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살림에 '부자의 기준' 낮아졌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8.06.2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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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당당한 부자 설문조사]<2>"자산 10억원 이상이 부자" 6년만에 40%대 회복

편집자주 최근 재벌들의 갑질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엔 떳떳하게 벌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는 '당당한 부자'들도 적지 않다. 머니투데이는 국민들의 '부'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2004년부터 매년 대국민 '당당한 부자' 설문조사를 실시해 왔다. 부자의 기준, 부자에 대한 인식,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 정부의 정책 등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당당한 부자가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제를 짚어봤다. 

부자에 대한 자산 기준이 낮아졌다. ‘자산이 10억원을 넘으면 부자’라는 대답은 늘어난 반면 ‘20억원, 30억원은 넘어야 부자’라는 인식은 줄었다. 금융자산도 이전에는 ‘10억원은 넘어야 부자’라는 의견이 대세였지만 올해는 ‘5억원만 넘어도 부자’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만 달라진 시선의 배경은 씁쓸하다. 집값과 물가는 뛰는데 고용은 불안한 탓에 주머니가 비어 ‘눈높이를 낮췄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머니투데이가 ‘당당한 부자’ 설문조사를 실시한 이래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을 모두 포함한 총자산 10억원은 매년 부자의 자산 기준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올해는 ‘자산 10억원 이상이 부자’라는 대답이 40.0%로 상승 반전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부자에 대한 기준으로 ‘자산 10억원 이상’이 40%대의 응답률을 얻기는 2012년(40.8%) 이후 6년만이다. 2013년(38.7%)부터 지난해(35.8%)까지는 줄곧 하락세였다.

팍팍한 살림에 '부자의 기준' 낮아졌다


부자의 기준으로 ‘자산 20억원 이상’은 20.4%, ‘30억원 이상’은 10.1%의 응답률을 보여 지난해보다 각각 0.8%포인트와 2.9%포인트씩 하락했다. ‘50억원 이상’이라는 대답은 14.0%로 지난해(13.9%)와 비슷했고 ‘100억원 이상’(9.8%)이라는 응답은 1년전보다 1.5%포인트 떨어졌다.



소득이 많아도 10억원을 부자의 기준으로 꼽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도 눈에 뛴다. 지난해에는 조사대상 중 소득이 가장 높은 월소득 1000만원 이상에서 부자의 기준은 ‘30억원 이상’(22.2%)과 ‘50억원 이상’(22.3%)이 다수였고 ‘10억원 이상’(17.0%)과 ‘20억원 이상’(19.3%)은 비교적 적었다.

반면 올해는 20억원 이상’이 29.0%로 가장 많았고 ‘10억원 이상’도 25.0%로 ‘30억원 이상(11.4%)’보다 두 배 이상 앞질렀다. ‘50억원 이상’은 16.6%로 줄었다.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으로 부자 기준을 묻는 질문에서도 눈높이가 낮아졌다. ‘10억원 이상’이라는 대답이 2016년(29.0%)과 지난해(28.7%)에는 가장 많았지만 올해는 ‘5억원 이상’이 25.9%로 ‘10억원 이상’(25.8%)을 제쳤다. ‘1억원 이상’과 ‘3억원 이상’이라는 응답도 19.3%와 18.7%로 1년새 각각 1.6%포인트와 1.1%포인트 올라간 반면 ‘30억원 이상’은 7.4%로0.9%포인트 낮아졌다.


부자의 금융자산 기준이 ‘5억원 이상’이라는 대답은 가구소득 월 200만~300만원 미만(33.7%)과 농업·임업·어업 종사자(38.3%)에서 많았고 ‘10억원 이상’은 가구소득 월 1000만원 이상(40.7%)과 화이트칼라(32.7%)에서 많았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부자에 대한 자산 기준이 내려간 것으로 해석했다. 일반적으로 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저 정도로 넉넉하게 살고 싶다’는 것인 만큼 삶이 팍팍해진 서민들로선 ‘넉넉함’의 기준도 소박해졌다는 것이다.

매년 ‘부자보고서’를 발행하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김지현 수석연구원은 “청년층은 고용불안으로 미래소득 수준의 기대치를 낮췄고 저소득층은 물가상승으로 보유 현금이 줄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커졌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부자를 생각하는 기준 자체도 내려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계층이 눈높이를 낮췄고 부동산을 이미 보유한 가계도 금융부채 상환을 소득의 우선순위로 삼으면서 자산 축적에 어려움을 겪는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스탯'(Kstat)에 의뢰해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가구유선전화 및 이동전화를 병행한 전화면접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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