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무차입공매도 차단…당국 안하나 vs 못하나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8.06.1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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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비웃는 무차입공매도]③내년 상반기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사전 차단 현실적 불가능"

편집자주 "무차입공매도는 불법이고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하다." 지난 4월 삼성증권 '유령주 배당사고' 이후 무차입공매도 논란에 대한 금융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대다수 개인 투자자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 삼성증권 사례에서 112조원에 달하는 가짜 주식이 발행되고 시장에서 거래됐기 때문이다. 특히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증권사가 계좌에 '입고'하는 게 가능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공매도 결제 불이행 사고 역시 주식을 빌리기 전 공매도 주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 더 이상 부인만 하지 말고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분명한 입장정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MT리포트]무차입공매도 차단…당국 안하나 vs 못하나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이어 골드만삭스 공매도 미결제 사고까지 터지면서 무차입공매도를 시스템적으로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사전 차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내년 상반기에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사후 점검과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시스템 도입 전까지 무차입 공매도가 공공연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다.



금융감독원은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이 주식 대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넣은 것과 관련, 단순한 착오인지 의도적인 '무차입 공매도' 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건은 결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외부로 드러나는 바람에 당국이 조사에 나섰지만, 무차입공매도는 적발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무차입공매도의 꼬리가 최근에서야 잡힌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삼성증권 배당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의 하나로 '주식잔고·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과 연계해 공매도 규제 위반을 신속히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키로 했다.

지금은 투자자 주식을 신탁·보관기관에서 관리하면 증권사에서 공매도 관련 주식 차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주식 보유잔고를 초과하는 매도주문 등 이상 거래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모니터링이 이뤄진 후에도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완벽한 사전 차단은 어렵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매도 거래 전에 별도 시스템을 통해 차입 여부를 하나하나 먼저 확인하면 주문 속도가 너무 늦어져 이해관계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 차단이라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차입을 하지 않고 공매도를 하면 무차입 공매도가 되는데, 차입을 했다는 증거가 거짓인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차입 공매도를 '탈세'에 빗대어 "탈세는 분명 위법이지만 탈세를 사전에 막을 방법이 없는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막으려면 공매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 외에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국은 단기과열 종목의 주가급등락에 따른 시장혼란 방지와 시장 활력 제고 차원에서 공매도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면서 당국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잔고·매매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시기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스템 도입 전까지는 장 종료 후에 주식 잔고 관리가 이뤄져 매매주문 시점에 수량 확인이 어렵다. 이 때문에 단타를 노린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적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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