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땐 '경쟁적', 철거는 '나 몰라라'…세금 새는 구멍 된 '선거 현수막'

머니투데이 이재원 기자 2018.06.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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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공직선거법 허점 악용…'민원 빗발'에 지자체 '울며 겨자먹기' 철거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날인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에서 구청 직원들이 선거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뉴스1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날인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에서 구청 직원들이 선거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뉴스1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막이 내린지도 이틀. 여전히 거리 곳곳에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가득하다. 선거전에 경쟁적으로 부착한 것이 선거 후에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 됐다.

이를 부착한 후보가 철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법의 허술함을 악용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빗발치는 민원 때문에 구청 등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이를 철거하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 다음날인 지난 14일부터 서울시내 곳곳에 붙었던 선거 현수막들이 철거됐다. 대부분 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15일까지도 서울 일부 자치구에는 현수막이 그대로 걸렸다.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의 현수막은 상황이 조금 낫다. 대부분 '당선 사례' 현수막을 게시하면서 기존 현수막을 철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배한 후보들은 현수막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책임지고 철거해야 하지만 직접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구청 등 지자체에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자체가 후보 캠프에 철거를 요구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철거 요청-경고-과태료 부과'로 이어지는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 이 기간 빗발치는 민원 때문에 지자체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철수해야 한다.

서초구청의 한 관계자는 "현수막을 자진철거 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민원이 접수되면 결국 구청에서 나가서 이를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수막 철거를 위한 인력투입은 물론, 현수막 소각 비용까지 구청이 지불하면서 이를 처분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불필요한 세금이 샌다.

문제는 허술한 법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76조에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선전물이나 시설물을 첩부·게시 또는 설치한 자는 선거일 후 지체없이 이를 철거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또 같은 법에 따르면 이를 철거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법안의 모호함 때문에 강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법에서 말하는 '지체없이'라는 기간 표현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체없이'라는 기준이 모호하고 후보마다 생각하는 것이 달라 문제가 발생한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법 개정 전까지는 선거에 나서는 이들의 자발적인 철거가 필요하다. 한 구청 관계자는 "낙선한 이들에게 철거를 재촉하는 것도 어렵다"며 "캠프가 해체되면서 마땅히 연락할 곳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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