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경제·친환경 효과…하루 2421대, '폐차의 세계'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영상 기자 2018.06.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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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한민국 '폐차(廢車)백서]①지난해 폐차 건수 88만여대, 죽음과 동시에 부활

편집자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데 자동차는 ‘폐차’(廢車)하면 남기는 게 한둘이 아니다. 고철과 부품 재활용 등 경제적 이익은 물론 환경 개선과 신차 소비 촉진 같은 유·무형의 사회적 가치를 낳는다. 폐차는 자동차의 죽음인 동시에 또 다른 부활이다.

경기도 양주의 한 폐차업체 한쪽에 쌓여있는 압축된 폐자동차 차체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 사진=김영상 기자경기도 양주의 한 폐차업체 한쪽에 쌓여있는 압축된 폐자동차 차체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 사진=김영상 기자


자동차 2253만대(2017년말 기준) 시대다. 신차 못지 않게 폐차가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시대로의 대전환을 앞둔 시점에 기존 차량을 잘 없애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는 만큼 폐차 산업의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T리포트]경제·친환경 효과…하루 2421대, '폐차의 세계'
◇폐차의 경제적 가치, 연간 4600억원+α? 발목 잡는 재활용률



14일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폐차된 차량은 총 88만3865대에 이른다. 하루 평균 약 2421대가 폐차된 셈이다. 2000년대 초반 연간 약 50만대에 머물렀지만, 차량 등록 대수의 꾸준한 증가와 함께 2011년 처음으로 80만대를 넘어섰고 지난해 최대를 기록했다.

폐차의 대상은 수명이 다하거나 사고가 나서 못 쓰게 된 차가 대부분이다. 차주가 폐차를 신청하면 폐차장에서는 차량을 견인해 입고한다. 폐차장에서 발급해주는 인수증명서로 차주는 지자체에 등록 말소를 신청할 수 있다. 주민등록부에 해당하는 등록원부에서 말소 처리가 된 폐자동차는 전체 또는 부분으로 나눠 수출하거나 부품을 재활용하게 된다.



폐차 과정에서 나오는 경제적 가치는 연간 수천억원 이상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폐자동차의 처리와 재활용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수익은 중형차를 기준으로 1대당 52만8546원이다. 차체를 고철로 압축해 팔거나 타이어, 헤드램프 등 폐부품을 재활용해 얻는 수익이다. 지난해 폐차 건수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약 4671억원이다.

수년째 90%를 밑도는 폐자동차 재활용률을 높이면 경제적 가치는 더 증가할 수 있다. 폐자동차 재활용률은 차량 1대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비율이다. 정부는 2015년부터 목표를 95%로 정했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폐자동차 재활용률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지난해도 89.1%에 그쳤다.

폐차 업계가 플라스틱, 유리, 고무처럼 돈이 안 되는 '비유가(非有價)성 물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폐차 업계에서는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차량 제조·수입업체에 일정량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국회에서 지난달 28일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폐차 산업도 EPR 도입을 앞두게 됐다.


[MT리포트]경제·친환경 효과…하루 2421대, '폐차의 세계'
◇친환경 차 시대에 내연기관 차량 폐차 '주목'…정부 차원 관심 필요

폐차의 재활용 수익 등만 계산하면 연간 수천억원 수준이지만 자동차 업계의 신차 판매 촉진 효과와 환경적 가치, 정부가 거둬들이는 차량 취등록세 등을 포함하면 폐차 산업의 의의는 더욱 커진다.

무엇보다 환경 효과가 주목받는다. 정상 운행이 가능한 차도 폐차할 수 있는 정부의 노후 경유차 대상 조기폐차 제도가 이 같은 맥락이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23%)을 차지하는 경유차를 제한해 대기질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2005년 12월31일 이전 출시된 노후 경유차는 '유로-3'(Euro-3, 0.5g/㎞) 기준을 적용해 미세먼지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현행 '유로-6'(0.08g/㎞)보다 6배가량 많다.

휘발유차는 조기폐차 대상은 아니지만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많아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처럼 내연기관 자동차는 환경 파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을 위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폐차가 계속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친환경 차 확대에도 과제는 있다. 폐차된 전기차를 재활용하는 기술이 충분히 발달 되지 않았고 정부 규정도 없다. 특히 무게가 200㎏ 이상 나가는 배터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감전·폭발의 위험이 크다. 2011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전기차는 지난해까지 2만5000여대를 넘어서 조만간 폐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정부에 아직 폐차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공식적인 통계나 연구자료가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 차원에서 폐차의 사회적 효과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0년 전 만든 차량 1대를 폐차하면 요즘 만든 차량 4대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를 줄인 것과 같은 환경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폐자동차 중 일부는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하고 그 과정에서 국내 신차 출시 효과도 거둘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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