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린이'만 공감하는 배린이(배그+어린이)의 못된 습성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박광범 기자, 김현아 기자 2018.06.08 05:00
글자크기

[배그노믹스]④배틀그라운드 능력자는 잊고 있던 '배린이' 시절

간만에 국내 게임계에 대박 상품이 등장했다. 그 이름은 배틀그라운드. 줄여서 '배그'. 이 게임 덕에 PC방 사장님도 부품판매업계 사장님도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으니. 롤과 옵치에 빠져있던 수많은 게임 유저들이 배그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무지막지한 생존게임 배그는 어디서부터 불어왔으며 어디까지 번져나갈 것인가...?

[배그노믹스 1~3편 보러가기]
'현생불가겜' 배틀그라운드, '치킨'을 새로 정의하다
'배린이' 덕분에 PC방·부품 사장님 '덩실덩실' 개꿀(찡긋)
'배린이' 탈출하려면 꼭 알아야 할 배그 용어 사전





총싸움게임을 어지간히 못하는 사람도 '배틀그라운드'를 시작하면 나름의 자신감이 생긴다. 잘만 숨어 있어도 100명 중에 20등 안에 드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다. 총쏘는데 소질이 없어도 게임을 즐기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어리바리 아이템도 제대로 못 줍고, 뛰고 엎드리는 것조차 하지 못하다가 적응하고 나면 무한 자신감에 휘말린다. 두 세판 정도 더 하고 나서 'Top 10' 메시지를 보고 나면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그러고는 친구에게 한 마디 한다.



"나 소질 있나봐."

이 같은 패턴은 한 두명에게서만 확인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이 그런다. 그만큼 '배그'는 진입장벽이 낮다. 그렇지만 그 친구가 정말 실력이 있는 건 아니다. 이제 한동안 헤어나올 수 없는 '배린이'(배그+어린이)의 과정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배린이를 벗어나려면 수많은 연습과 플레이 시간이 필요하다.

배린이가 되자마자 처음 보이는 증상은 과도한 '파밍' 증상이다. 가방이 꽉 차도록 먹고 또 먹는다. 처음에는 필요한 것, 쓸데없는 것 가리지 않고 다 먹는다. 그러다가 금방 가방이 꽉 차는걸 경험하고는 필요한 것만 골라 먹는다. "3뚝배기 굿" "3가방 나이스"를 연발한다. '카구팔'이라도 줍는 날에는 스나이퍼가 따로 없다. 물론 입으로만 "탕탕"을 남발하는 스나이퍼다.


가방이 찢어지도록 아이템을 가득 채운 배린이는 자기장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무조건 달린다. 목표지점은 자기장 안이다. 운이 좋으면 30분 가량 달리다가 톱10에 들기도 하지만 어쩔 때는 너무 늦게 출발해 자기장에 죽고 만다. 배그를 하다가 오른쪽 위를 보면 심심치 않게 "ㅇㅇㅇ이 경기장 밖에서 사망했습니다"라는 배린이 사망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배린이가 제일 싫어하는 메시지 "공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배린이가 제일 싫어하는 메시지 "공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기장 안으로 들어왔든 들어오지 못했든 이런 배린이들은 공통적으로 '0킬' 사망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운이 좋으면 명중보상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킬 보상 0에 명중보상 0이다. 순위보상으로 포인트를 얻으면 배린이들은 행복해한다. 먼저 죽은 옆 친구를 보며 뿌듯해 하는 중증 환자도 있다.

이게 총싸움 게임인지 마라톤 게임인지 모를 만큼 달리다 보면 배린이들도 느끼는 게 있다. 이게 좀 아니다 싶다. 그렇다고 상대를 죽일 능력은 없다. 이럴 때 보이는 것이 과도한 '여포 메타'다.

존버를 그렇게 잘했던 친구들 마저도 성격이 급해진다. 무조건 상대를 죽이고 싶어진다. 그들이 찾게 되는 곳이 '체육관'이나 '스쿨'이다. 일단 상대가 많으니 '1명은 죽일 수 있겠지?'하는 기대감이다. 이들은 자기가 여포라도 되는 양 떨어지자마자 무조건 적에게 달겨든다. 대기실에서 1분 동안 연습한 주먹질 스킬을 시전하려 뛰어 간다. 물론 결과는 사망이다. 상대가 도망친다고 신나게 쫓아가서 주먹을 휘두르다가 총 한 방에 즉사한다.

게임 플레이 시간보다 대기시간과 낙하산 타는 시간이 더 길다는 걸 느끼고 나서야 스쿨과 체육관 가기를 포기한다. 한 100번 정도 죽어봐야 정신을 차린다.

'페카도' 상공을 수놓은 이 아름다운 낙하산 행렬을 보라'페카도' 상공을 수놓은 이 아름다운 낙하산 행렬을 보라
몇 백 시간 정도는 했다 싶은 배린이들은 비로소 '짤파밍'을 하러 다닌다. ①아이템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못 이긴다 ②'스쿨'이나 '체육관'을 가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깨달음을 얻은 뒤다. 그때부터는 필요한 아이템을 바로바로 수급하면서 상대가 보이면 전투를 하고 운이 좋으면 꽤 오래 살아남는다.

상대가 있을 법한 지역은 잘 피해서 자기장으로 조심히 숨어든다. 그렇게 치킨의 문턱까지 가기도 한다. 하지만, 마지막 10여명이 남은 상황부터 배린이의 손은 떨린다.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어떻게 해? 어떻게 해?"를 남발한다. 이 때부터 우왕좌왕. 움직이면 총알이 날아오는데 난 상대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그렇게 치킨의 꿈은 날아간다.

그렇다면 진정 배린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에임 조준도 잘해야 되고, 클릭도 빨라야 하고, 사플(소리를 듣고 상대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도 돼야 하고, 상대 위치도 잘 파악해야 하고, 상대 동선도 잘 예측해야 한다는 게 고수들의 조언이다. 아무리 '배틀로얄' 장르라고 한들 총을 들고 상대를 죽여야 살아남는 게임이기 때문에 상대를 찾고 처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다.

헤드폰을 7.1로 바꿔보고 마우스도 바꿔보고 그래픽 설정도 바꿔봤지만 여전히 배린이는 1킬에 웃고 웃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대기실로 향한다. 혹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를 '치킨'을 위해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