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 스티브 배넌, 가상통화 투자 선언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8.06.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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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가상통화와 대안우파 정치, 체제파괴라는 공통점 있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AFPBBNews=뉴스1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일조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가상통화 투자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배넌이 최근 가상통화·헤지펀드 투자자를 개인적으로 만나 자신의 투자회사 배넌&컴패니를 통한 가상통화공개(ICO)를 논의했다"며 "(배넌이) 상당량의 비트코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아직까지 배넌의 가상통화 사업은 초기단계에 머물러있지만 그동안 배넌은 사업가들이 가상통화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해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배넌은 올해 초 열린 하버드 학술 모임에서 '개탄스러운 코인'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주자는 트럼프 지지층을 '개탄스러운 자들의 모임'이라고 표현했고, NYT는 "(배넌의 당시 코인발언이) 힐러리의 말에 반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넌은 미국 내 대안우파(alt right) 운동을 이끌어 온 극우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Breitbart)'의 공동창업자다. 대안우파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이며 반지성주의적인 발언을 지지하며 다문화주의와 불법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정치세력이다. 지난 2016년 대선기간 친(親)트럼프, 반(反)힐러리의 뉴스를 전한 브레이트바트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 배넌을 대선 캠프 최고경영자로 영입했고 당선 후에는 공로를 인정해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고문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배넌은 취임 후 백악관 내 권력투쟁에 밀리며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겪었고 결국 지난해 8월 해고됐다. 그 뒤 브레이트바트로 복귀했으나 현 경영진과도 마찰을 빚으며 지난 1월 사임했다.

NYT는 "가상통화와 티파티(Tea Party: 미국의 강경우파) 정치는 기존의 규칙·권력·구조를 부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배넌이 복귀무대로 가상통화를 택한 것은 별로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분석했다.


배넌 역시 "가상통화는 혁명적"이라며 "중앙권력에서 통제를 되찾아오는 파괴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존의 가상통화 관계자들은 배넌의 가상통화 투자 선언에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NYT는 "가상통화를 주류로 편입하려는 관계자들이 배넌의 투자선언으로 가상통화의 '변두리 이미지'(fringe element)가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린 플라트 가상통화 연구원은 NYT에 "밝혀지지 않은 음모론을 발굴해 유명해진 배넌이 가상통화 시장에 뛰어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배넌이)단순한 대중에게 복잡한 기술을 팔아먹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에 "배넌이 진출하는 ICO 시장은 가상통화시장에서 사기행각이 가장 많이 벌어지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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