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시세조작' 영향 보고서에… 비트코인 급락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8.06.1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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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 가상통화 거래하는 가상통화… 작년 비트코인 급등에 관여 주장 나와
비트코인 가격 뚝↓, 6300달러 밑으로… 지난해 고점 대비 70% 하락한 수준

'테더 시세조작' 영향 보고서에… 비트코인 급락


지난해 가상통화(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급등한 배경에 또 다른 가상통화 테더를 이용한 시세조작 행위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달러화 가치에 연동되는 테더가 무작위로 발행돼 인위적인 가격 급등에 이용됐다는 것이다. 이 소식에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통화 가격은 급락했다.



13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대는 이날 "테더가 시세조작을 통해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가격을 2만달러(약 2166만원) 가까이 끌어올렸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존 그리핀 텍사스대 금융학 교수는 약 25억개에 달하는 테더의 시장 유입과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테더가 비트코인 가격을 안정시키고 조작하는 용도로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테더의 정식 명칭은 'USD테더'로 이름에서 보듯 테더 1개는 항상 1달러의 가치를 가진다. 다른 가상통화처럼 채굴하는 형태가 아니라 홍콩에 있는 테더홀딩스라는 회사만 발행할 수 있다. 1테더가 발행될 때마다 제휴 은행에 1달러를 예치해서 지급을 보증하는 식으로 작동되는데, 외국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현금 대신 가상통화 거래에 사용됐다. 원화를 가상통화거래사이트 계좌로 보내 다른 가상통화를 사고파는 국내와 달리 외국의 상당수 거래소는 달러화나 유로화 등 법정화폐 입출금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66쪽에 달하는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테더는 한 번에 많게는 2억개씩 발행됐는데 이후 대부분 비트피넥스로 옮겨져 비트코인 시세를 끌어올리는 데 사용됐다.

테더홀딩스가 대량으로 테더를 발행 → 비트피넥스는 이 테더를 가지고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통화를 사들이면서 가격을 올리고 → 투자자들이 몰리며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더 상승 → 거래소는 고점에서 비트코인을 매각한 뒤 테더로 교환. 비트피넥스는 이런 식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올리고 거래수수료까지 챙긴 것이다.

세계 최대 가상통화 거래업체 중 하나인 비트피넥스는 테더홀딩스와 사실상 같은 회사로, 회사 소재지는 물론 공식 웹사이트도 없을 정도로 불투명하게 운영돼왔다. 알려진 것이라고는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네덜란드 출신인 얀 루도비쿠스 반 데르 벨데라는 인물이라는 것뿐이다.


앞서 지난 1월 뉴욕타임스는 비트피넥스와 테더의 비트코인 시세조작 혐의에 대해 보도했으며, 지난 2월에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테더와 비트파이넥스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핀 교수팀은 "테더가 지난해 1000% 넘게 오른 비트코인 가격 급등의 최소 절반 이상은 담당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얀 루도비쿠스 반 데르 벨데 CEO는 이날 이메일 성명에서 "비트피넥스와 테더는 어떤 형태의 시장 개입이나 시세조작을 하지 않았다"면서 "테더 발행은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가격을 올리는데 사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바이파이넥스는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그리핀 교수의 이론이 사실이라면 비트코인 가격은 더 급락할 수 있으며, 많은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장 중 한때 63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고점 대비로는 70% 가까이 폭락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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