시작된 일자리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현대차는 지난 4년간 장고 끝에 투자를 결심했다. 광주시가 적정 임금(약 연봉 4000만원)과 세제혜택 등 '당근'을 꾸준히 제시해 오면서 공장 설립 협약 조인식이라는 첫 결실을 맺게 된다.


2021년까지 광주 빛그린 산업단지 내에 총 7000억원을 투자해 연 10만대를 생산하는 공장(독립 합작법인체)을 설립하게 된다. 광주시가 직접 1대 주주가 되고, 현대차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2대 주주로 19% 가량 (약 1330억원) 투자를 검토 중이다.

나머지 투자분은 자동차 부품사 등 다른 투자자 유치와 차입을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직·간접고용을 포함, 1만2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벌써부터 현대차가 현재 만들지 않고 있는 '친환경 경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를 위탁 생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예상 신차명(레오니스)까지 돌고 있다. 이미 기아차 (112,200원 ▼900 -0.80%)는 중견기업 동희오토에 경차(모닝·레이)를 위탁해 만들고 있는데, 지자체에 맡기는 사례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 같은 실험은 만만치 않은 장벽 앞에 놓여 있다.

지역형 일자리 창출의 기치를 내건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의 '볼프스부르크 모델'과 미국의 새턴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했다.

기존 직원 임금의 80% 수준인 5000마르크로 월 임금을 책정한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과 90% 수준의 임금을 책정하고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한 GM의 새턴 프로젝트는 독일과 미국의 선진적인 노사협력으로 인해 한시적으로나마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이들보다 더 강력한 노조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경영진이 투자를 강행할 시 총력 반대투쟁에 나서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표면적으론 "정규직 임금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는 명분이지만, 밥그릇 지키기로 보는 시각도 많다.

지속가능성도 철저히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현행법상 개별 근로자가 공장 가동 초기 반값 임금을 감수한다 하더라도, 새 노조를 만들어 단체협약에서 말을 바꾸면 이에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전역에 적용되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은 높다.

때문에 광주시나 산단을 경제특구로 지정, 이곳에 한정해 현행 노동법을 배제하고 근로 계약을 우선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또 일각에선 지자체가 노조 관리나 경영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지역형 일자리 실현을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최소한 선진국 수준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여기에 노사간 신뢰관계의 회복이 필요하며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안정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주시 완성차 합작법인 주요사항/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광주시 완성차 합작법인 주요사항/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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