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결국, 美가 승리하는 전쟁?…트럼프發 1차 세계 무역대전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강기준 기자, 세종=유영호 기자 2018.06.0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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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무역전쟁](종합)

편집자주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선포로 세계경제가 유례없는 야만의 시대를 맞고 있다. 각국의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WTO체제도, 우방과 동맹도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오로지 자국 우선주의만 있을 뿐이다. 트럼프發(발) 세계 무역전쟁 지도를 정리한다.

"이런 전쟁은 처음이다"…트럼프發 무역전쟁이 더 거친 세 가지 이유
[한눈에 보는 무역전쟁]➀ 사문화된 법조항 꺼내고…다자협상 흔들어…동맹국과도 무차별 ‘쩐’의 전쟁
[MT리포트] 결국, 美가 승리하는 전쟁?…트럼프發 1차 세계 무역대전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한마디로 무차별적이다. 수십 년 전 제정돼 이미 사문화된 조항을 끄집어내 무역공세를 퍼붓는가 하면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던 다자간 무역체제도 흔들어버린다. 세계패권을 다투는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의 오랜 동맹국들도 예외가 없다. 세계적 공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에도 아랑곳없다. 원칙이라곤 오로지 ‘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 뿐이다.



①신무기·재래무기 가리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 무역공세의 첫 번째 특징은 세계무역기구(WTO)라는 다자간 무역체제보다 국내법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금과는 세계 경제 환경이 판이했던 수십 년 전 제정된 낡은 무역제재 수단까지 총동원해 교역상대국을 압박한다.



예컨대 최근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무역확장(확대)법은 1962년 냉전시대 제정된 법이다. 당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수입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 232조이다. 하지만 1995년 회원국들의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WTO 체제가 자리 잡은 후 사실상 사문화했다.

한국과 중국산 태양광 및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의 법적 근거인 무역법(통상법) 201조,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관세 부과 및 수입 제한 등을 가능하게 하는 무역법 301조 등도 모두 1970년대 제정된 법으로 실제 사용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트럼프 행정부는 '슈퍼 301조'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교역상대국과 우선협상을 진행한 뒤 협상이 불발되면 일방적으로 보복조치를 할 수 있게 한 조항으로 1990년 효력이 없어진 한시법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부활을 검토 중이다.

[MT리포트] 결국, 美가 승리하는 전쟁?…트럼프發 1차 세계 무역대전
② 다자협상 흔들고 국가별 각개격파!


감세를 내세웠던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레이거노믹스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통상부문은 전혀 다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다자주의의 강력한 신봉자로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WTO체제를 만든 장본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다자간 무역 체제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1월 취임 사흘 만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을 시작했다. 다자간 합의를 흔든 뒤 교역대상국을 하나씩 1대1 승부로 불러내 각개 격파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MT리포트] 결국, 美가 승리하는 전쟁?…트럼프發 1차 세계 무역대전
③ 彼我(피아·적군과 아군)가 없다



미국의 주요 무역 제재 대상은 중국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752억 달러(약 401조원)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세탁기, 태양광, 철강, 알루미늄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달 1, 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20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 해소 방안을 요구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선을 EU(유럽연합)와 캐나다, 멕시코 등 전통적인 우방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독일을 겨냥해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도 시사했다.

미국의 오랜 안보 동맹이었던 이들 국가는 미국이 '국가 안보'를 빌미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관세폭탄을 무기로 삼아 동맹국들에 안보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미군이 주둔 중인 한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에도 방위비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미국을 이용해 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는 만큼 방위비를 더 내라는 것이다.

유희석 기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마주보고 돌진하는 미중 무역전쟁
[한눈에 보는 무역전쟁]② 미중 무역전쟁의 기승전
[MT리포트] 결국, 美가 승리하는 전쟁?…트럼프發 1차 세계 무역대전
고비를 넘긴 듯 했던 세계 2강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다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 상태로 회귀했다. 미국이 합의를 뒤엎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대적인 관세 부과를 강행할 뜻을 밝혔고, 중국도 관세 부과시 모든 합의가 무효라며 맞대응에 나설 채비다. 전문가들은 미중 양강의 충돌이 미국의 천문학적인 대중 적자 지속,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나선 중국 경제의 부상 등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결합하면서 양국의 대결이 격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의 등장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간 무역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출발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대중 무역 적자가 미국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며 대선기간 중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7960억 달러(851조7200억원)에 달하고 이중 47.1%인 3750억 달러(401조2500억 원)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한다. 더욱이 이런 대규모 무역 적자가 중국의 고율 관세, 시장 진입 제한, 기술 이전 강요 등 불공정한 경쟁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진단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반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 교수,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윌버 로스 WL로스&컴퍼니 회장 등 강경론자들을 국가무역위원회(NTC) 초대 위원장과 상무부 장관에 각각 중용하면서 '중국 때리기'를 실천에 옮길 채비를 했다. 지난해 8월에는 통상 301조에 따른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 및 강제 기술이전 요구 조사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진통도 있었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백악관 참모들의 견제로 NTC는 NEC 산하의 무역제조업정책국으로 강등됐다. 나바로 위원장도 국장 자격으로 콘 위원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올해 2월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 나바로 국장을 면담한 뒤 상황이 반전됐다. 무역제조업정책국은 NEC에서 분리돼 독립성을 갖게 됐고 보호무역정책에 반대하는 콘 위원장은 미국이 올해 3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을 겨냥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자 사임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승: 난타전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내부 정비를 마친 미국은 빠르게 움직였다. 올해 1월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 가드 발동 발표로 몸을 풀더니 3월8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3월 22일에는 5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기업의 투자 제한 등의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 행위를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를 동원했다.

중국의 반격도 시작됐다.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3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128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통상 301조에 따른 관세 공격에 대해서도 똑같은 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품 등 106개 품목에 25% 관세부과로 대응키로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등을 보복의 주 타깃으로 삼았다.

여기서 그칠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다. 지난 4월5일 추가적으로 1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토록 지시했다. 앞선 500억 달러 규모 관세를 합치면 지난해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총액 5060억 달러의 30% 이상이 고율 관세 사정권에 드는 셈이다. 4월16일에는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에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 금지 징계를 내렸다. 퀄컴과 인텔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전제 부품의 20~30%에 달하는 핵심 부품을 공급받는 ZTE로선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양측은 대규모 관세 부과 조치가 시행되기 임박해서야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협상단이 5월3일 베이징에 도착해 류허 중국 중앙위 정치국원 겸 국무원 부총리가 중심이 된 중국 대표단과 협상을 벌였다. 전망은 불투명했고 결과도 그랬다. 일부 공동 인식이 있었지만 시각차가 큰 것도 확인했다는 간략한 내용만 공개가 됐다. 2차 협상은 장소를 바꿔 워싱턴에서 열렸다. 여기서 전격적인 합의가 나왔다. 중국이 대미 무역 흑자를 상당폭 줄이고 지식재산권 침해 방지를 위한 법 개정 등 조치를 취하는 데 합의하고 관련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협상을 이끌었던 므누신 장관과 류허 부총리는 각각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양국이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끝을 모르고 달리던 두 열차가 멈춰선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2차 협상 합의 직후 "불만스럽다"고 말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미국은 3차 후속 협상을 앞두고 당초 발표했던 500억 달러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말을 바꿨다며 반발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3차 협상이 잘 될 리 없었다. 양측은 지난 2~3일 이틀간의 협상을 합의문도 없이 종료했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를 되돌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중간 무역 충돌이 단번에 해소되기 힘든 사안으로 보고 있다. 고착화돼 있는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 미중간의 패권 경쟁 등 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이 되는 데다 단기간에 결판이 날 이슈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베이징)=진상현 특파원

트럼프 "내 무역엔 친구도 없다" vs EU "그냥 당하진 않는다"
[한눈에 보는 무역전쟁] ③美-EU 무역갈등의 기승전…대서양동맹 파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EU) 최대경제대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AFPBBNews=뉴스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EU) 최대경제대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AFPBBNews=뉴스1
2차 대전 이후 세계경제질서를 이끌어온 미국과 서유럽, 이른바 대서양동맹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다. 미국이 6월1일 0시를 기해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폭탄을 전격 투하하면서다. 설마했던 유럽은 깊은 배신감에 철저한 보복을 예고했다. 막판타협의 가능성도 나오지만 대서양동맹의 우정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다는 우려다.

◇기 : 트럼프 당선으로 예고된 갈등



대서양동맹의 파열음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때부터 예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보호무역정책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더욱이 트럼프의 사전엔 “무역에선 동맹국이 없다”는 것. 세계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이나 오랜 동맹인 유럽이나 모두 무역에서는 미국에 ‘나쁜 나라’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는 1017억 달러의 대미 상품·서비스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EU의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677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컸다.

◇승 : 트럼프의 일방주의…커지는 대서양동맹의 균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삐걱대기 시작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무임승차론부터 파리기후협약 탈퇴,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이란핵협정 탈퇴까지 미국과 유럽연합은 그동안 사사건건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에서도 유럽 동맹국들을 위협했다.

미국은 지난 3월 1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폭탄관세를 예고했다. EU는 미국의 관세부과시 미국을 대표하는 수출품인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등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두 차례 유예기간을 두며 관세면제를 조건으로 EU의 무역양보를 압박했다. 하지만 양측 협상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 : 트럼프, 결국 관세폭탄 투하…등 돌린 동맹, 일촉즉발 무역전쟁 위기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는 계속됐다. 지난달 23일 수입산 자동차의 국가안보 위협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유럽산 자동차를 주 타깃으로 한 조치였다.

EU가 버티자 미국은 결국 6월1일부터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를 강행했다. EU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EU는 이르면 오는 20일부터 34억 달러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절차도 개시했고 내달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도 예고했다.

EU의 보복관세에 미국이 다시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난타전이 이어지며 무역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국과 유럽간 오랜 동맹관계가 파탄 나고 세계경제에 메가톤급 충격파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북미 이웃사촌들의 충돌…단일시장 24년 만에 파국 치닫나
[한눈에 보는 무역전쟁] ④미-NAFTA 무역전쟁의 기승전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모습. /AFPBBNews=뉴스1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모습. /AFPBBNews=뉴스1
“개악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는 것이 낫다.” 쥐시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일몰조항 등 미국의 일방적인 NAFTA 재협상 요구조건에 이같이 반발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 시장을 하나로 묶고 있는 NAFTA의 운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흔들기’로 얼마나 벼랑 끝에 몰려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미 이웃사촌 3개국이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폭탄관세로 정면충돌하면서 NAFTA가 재협상이 아니라 폐기로 직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1994년 1월 출범한 북미 단일시장이 24년 만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기 : 트럼프, 취임초 재협상 선언…이웃사촌 갈등 점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초인 지난해 1월 NAFTA 재협상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저렴한 인건비로 주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전초기지로 등장하면서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빨아들이는 멕시코는 트럼프에겐 눈엣가시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멕시코는 지난해 693억 달러의 대미 상품서비스 무역흑자를 봤다. 캐나다는 277억 달러의 대미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캐나다가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고 억지를 부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세게 NAFTA 탈퇴를 위협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어쩔 수 없어 재협상 테이블로 끌려나왔다.

◇승 : 재협상 공회전…미, 폭탄관세를 ‘지렛대’로 압박

미국과 캐나다·멕시코는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인 재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이 제시한 일몰조항, 원산지규정 등에 대해 캐나다와 멕시코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재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미국은 NAFTA 협정 잔류에 동의하지 않는 국가가 있을 경우 협정이 매 5년마다 자동 종결되는 일몰 조항을 주장했다. 사실상 5년마다 재협상을 하자는 의미다.

미국은 올 들어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 올해 3월1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각각 25%와 10% 관세부과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NAFTA 재협상을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를 일찌감치 유예대상에 올렸다. 폭탄관세 면제를 ‘지렛대’로 이들 국가의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폭탄관세 위협에도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전 : 폭탄관세 부과…극한대립 치닫는 이웃사촌들

미국은 6월1일 0시를 기해 캐나다와 멕시코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폭탄관세를 강행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거세게 반발했다. 캐나다는 우선 내달 1일부터 미국산 철강재, 요구르트, 화장지 등 128억 달러의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일몰조항을 포함한다는 조건으로만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수 있다고 하자 트뤼도 총리는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멕시코 역시 미국의 관세로 인한 피해액에 상승하게 돼지고기, 사과, 치즈 등 미국 제품들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NAFTA 폐기를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솔직히 캐나다와 별도의 협정을 맺고, 멕시코와도 또 다른 협정을 맺어 다른 이름을 따르는 NAFTA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멕시코가 철강관세로 정면충돌하면서 NAFTA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NAFTA 폐기시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미 산업계의 우려도 크다.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201·232·301' 암호 같은 숫자의 비밀은…트럼프의 '듣보잡' 무역병기
[한눈에 보는 무역전쟁]⑤쓰지 않던 보복카드까지 꺼내들어
[MT리포트] 결국, 美가 승리하는 전쟁?…트럼프發 1차 세계 무역대전
국경을 넘나드는 무역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교역에 참여하는 모든 나라가 준수하는 통일된 '규칙'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나라마다 다른 규정과 주장들로 국제무역은 곧 뒤죽박죽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바로 이 무역 규칙을 만들고 회원국들이 이를 잘 지키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다. 현재 세계 무역의 97%이상을 차지하는 150여개 나라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나머지 국가들도 대부분 가입을 원하고 있다.

미국은 1995년 WTO 출범을 주도했으며, 이후 줄곧 WTO 체제의 수호자를 자처해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WTO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교역상대국에 무역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것. 이런 조치의 법적 근거는 무역법, 무역확장법 등 WTO 체제가 시작되기 한참 전인 60~70년대 제정된 조항들이다. 다시는 사용되지 않을 것 같던 낡은 법이 미국의 이익 극대화를 노리는 트럼프의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비밀병기가 된 셈이다.

◇세이프가드로 특정 수입품 노리는 무역법 201조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칼'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이다. 당시 한국과 중국산 태양광 패널, 세탁기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를 시행했다. 이때 내세운 근거가 1974년 제정된 무역법 201조로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계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면 수입을 긴급 제한하고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 WTO가 인정하는 무역장벽이지만 2002년 이후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교역상대국과의 무역 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보 명분 일방적 제재하는 무역확장법 232조…트럼프가 22년 만에 되살려

무역확장(확대)법 232조는 세이프가드보다 더욱 강력한 무기다.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수입품에 대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일방적인 전방위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다. 이 법안은 1962년 냉전시대에 마련됐는데 1995년 WTO 발족이후 사실상 사문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22년 만에 되살아났다.

미국이 지난 1일 0시부터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강행한 결정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범위를 자동차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상무부에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미국 내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가 끝나면 한국과 일본, 독일산 자동차에 대해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 '슈퍼 301조'…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흉

통상법 301조에 포함되는 '슈퍼 301조'는 미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보복수단으로 여겨진다. 품목·분야별로 대상이 한정된 '일반 301조', 지식재산권 침해만을 겨냥한 '스페셜 301조'와 달리 슈퍼 301조는 최대 100%에 달하는 보복관세 부과, 수입 쿼터 실시, 용역에 대한 제한 및 부과금 적용 등 무차별적인 공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WTO도 무시한다. 일본을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침체에 빠뜨린 것도 바로 이 법이다.

슈퍼 301조는 원래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때 한시적(1989년~1990년)으로 적용된 법이었으나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다시 시행할 수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세 차례 부활시켰으나 이후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환율판 슈퍼 301조'…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제재

미국은 환율도 무역 제재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재무부가 반기별로 환율보고서를 발표하고 환율조작국을 지정한다. 이후 해당 국가에 대한 자금 지원이나 미국 연방정부의 공공입찰 배제 등의 제재를 가한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의 근거는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 가운데 제7편 환율 관련 부분이다. 발의자의 이름을 따서 '베넷-해치-카퍼(BHC) 법안'으로도 불린다. 이 법은 '환율판 슈퍼 301조'로 불릴 정도로 강력하며 미국이 자신의 기준으로 환율조작 여부를 판단해 일방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다.

강기준 기자

美경제 잘나가는데 왜 무역전쟁…트럼프 노림수는?
[한눈에 보는 무역전쟁]⑥무역전쟁으로 지지층 결집 노려…러스트벨트 웃었지만, 팜벨트 울어
/사진=DonkeyHotey 플리커/사진=DonkeyHotey 플리커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며 이기기도 쉽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1962년 무역확장(확대)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과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다음 한 말이다. 적군과 우군을 가리지 않고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승리를 장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교역상대국들이 미국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말 그럴까? 수치상으로는 맞다. 미국의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는 7962억달러(약 851조원)에 달했다. 세계 최고 석유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총생산(GDP)을 1000억달러나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적자 규모도 벌써 2200억달러에 육박했다.

그렇다고 미국 경제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대 최고라고 할 정도로 경기가 호황이다. 기업 활동이 살아나면서 증시는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실업률은 반대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GDP 성장률도 2005년 이후 13년 만에 올해 처음으로 3%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무역공세는 정치쇼"…무역전쟁으로 지지층 결집 노려

미국 경제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 반발을 무시하고 무역 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뭘까?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괴롭히는 무역 공세를 통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것이다. 투자회사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에서 세계 최대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레이 달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 대해 "실질적 위협이라기보다는 정치쇼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도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부과 위협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기민한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은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백인우월주의 옹호 논란 등으로 35% 이하로 떨어진 지지율이 무역공세가 강화된 올해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한 것. 여론조사기간 갤럽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조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1%로 취임 초기와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지난 4월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를 폐업위기로 몰아넣을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발표한 이후에는 한 주 만에 지지율이 4%포인트 급등하기도 했다.

◇러스트벨트 웃고, 팜벨트 울고…트럼프 무역정책에 엇갈린 표정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은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러스트벨트는 철강과 자동차 등이 주요 산업인 미국의 대표적 쇠락 산업 지대로, 비도시 지역의 중하류 백인층 등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이 두꺼운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는 대규모 감세와 보호무역 강화로 러스트벨트 부흥을 추구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지지층 달래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 반대를 무릅쓰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한 시점도 지난 3월 러스트벨트에 포함된 펜실베이니아 주 남서부 연방하원 18번 선거구에서 보궐선거가 열리기 직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초대할 때 백악관으로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를 초대하는 등 유권자 마음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팜벨트(농장지대)는 손해를 입고 있다. 미국과 무역 마찰을 빚는 상대국들이 모두 이 지역을 보복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의 주요 수출품인 농축산물을 보복 대상으로 삼아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무역전쟁으로 아이오와, 캔자스, 미네소타, 인디애나 등 팜벨트 지역의 농업이 타격을 입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도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희석 기자

'수출 한국' 겨눈 무역전쟁 칼바람… 對韓 수입규제 27개국 202건
[한눈에 보는 무역전쟁]⑦품목은 철강·금속 95건… 국가별 미국 40건·인도 30건·터키17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 조치가 20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무역주의 바람을 타고 확산 중인 글로벌 무역전쟁의 칼바람을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정면으로 맞고 있는 셈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수입규제 조치는 세계 27개국 20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67건은 이미 규제가 진행 중이고, 나머지 35건은 규제를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품목별로 보면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품목인 철강·금속이 95건으로 가장 많았고 △화학제품(61건) △섬유(13건) △전기전자(10건)가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는 △미국(40건) △인도(30건) △터키(17건) △중국(15건) △브라질(11건) △캐나다(12건) △태국(8건) △호주(7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캐나다는 지난달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과 상계관세 조사 2건을 개시했다. 반덤핑은 ‘덤핑 제품’(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규제 조치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의 보조금 지원 등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제품(제품 가격 인하)이 수입돼 수입국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관세를 부과해 인위적으로 가격경쟁력을 낮추는 조치다.

EU의 경우 한국산을 포함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 2월 한국산 세탁기·태양광패널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제품의 수입이 급증해 수입국 경제·산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줄 우려가 있을 때 내려지는 조치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의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수입산 자동차·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 상무부가 이미 지난달 23일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단순히 수입산 자동차·부품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완성차업체 가운데 대주주가 미국계인 곳과 외국계인 곳을 따로 구분하기로 했는데 현대·기아차의 미국내 현지공장도 규제 사정권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입규제 조치를 내린 당사국은 물론 수입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업계와 긴밀히 협의해 우리 산업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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