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상통화 재산가치 첫 인정…"범죄수익 비트코인 몰수"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5.30 10:44
글자크기

[the L] (상보)

/사진=뉴스1/사진=뉴스1


가상통화의 재산가치를 법적으로 인정한 첫번째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몰수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선고를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안모(34)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191비트코인에 대한 몰수와 6억9580만원의 추징 명령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범죄수익으로 얻은 가상통화 비트코인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으로 보고 몰수 명령을 확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씨는 지난 2013년부터 음란물 사이트 'AVsnoop.club'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122만여명의 회원을 모집하고, 음란동영상을 유포하는 등 이용료로 19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안씨와 그 가족들 계좌에 입금된 현금 14억여원과 216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판단, 이에 대한 추징과 몰수를 구형했다. 안씨가 구속된 무렵인 지난해 4월17일 기준 216비트코인의 가치는 약 5억원이었지만 2심 판결이 나온 지난 1월에는 약 25억원으로 뛰었다.

1심은 안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3억4000만원을 선고하면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몰수하지 않았다. 1심 법원은 "216비트코인 중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만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1심과 달리 검찰이 압수한 216비트코인 중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 191비트코인에 대해서 몰수를 명령하면서 이와 함께 6억9580만원을 추징했다.

2심 법원은 "범죄수익을 이루는 '재산'이란 사회 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을 의미한다"며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 파일 형태로 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2심 법원은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사실상 음란사이트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이라며 "압수된 비트코인이 범죄로 얻은 수익임이 확인되면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
TOP