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위기 맞나?…긍정요인 무시하고 위기설만 증폭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8.06.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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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너무 위기만 강조하면 경제심리 위축 초래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한국경제 위기 맞나?…긍정요인 무시하고 위기설만 증폭


“6월 한국경제 위기설”, “한국경제, 침체 국면 진입”, “제 2의 IMF사태 올 수 있어.”



최근 한국경제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부터 시작해, 보호무역 심화, 고용 둔화, 제조업 부진, 투자 부진 등이 위기의 요인들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침체가 본격화되었다거나 심지어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에 빠져있다는 평가는 과도해 보인다. 한국경제의 여러 리스크 요인들이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긍정적인 요인들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수출경기 호조를 들 수있다. 지난해 우리 수출은 15.8%의 높은 증가율을 달성했다. 최근에도 수출은 13.2%(5월 기준) 증가하며 3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했고, 아세안 지역을 제외한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 대한 수출도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함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반도체와 IT제품의 수출 경기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속된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의 가격상승도 수출 호조세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중 간의 보호무역 갈등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결과 자체도 예측이 힘든데다 우리 수출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런지 알 수는 없다.


오히려 IMF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3.9%의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세계 교역도 지난해보다 높은 5.1% 증가율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반적인 세계경제 성장세와 교역 증가세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지닌 한국경제엔 희소식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미국 금리인상으로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하락세(원화 강세)를 거듭하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다시 오름세(원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의 여러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원화 약세는 우리 수출 기업들에 유리한 여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해운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수주가 늘어났고,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외수주도 잇따르고 있으며, 경쟁국 일본의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반사이익까지 겹치면서 국내 조선업의 경기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신규 취업자수가 10만명대 밑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긴 하지만, 줄어든 일자리가 대부분 임시 또는 일용직에 집중돼 있고, 상용직 근로자는 여전히 30만명대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고용 부진 원인을 전부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는 것도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첨단기술 및 AI 도입 확대에 따른 일자리 변화, 온라인 쇼핑의 증가에 따른 판매직 일자리의 감소 등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의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률도 사상 최악이라고 하지만 수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입시에 몰려드는 걸 억지로 말릴 수 없다. 최근에도 20만명이 넘는 공시생들이 5월로 당겨진 9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실업률이 급등한 측면이 존재한다.

한편 한국경제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경기는 여전히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분기 민간소비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해 7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소매판매 동향을 보면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의 증가율이 1분기 8.9% 증가한데 이어 4월에는 10.0%에 달해 소비 경기의 호조세도 견조하다. 또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9로 전월대비 0.8포인트 지속된 하락세에서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당장 인천공항만 가보더라도 경기침체라는 말은 전혀 와닿지 않는다. 2017년 우리 국민 해외여행객은 전년대비 18.4% 증가한 2650만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도 해외여행객수는 4월까지 966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3.4% 증가했다.

만약 한국경제가 제2의 IMF 위기에 임박했다면 외국 자본들은 이미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터이다. 그러나 국내 외환보유고는 이와 반대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말 외환보유액은 3989억8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 정부에서 사드 문제로 냉각됐던 한중 관계가 풀리면서 급감했던 중국 관광객 역시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방한 관광객은 133만2000명으로 전년대비 23.8% 늘어났고, 특히 방한 중국인 수는 36만7000명으로 전년대비 60.9%나 증가했다. 또한 유커의 귀환에 힘입어 지난 4월 여행수지 적자규모는 10억9000만 달러로 지난 2016년 12월 10억3000만 달러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대표적인 인기종목인 야구가 포함된 아시안 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 개최 역시 소비 경기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월드컵 16강 진출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선수단의 선전이 이어질 경우 국민들의 응원 열기가 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조치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대북투자라던지 개성공단 재개를 포함한 남북경협 확대에 따른 경제활성화 역시 충분히 기대할 만한 상황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한국경제의 대내외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경제 전체가 당장이라도 망할 것처럼 위기설을 증폭시키는 것은 경제심리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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